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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탈리아

57. 이탈리아 - Italy 멋진 절벽해안 친퀘 테레(Cinque Terre)

by 여행숲 2012. 12. 16.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 여행이 마음먹은 대로만 되지는 않는다는 것. 이번 여정도 베네치아를 달랑 하루만 다녀와야 하는 여정이다. 유럽에서의 여정이 얼마남지 않아 갈길이 바쁘기도 하고 오랜 여행으로 다소 지치기도 하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베네치아 본섬에서 며칠 머물러 보는 것도 좋을 듯. 우리는 자동차여행인터라 멀리서 숙박을 하였지만 본섬 호텔에서 사나흘 머무르며 산책하듯 보내기 좋을 것 같다, 베네치아는.

아이들은 나중에 언제라도 마음을 먹으면 오겠지만, 우리는 사실 기약할 수 없는 '나중'. 그래도 늘 생각은 하고 있어야지. 며칠 머무를 도시로....

오늘 일정은 베네치아를 떠나 다시 반도를 가로질러 사람의 손으로 일구어낸 절경, 유네스코에 등재된 절벽해안인 친 퀘테레로 향하기로 한다.


우리가 머물렀던 캠핑장 정경. 아주 넓은 캠핑장에 걸맞게 사이트도 큼직큼직. 게다가 우리가 떠나는 날이 이 캠핑장이 문을 닫는 날이라 더욱 한산. 수영장도 크고 아이들을 위한 수영장도 있어 휴가를 온 사람들이 머무르기 좋을 듯. 당연히 해변도 캠장과 연결되어 있고, 방갈로도 많이 보이고 각종 시설도 good~ 굳이 흠을 찾으라고 한다면, 우리가 머물던 사이트에서는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 정도?


비가 약간 내려 텐트를 뒤집어놓고 마를동안 두 부자가 재미난 얘기를 하고 있는가보다. 이제 캠핑도 거의 끝이 보이고 있구나. 순타야~ 정말 고생많았다~~ 조금만 참어~~


드디어 길을 나섰다. 이탈리아에서는 국도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이제 갈길보다 시간이 적게 남은 여정이라 빠른 고속도로를 계속 달린다. 이번에도 밀라노 표지판이 보이네. 나중에 갈 도시라고 생각하니 더 눈에 잘 띄는 듯.


유럽을 자동차로 다니면 국도로 다닐 때는 말할 것도 없지만 고속도로로 다닐 때도 주변 풍경이 예쁜 경우가 참 많다. 그래서 운전자도 우리나라 고속도로보다 다니는 맛이 난다.

베네치아에서 친퀘테레로 가는 길은 가히 상상초월의 길이다. 이 지역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하다고 듣긴 했지만 정말이지 그 말이 실감난다. 곳곳에 패인 도로도 많고 그래서인지 보수공사중인 도로도 많다. 게다가 터널이랑 다리도 무진장, 진짜 무진장 많다. 마미가 세다가 세다가 나중에 포기했다는....^^ 아, 그런데 경치는 진짜 좋다 ㅎㅎ


터널속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불닭. 130이 머여. 넘 속도를 내서 마미랑 티격태격하면서도 좀체 속도 줄이기를 거부하는 불닭!


드디어 캠핑장 도착. 사실 우리가 찜한 캠핑장을 먼저 갔었는데 조금 산쪽에 있는 그 캠핑장은 거의 사람이 보이질 않아 괜히 캠핑하기 싫어서 두번째 찜한 캠핑장으로 온 것. 여기는 해변 가까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리셉션에서 안내해 준 곳에 우리 텐트 2개를 친 모습. 날이 궂어서 비가 오면 조금 난감하긴 하겠다 생각은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탈리아의 캠핑장은 대부분 이런 상태인 듯.


언제나처럼 캠핑장에 도착한 날은 푸욱~ 쉬는 우리 가족의 모드대로 쉬고 다음날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길을 나선다. 친퀘테레에는 캠핑장이 없다. 그래서 캠핑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주변 마을에서 묵고 기차를 타고 친퀘테레로 가는 방법을 택한다. 우리가 택한 마을은 레반토 Levanto. 여기도 아기자기 예쁜 마을이다.


캠핑장에서 역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한 상점앞에서 즐겁게 얘기를 하고 있는 마미와 징이로키. 음... 베네치아에서랑 복장이 동일... ㅠㅠ


친퀘테레로 가는 기차를 타는 기차역. 역에서 친퀘테레 트레인 카드를 사면 기차도 무료, 버스 등도 무료이고 중간에 트래킹하는 길도 무료인데 아쉽게도 계속 비가 와서 카드를 팔 수 없단다. 트래킹 길이 폐쇄되었다고 한다. 해안 절벽길이 많다고 하니 비가 많이 오거나 그러면 안전사고때문에 폐쇄를 하는가보다. 마미는 너무 아쉬워하는 반면에 아들들은 쾌재를 부른다. 트래킹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ㅠㅠ


역에서 표를 파는 직원이 너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는 바람에 막 도착한 기차를 놓쳤다. 다음 기차는 20분 정도 기다려야 온다고.


2층 기차. 징이로키는 반드시 2층에 타야 한다고... 순타는 어릴적 탈것에 대한 호기심이 초등학교 어느때부터인가 없어졌는데 징이로키는 아직도 그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이가 둘 밖에 없는데 참 많이 다르다.


친퀘테레는 아름다운 다섯 개의 절벽마을로 이루어진 국립공원인데 유네스코에 등록되어 있는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날이 맑았으면 이 다섯 개 마을을 모두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비가 계속 오락가락해서 우린 2~3개 정도 마을을 둘러볼 예정. 



그런데, 첫번째 마을 Riomaggiore에 내렸는데 악~~~!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진다. 어쩌지? 마을 하나 둘러보는 것도 힘들 것 같애~~ 다른 사람들도 우비에 우산에 모두들 완전무장. 어쨌든 왔으니 비를 잠시 피했다가 일단 마을로 향해본다.


마을들이 절벽가까이 위치해 있으니 터널을 뚫어 그 속으로 기차가 다니게 되어 있고, 일부분은 그 터널을 거쳐 마을로 가게 되어 있다. 


날씨가 좋았다면 열려 있었을 코스 트래킹 코스.


이 쪽도 굳게 잠겨있다. ㅠㅠ


절벽을 따라 걸으면 참 멋진 풍경을 보았을 텐데... 그저 아쉬움에 사진만...


역 앞에 있는 친퀘테레 안내판. 


정말 해안선 끝에 집들이 놓여있다.


우산에 긴 잠바까지 걸친 징이로키. 이 날씨에도 나시로 버티는 순타. 꽁꽁 싸맨 마미. 한 가족인데 다양한 옷차림이네^^


마구 퍼붓던 비가 조금은 잦아져서 우린 폐쇄되지 않은 해변 산책로로 내려가 봤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비를 피하며 있던데 우리 가족처럼 몇몇 사람들도 아래로 내려간다.

하지만 이 산책로도 얼마 가지 못해 더이상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린 파도가 치는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절벽에 의지해 비를 피하며 가지고 간 과자와 물을 마시고 다시 마을로 올라왔다. 나름, 운치가 있고 추억이 된다는.


그대로 캠핑장으로 가고 싶은 눈치의 두 아들들을 모른체하고 기차를 타고 가서 다른 마을 Corniglia에 다시 내렸다. 역에서 내려 보니 저 멀리 두번째 마을인 Manarola가 보인다. 비가 내려 흐릿한 배경의 마을이 더 환상적으로 보인다.


이 마을에 도착하니 비가 많이 그쳤다. 정말 다행이다. 


조그마한 역이지만 꾸미지않은 아름다움이 있다.


원래 이 곳에서는 마을까지 올라갈 계획이 없었는데 어찌하다보니 마을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이유는? 비밀^^


마을에 올라 기차역 반대편으로 가면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우리도 잘 몰랐는데 사람들이 많이 한 곳을 향해 가길래 따라 갔더니 이런 행운을.


비가 그쳐가는 고요한 바다


친퀘테레를 온전하게 느껴보기 위해서는 날이 좋을 때 해안 절벽을 따라 난 산책로를 트래킹하면서 걸어보는 것이 필수일 것 같다. 마을들 풍광도 멋있었지만 트래킹하면서 보는 풍광이 훨씬 멋있을 것 같다는. 걷다가 더우면 바다에 풍덩 들어가서 해수욕도 하면서 말이다. 

그런면에서 우리는 다소 아쉽게 되었지만 그 아쉬움 덕분에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될 수도 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면 될 터.


한참 멋진 풍광을 구경하고는 기차 시간표를 보고 기차역으로 갔는데 기차가 연착되었는지 시간표와는 맞지 않는 시간에 기차 도착.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자리는 넉넉해서 마음대로 골라 앉을 수 있었다. 

혼자 앉았다고 골이 난 징이. 카메라를 들자 우산으로 커버...


롸키징이를 샘통으로 생각하는 횽아 순타의 즐거운 얼굴.


롸키징이의 고유의 이미지^^


오면서 맛난 피자도 한조각씩 사먹고 고기를 구워먹을 생각으로 정육점에 들러 돼지고기도 사고 널널하게 걸어왔더니.... 앗! 친퀘테레에만 비가 많이 왔던 것이 아니었다. 우리 캠핑장에도 비가 엄청 쏟아졌나보다. 걱정했던대로 거의 물바다 위에 떠있는 아해들 텐트. 음.... 캠핑 중 비가 오면 난감. 게다가 잔디가 아닌 캠핑장은 이래서 가기가 싫다 ㅠㅠ


대략 정리를 하고 배고픈 3cho들의 성화에 국도 끓이고 고기도 구워서 맛난 저녁을 먹었다. 우리 이제 캠핑 끝이다~~ 하면서^^


다음날 니스를 향해 떠나야 하는데 짐을 챙기는게 장난이 아니다. 아해들 텐트는 거의 물폭탄 맞은 수준. 쏘렌토의 재판이 여기서 일어나다니. 일단은 물건을 다 빼고 뒤집어 놓고 빗자루로 쓸어내려야 한다.


아해들 텐트에 비해 아주 양호한 상태의 우리 텐트. 땡큐^^


비가 온 후 사이트를 철수하는 것은 또다른 노동.


그래도 철수하는 날은 비가 오지 않아 이렇게 말릴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 오늘 텐트를 접어넣으면 당분간은 쓸 일이 없기 때문에 꼼꼼히 청소하는 순타.

햇볕이 쨍쨍 할 때보다 몇배의 시간이 걸려 텐트를 접고 반쪽자리가 된 버너와 몇가지는 캠핑장 쓰레기통 옆에 버렸다. 아해들 텐트도 버리자고 불닭이 말했지만 혹시 필요한 사람한테 줄 수 있지 않을까해서 우선은 니스까지 가지고 가기로.


친퀘테레에서 니스까지는 먼 거리가 아니다. 게다가 길 옆으로 보이는 바다가 너무 예뻐서 천천히 천천히 운전해서 가는 중.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심심하지 않았던 니스 가는 길. 이 쪽 방면도 터널과 다리가 많다~~


주변 풍광이 너무 좋아서 중간에 고속도로에서 내려 국도로 내려섰다. 시간은 다소 지체되었지만 아주 멋진 풍경이 계속 펼쳐져서 기분이 상쾌. 산레모가요제로 유명한 Sanremo도 스쳐지나가고. 그런데 불닭도 산레모 가요제를 잘 모르더라는...


멋진 길들을 달려 모나코를 들르려던 계획을 조금 수정해서 곧장 니스가는 길로 들어섰다. 모나코는 가까우니까 하루 날잡아서 다녀오기로. 드디어 프랑스 국경이 다가왔다. 국경이라야 뭐 또 그냥 쌩~ 하고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서두. 각 나라의 국경이 다가오면 저런 나라 이름 표지판을 찍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ㅎㅎ 여권에 도장도 못찍는데 저런거라도 추억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고속도로로 달렸던 몇개 나라빼고 모두 성공. 나중에 사진을 같이 모아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로써 기나긴 여정의 첫 출발지였던 프랑스로 다시 무사귀환을 했다. 니스에서 일주일 정도 머무르면서 좀 쉬고 짐 정리도 하면서 다음 대륙으로 나갈 준비를 하면 된다.  니스야~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