이제 이탈리아에 도착하면, 유럽여행이 거의 마무리가 된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이렇듯 빨리 지나간 것인가.
늘 앞서있는 시간은 길어보이고 지나간 시간은 짧은 듯 느껴지는게 인지상정인 듯...
이탈리아로 가는 Ferry에서 날이 바뀌어 새벽녘, 갑판으로 올라가 떠오르는 태양을 지켜본다.
날이 완전 밝은후의 아드리아해. 저 건너편은 우리가 해안선을 따라 내려갔던 크로아티아이리라. 우리가 지났던 나라나 지명을 들으면 그 곳에서의 우리가 생각난다.
막연하게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던 곳들이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곳으로 다가서는 것, 그 것이 여행하면서 갖게 되는 좋은 점 중 하나가 아닐지.
징이로키야, 너도 알고 있니? 저 수평선 너머에 얼마전 우리가 묵었던 드브로부니크가 있단다. 설사 너가 크면서 기억이 흐려진다해도 너의 몸은 기억하고 있을 거야~ 불닭과 마미는 그 걸 알기때문에 행복하단다.
우리가 타고 온 Ferry. 그리스에서 이탈리아까지 장장 17시간에 걸쳐 타본 우리의 견해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는. 페리에 차를 실을 때 갑판 제일 밑에 승용차를 배치하더니 하선할 때도 트럭 운전자들을 승용차나 일반 도보 여행자들보다 먼저 내리게 한다. 아예 선실쪽 문앞에서 직원들이 트럭 운전자들을 골라서 나가게 하는 것. 트럭 운전자들이 모두 나간 다음에는 도보여행자들을 나가게 한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승용차 승객들 순서. 우린 그것도 모르고 일찍 내리겠다고 선실 문앞으로 나가서 기다리다가 내리지 못하게 하여 한참을 더 기다렸다.
게다가 차가 있는 갑판에 내려가서도 위 갑판의 트럭들이 아직도 빠지지 못해서 차안에 타서 오래 기다려야 했다. 항구에 도착한지 거의 2시간이 다 되어서야 항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세상에나!!
이 페리의 주 목적은 컨테이너트럭을 운반하는 용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마구 마구 든다. 다음에 또 타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지게 했던 superfast2. 안녕~~
드디어 이탈리아 땅이다. Bari는 도착 항구라 배에서 내려 바로 길을 떠난다. 오늘 일정은 San Giovanni Rotondo를 들러 Sorrento까지 가야 한다. 먼 길이지만 그래도 아침 일찍 도착하는 페리를 탔던 터라 조금 욕심을 부려본 것.
산조반니 로톤도는 징이로키의 수호성인이기도 한 오상의 성 비오 신부님(Padre Pio)이 평생 계셨던 곳이자 유해가 모셔져 있는 곳이다. 평소 비오 신부님을 좋아하던 마미가 이탈리아에서 로마 다음으로 가보고 싶어했던 곳.
비오 신부님의 생애가 씌여진 책에서도 산조반니 로톤도가 아주 시골이라고 하더니 정말 가는 길이 멀고 시골길을 가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이 먼 시골 마을에 오직 신부님을 뵙기 위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신부님 살아 생전에 다녀갔다고 한다. 그 분을 뵌 사람들은 하나같이 회개하고 새로운 삶을 살았다고 하니 어찌 사람들이 먼길 오기를 주저하였겠는가?
우리 여행의 네비게이터 마미의 꼭 가보고 싶은 곳의 한 곳인 산 조반니 로톤도. 약간 언덕 아래 차를 주차시키고 다시 올라 비오신부님이 계셨던 은총의 성모 성당에 도착했다. 신부님이 살아계실 때 매일 1시간 이상씩 미사를 집전하시고 오상을 받았던 성당.
구 성당 옆에 새로 지어진 신 성당의 십자가와 종.
비오신부님이 모셔져 있는 곳으로 가는 길. 우리가 갔던 시기가 비오신부님이 돌아가신 날을 며칠 앞둔 때라서 여러 행사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만 시기를 맞췄다면 막내 징이로키 비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고 아쉽지만 이 또한 우리 뜻만은 아닐거라 생각해본다.
비오신부님을 찍은 사진전을 보고 신부님이 모셔져 있는 성당으로 들어갔다. 새로 지어진 성당은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이 들었고 밝고 아름다웠다.
앞쪽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 신부님이 안치되어 있는 곳. 신부님 사후 40년이 되었던 2008년에 신부님 유해를 전시하기 위해 발굴을 했었다. 그리고 2009년 9월까지 유리관으로 된 관에 모셔 순례를 하게 했고 이후에 이 곳에 모시고 있다.
지금은 그때처럼 신부님의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안치된 관에 손을 대며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신부님에 대한 사랑을 볼 수 있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관 바로 앞쪽으로는 신부님께 쓴 편지가 많이 놓여져 있었다. 그들의 간절한 기도와 함께 우리 가족을 위한 기도도 함께 한 시간들...
산 조반니 로톤도는 이탈리아의 동쪽, 쏘렌토는 서쪽이다. 결국 이탈리아 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며 동선이 정해진 것. 그래도 성인을 뵌 풍성한 마음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달려라 우리의 애마!
드디어 베수비오 산이 보인다. 이것이 바로 폼페이 최후의 날의 그 화산이던가. 봉우리에 걸린 구름이 마치 화산연기를 내뿜는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베수비오산을 돌아서 나폴리의 반대편으로 돌아든 곳에 쏘렌토가 누워있다.
전망좋은 곳에 캠핑자리를 잡게 되었다.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돌아다니자 착한^^ 네덜란드 커플이 일부러 우리에게 와서, 자기네가 내일 떠나니 자기들 텐트 옆에 좁지만 오늘 하루 텐트를 치고 자고 본인들이 내일 나가면 그 자리를 쓰라고 얘기를 한다.
맘씨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텐트도 잘 치고 느긋하게 바라보는 쏘렌토 절벽 마을. 여기가 돌아오라 쏘렌토로! 라는 노래의 그 쏘렌토인가. 저녁 무렵쯤 옆 텐트에서 이 노래가 울려퍼져 한층 분위기를 내게 해주어 감사~^^
게다가 밤 9시쯤 마치 우리의 쏘렌토 입성을 축하하기라도 하듯 펼쳐진 불꽃놀이. 프라하에서 불꽃놀이를 몇번 봤지만 이 곳 쏘렌토와 비교하면 조족지혈!^^ 정말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거의 20여분간 해주다니. 오늘이 무슨 날인가?
덕분에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와서 쏘렌토까지 오는 동안 쌓인 기나긴 피로가 보상받는 듯한 기분. 정말 좋았다!
저녁에 바라본 쏘렌토 항구의 야경. 물에 비친 빛들이 아름답다.
같은 풍광이라도 아침, 낮, 저녁, 밤의 모습은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베수비오 산 주변의 야경. 역시 낮에 보던 산의 모습과는 또 다른 저녁의 베수비오 산.
쏘렌토에 도착한지 이틀째는 모두들 푹 쉬고 삼일째 날. 간밤에 흠뻑 내린 비로 홀라당 젖은 텐트와 그라운드 시트를 하루 종일 말려야 했다. 바닥이 맨 흙바닥이라 비라도 내리면 큰일이겠다 싶었는데 진짜 비가 내렸던 것 ㅠㅠ 다행히 햇볕이 좋아서 시스템 복구완료!
통째로 뒤집어 말리고 있는 우리의 우드랜드. 강하고 경량이며, 편한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있다. 물론 아해들은 퀘차의 2인용 텐트지만서두...
오늘은 구름모자도 쓰지 않은 베수비오 산.
쏘렌토에 3일 머물면서도 코앞에 있는 카프리섬에는 가지 않았다. 배가 하루코스인데다가 중간날 비가 오는 바람에 정비에 주력했고 날씨가 계속 흐려서 푸른동굴에 가도 우리가 원하는 빛의 바다를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룬 것. 이렇게 적으니 가지 못한 핑계를 대는 듯한 분위기^^ 마미가 꼭 가야 한다고 했다가 일정 수정을 한 것이 찔린 불닭의 자기 반성아닐까나?^^
어쨌든 이제 로마를 향해 출발~~ 아차차, 먼저 폼페이 유적을 둘러보고 가기로 한다^^
입장권을 사러 간 모자. 그런데!! 이 곳에서는 어린이 할인이 안된단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서 한국이라고 했더니 아이들도 모두 어른과 같은 가격을 부르네. EU 국가의 어린이만 할인이 된다는...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넘 황당. 명색이 관광객이 엄청 오는 이탈리아 아닌가? 그런데 어린이 할인이 안된다니..
잠시 빈정이 상해서 확 돌아설까 하다가 '언제 다시 오나'라는 생각에 발목이 잡혀 입장권을 샀다. 그래도 영~ 기분이 안좋아~~ 이탈리아에서는 다른 도시도 모두 그럴까? 음... 가보면 알겠지....
화산 폭발로 폐허가 되었다는 폼페이. 생각보다는 훠얼씬 넓은 면적의 유적지였다.
폼페이는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해서 도시가 완전히 파묻히게 되었는데 1700년대에 다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발굴이 계속 진행되어 지금과 같은 도시의 원형을 우리가 볼 수 있게 된 것.
매표소 앞의 인포에서 얻은 지도 한 장으로 여기 저기 보러다니는 중.
이 넓은 곳을 다 보지는 못할 것 같다. 가이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안내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ㅠㅠ
중간 중간 지도를 보며 우리가 보고 싶은 곳을 찍어서 찾아가고 있는 중.
폼페이하면 떠올랐던 사람의 모습이 전시되어 있는 곳. 죽은 지 거의 2000년이 다 되는 이 사람(?)을 사람들은 신기하다며 연방 사진을 찍고 있다. 한순간에 화석이 되어버린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자 웬지 안쓰러워 보이는 것은 지나친 감상일까?
자고 있다가 화석이 되어 버린 듯한 자세의 이 사람은 또 어떤 사람이었을까? 폼페이의 마지막 코스에서 본 이 두 사람의 화석 모습이 잘 잊혀지지 않는다.
짧은 시간 동안 폼페이 유적지를 돌아보고 점심으로 폼페이에서 나폴리 피자를 먹고^^는 로마를 향해 나섰다. 우리가 묵을 캠핑장이 있는 지역 Flaminio 이정표가 보인다.
사연많은 캠핑장 village Flaminio. 로마 캠핑장을 알아보다가 이곳을 선택했는데 텐트족이 이용하기는 다소 불편하다고 해서 방갈로를 예약했다. 하지만 캠핑장 홈피에서 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서 좋아라 하면서 예약을 했는데 도착해서 리셉션에 갔더니 우리가 봤던 거랑 다르게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좀 실강이를 하다가 조식을 빼고 가격을 좀 할인해서 묵게되었다. 그래도 아직 성수기라고 엄청 비싼 가격에 묵게 된 것. 그 돈이면 시내 호텔에서도 묵을 수 있었는데.. ㅠㅠ 오래 다니다 보니 이런 저런 경우를 다 겪는 군. 좋아! 이 것도 경험!
다음날 점심무렵에 늦은 외출을 시작했다.
우리가 묵었던 캠장 입구.
음... 유럽을 다니면서 제일 의아해 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낙서. 공간이 있는 곳이면 낙서가 없는 곳이 없다. 건물이던지 차량이던지 육교던지 말이다. 징이로키는 기차에 그려진 낙서들은 기차회사에서 그려넣은 것일 거라고 말 할 정도로 저런 낙서를 그린 기차가 부지기수이다.
제일 먼저 우리가 찾아간 곳은 그 유명한 트레비 분수~ 와, 사람들이 정말 많다.
생각보다 훨씬 크고 아름다운 분수. 중앙에 있는 해신 트리톤의 조각상 등이 마치 살아 움지이는 것 같았다. 격동치는 바다와 잔잔한 바다를 나타내는 좌우의 트리톤 상의 모습이 역동적이다.
이곳에서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온다는 전설(?^^)이 있어서인지 모두들 동전을 던지고 있다. 우리도 동참~~
순타야~ 동전을 두번 던졌으니 로마에 다시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오게 되길 빌께~~~^^
판테온을 찾아가는 도중에 만난 베네치아 광장 주변의 모습
모든 신에게 바쳐진 신전이라는 뜻이라는 판테온.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돔 형태의 건물이라고 하는데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아쉽게도 판테온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판테온은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는 미사시간에는 일반 관람객은 입장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마미는 들어가서 미사도 보고 구경도 하고 그러면 일석이조 같았는데 3cho의 반대로 무산된 것. 정말 종교 통일을 하던가 해야지... 원 ^^;:
그래도 멀리서 줌으로 당겨서 내부 사진 한 컷.
입구에 세워진 안내문만 야속하게 쳐다보다 돌아섰다는...
판테온에서 조금 가면 또다시 나오는 나보나광장. 미켈란젤로가 설계를 했다고 하는데 길쭉한 타원형의 광장이다. 잠시 의자에 앉은 세 모자의 시선이 모두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각자 뭘 저렇게 보는 걸까?
청동조각상 멋있죠? 사실, 거리 예술가랍니다~ 근데 우리가 보는 동안 정말로 단 한치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은 대단한 사람임
우리 가족이 눈길을 떼지 못했던 또 한명의 거리 예술가. 락커같은 걸로 그림을 그리는데 쓱~쓱~쓱~ 환상적이었음. 특히 징이로키가 열광적인 반응을 보임.
보는 사람들의 표정도 예술가 만큼이나 진지.. 우리 곁에 서서 유심히 바라보던 lady는 나중에 2장이나 사더군. 우린 징이로키의 간절한 요청에도 살 수가 없었지. 매번 떠나는 생활을 하는 우리로서는 보관이 용이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징이로키야, 다음에 너가 커서 다시 오면 아마도 이 예술가 아저씨가 할아버지가 되어서 계속 그림을 하고 있을 지도 몰라. 그때 사면 되지 않을까?~~~
나보나 광장에서 지친 다리를 쉬면서 많은 거리 예술가들과 그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오늘의 로마 시내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내일은 또 어떤 로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역사가 살아있는 도시 로마에서, 기대 만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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