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는 캠핑장이지만
밤새 많이 춥지 않아 다행이었고
무서움에 덜덜 떨던 닭날개가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지 않아 또 다행이고.
(사실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0.000001%도 되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무슨 이야기일까?하고 어리둥절하다면^^
지난 번 119편에서의 충격적인 일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당~
어제 저녁
징이로키와 닭날개가 뚫어져라 보던 게시판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어떤 정신이 나간 사람이 무지무지 큰 python(대형 구렁이류)을
이 근처 숲에 방사(?ㅠㅠ)했다는 내용을 이메일로
산림관리당국에 알려왔다는 내용이었다.
그 사람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경고를 해야 하는 관리당국이 각 캠핑장에 공문을 보냈고
그 공문을 게시판에서 불닭이 우연히 보고 징이로키에게 말하고,
그리고 닭날개까지 알게 된 것..
그 공문을 읽은 닭날개는
정말이지 이상한 사람이 수두룩하게 많은 이 세상.. 뭐 어쩌구 하면서
급 긴장모드로 들어섰다.
그때부터는 화장실도 혼자 못가고... ㅠㅠ
이런 여러가지로 무사한 밤을 보내고 캠핑장을 나서는 길.
아침을 먹으로 벌새가 다시 찾아왔나보다. 벌새의 비행을 처음 봤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스타일로 날아다닌다. 마치 UFO처럼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휙-휙-.
곤충도 아닌것이. 그래서 맘에 든다.ㅎㅎ
벌새의 짧은 비행모습
오늘은 본격적인 세도나 탐험에 나서는 날.
세도나에 며칠 머물 생각이 없는 우리는
하루 일정으로 잡고 움직이기로 한다.
세도나를 느끼기 위해서는 최소 몇박을 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 세계 여러 곳을 다니다보면 저 말은 어느 곳에나 다 해당하는 말인 것 같다.
하루 스쳐가는 관광으로
어떻게 한 곳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말인가?
세도나는 붉은 바위로 둘러싸인 마을이고
볼텍스(흔히 말하는 기(氣))도 많이 나오는 곳으로 알려져
(세계적으로 21곳이 있는데 여기에만 5개가 몰려있다고 한다)
우리도 여건이 된다면 며칠 머무르고 싶었지만
여기도 우리랑 인연이 잘 안맞았는지 딱 하루,
아니 몇 시간의 일정으로만 다니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몇시간만 지낼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연히 가야할 곳의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한다.
예술가들과 명상가들이 많이 산다는 곳도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볼텍스가 나오는 곳 위주로 다니기로 한다.
Slide Rock State Park도 볼거리가 많은 곳 같은데 우리는 세도나가 더 땡겨~~~^^
이 곳은 볼텍스가 나오는 곳 중 하나인 Airport Mesa
볼텍스도 볼텍스지만
나즈막한 세도나의 병풍이 되어주는 뒷편의 레드락이 너무 멋진 곳이다.
여기는 특히 일몰 때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산을 오를 필요없이 차를 몰고와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볼 수 있으니
더욱 인기가 있는 것일 듯.
붉은 바위가 있는 곳은 어디든 일출, 일몰이 아름다운데
여기도 환상적일 것 같다.
재미난 모양의 바위에는 꼭 이름이 붙는데
여기도 Coffee Pot Rock(제일 오른편 바위),
Thunder Mountain(위 사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등의 이름이 붙어있다.
줌으로 당겨본 사진인데 Coffee Pot처럼 보이나요?^^
세도나 전체 지도인데
세도나 마을을 둘러싸고 주위를 빙 둘러 붉은 바위들이 에워싸는 형태이다.
우리는 여기서 짧은 트래킹을 했는데,
처음 차를 세우고 붉은 바위들을 구경했던 곳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차를 몇대 세울 수 있는 공간이 보이고
거기서 부터 조금만 올라가면
또 다른 경치를 볼 수 있다.
저 아래 잘 뻗은 도로가 보이고 그 앞편으로 나무들에 가려 보일듯 말듯 집들이 있다.
높은 인공물이 없어 시야가 아주 편안하다.
가운데에 벨락(BellRock, 종 바위)이 보인다.
징이로키가 뜨거운 햇살에 달구어진 바위에 걸터앉아 경치를 보고 있다.
세도나에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하더니...
우리 뒤에도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많은 곳을 갔었어도 이렇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서양 사람은 처음 본다.
징이로키는 명상이고 뭐고 뜨거워 돌아가실 지경 ㅋㅋㅋ
아기자기한 시내를 지나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드디어 도착~
Chapel of the Holy Cross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는데 바로 앞에 안내문이 있는데,
저 붉은 바위가 위에서 굴러떨어졌다는 내용
세도나에 오는 사람들은
붉은 빛이 나는 옷을 입어야 한다? ㅎㅎ
차에서 뭔가 얘기하고 있는 두 어르신이
붉은 티를 입고 계셔서^^
선인장 꽃이 알록달록 너무나 아름답게 피었다.
주차장에서 성당으로 오르는 길은 기존에 있던 바위를 깎지 않고 그대로 살려
이런 멋진 곡선 길을 만들어냈다.
곡선의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작은 정원이 이어지는데...
새들과 얘기를 하는 것을 보니 프란치스코 성인인 것 같다.
이 곳에도 벌새를 위한 먹이통이 있었다.
놓여진 성인상, 천사상, 심지어 벌새 먹이통 하나까지
기존의 자연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색감을 지니고 있어
참으로 자연스럽고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인상적이다.
작은 정원 숲 같은 길을 오르면 단아한 성당의 모습이 보인다.
성당 오른편으로 저 멀리 보이는 바위는
다음에 갈 대성당바위 Cathedral Rock이다.
이렇게 바위 위에 지어져 대성당바위를 배경으로 하고 들어선 이 성당은
자연을 해치지 않고 지은 성당으로도 유명하다.
차를 타고 올라오면서 바라보는 성당의 모습을 보면
그 말이 더 이해가 가는데 우리는 그 사진을 찍지 못해 보여줄 수 없으니 아쉽다~~
관심있는 분들은 함 찾아보시길^^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놓여진 화분이 참 정갈하다.
여기서도 저 멀리 벨락(BellRock)이 보인다.
세도나의 랜드마크라는 표시
성당 안의 전체적인 모습
제대 뒤로 풍경이 그대로 보이게 설계했는데
세도나의 아름다운 모습이 제대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그랜드 캐년을 만든 것은 신이고 그 신이 사는 곳은 세도나'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성당에 잠시 앉아 묵상을 하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을 모아주는 성당이다.
제대 옆으로 누군가의 기도를 담아 타고 있는 촛불들
닭날개와 징이로키도 우리 여행에 대한 감사함을 담아 불을 지피고...
성당 제대쪽에서 뒤를 보면 세도나의 붉은 바위가 병풍이 되어주고 있다.
작고 소박한 성당이지만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처럼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밝게 해주는,
성당이름처럼 성스러운 예쁜 성당이다.
세도나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라고 하더니
그 말이 헛말이 아닌 것을 직접 확인~~
(참고로 이 성당은 2007년에 애리조나주의 7대 명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성당 지하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한 컷~
노아의 방주 를 재미나게 형상화했네^^
성당에서 나오면
이렇게 병풍이 되어주는 바위산이 감싸주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성당 주변으로는 나지막하고 깔끔하게 지어진 집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집이 있었으니...
성당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더 쉽게 눈에 띄는 대저택.
세도나는 미국인들이 은퇴 후 살고싶은 도시 1위라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래서일까?
유명인들이 별장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누구나 이 곳에 오면 치유의 기운을 느끼게 되는 것일지도...
아름다운 성당을 떠나 이번에는 아까 성당에서 보이던
대성당바위(Cathedral Rock)로 가기로 한다.
하지만 네비로 검색을 하니 길이 지도와는 좀 다르게 나온다.
그래도 네비'양'을 믿어보기로 하고 출발~
음.. 벨락 Bell Rock 옆을 지나가고 있네...
이상하다...
하면서도 이 바위를 지나쳐 한참을 가다보니...
이런 한산한 도로가 보이고,
드디어 대성당바위가 보인다~~
하지만!!
이쪽에서 대성당바위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사유지 표시가 있는 곳이 몇군데 보이고
더이상 도로가 이어져 있지 않다.
대성당 바위 뒷편으로 우리가 온 것 같다. ㅠㅠ
다시 차를 돌려 나오는 길,
도로 양 옆으로 우체통이 보이고 집들이 줄을 지어 있다.
벨락 Bell Rock을 다시한번 지나쳐서^^;:
드디어 대성당바위 Cathedral Rock 아래에 도착~
이 곳이 트레일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표시되어 있더니
차량이 몇대 주차되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 대쉬보드에 주차권을 놓아두라는 안내문.
안내판에 있는 트레일 지도를 보니
여러 트레일이 오밀 조밀하게 모여있다.
하지만 우리는
뜨거운 햇볕이 가득한 지금,
저 트레일을 걸을 자신이 없다.
우리는 트레일은 포기하고
앞, 뒤쪽을 모두 본 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이 곳보다는 벨락Bell Rock에서 트레일을 시도해보기로 하며
세도나에서의 마지막 목적지인 벨락으로 떠난다.
헥헥 드디어 벨락에 도착~
(사실은 대성당바위에서 약 6~7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음^^)
몇 번을 지나치다 온거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벨락을 향해 출발~
드디어 세도나에서 정식 트래킹에 나서 본다.
너무나 뜨거운 햇볕에 아이들은 기겁을 하지만
불닭과 닭날개가 막무가내...
(아들들아~ 미안타~^^)
정말 이름하나 잘 붙인것 같다.
종모양 아닌 다른 모양이 상상이 되지 않는 것을 보니^^
벌써 지쳐서 나가떨어질 것 같은 막내를
닭날개가 씩씩하게 끌고 올라가고 있다.
이것은 누가? 무엇을 그린 것일까?
혹시 여기가 볼텍스가 집중적으로 나오는 곳이라고 표시해 둔 걸까?
이 곳에서만큼은 아들들을 앞서 올라가고 있는 닭날개...
하지만 곧 전세 역전!!
엄마를 휙 지나쳐 올라가던 순타가 저 위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사실,
뜨거운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ㅠㅠ
징이로키가 너무 뜨거워 실신하겠다고 칭얼칭얼
결국 우리는 정상까지 가는 것을 포기하고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철퍼덕 바닥에 누워버린 징이로키.
한 깔끔을 떠는 성격이라 웬만하면 이렇게 못하는데,
진짜 뜨겁긴 했나보다^^;:
조그만 나무 그들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사과도 먹고 물도 먹으며 쉬고나자
여기 저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동글동글하게 마모된 거대한 바위 사위로
초록 나무들이 띄엄띄엄 포인트가 되어주고 있다.
마치 어느 우주의 한 행성에 있을 법한 외계인들의 집 같이 보이기도 하고^^
불닭이 우리 위치를 찍은 사진을 보니 신기하네^^
잠시 쉬었다고 불닭과 순타는 힘이 나는지
저 너머까지 다녀오는 중..
이번에도 징이로키는 소외감(?)을 느끼고?
온 김에 정상까지 가보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는 볼텍스에 더 관심이 있으므로
그다지 미련은 없다.
그래서!!
따가운 햇볕이 우리 머리를 태우는 것 같다는 이유로
과감하게 포기하고 내려가기로 한다.
사실 세도나에 오기 전,
닭날개가 볼텍스 나오는 지점을 미리 알아두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와보니 정확한 위치를 모르겠단다.
그래도 대략적으로 찾은 위치에서
모두잠시 앉아있어보기도 하다가
아이들과 불닭의 모델이 한번 되어주고는
하산~~~
척박해보이는 땅위에서도 이렇게 꽃은 피어나고 있더라는...
할미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 꽃은 이름이 무얼지...
여기 저기 꽃들을 잘 찾아내서 사진을 찍는 닭날개
볼텍스를 잔뜩 받은 걸까?
오늘따라 더 씩씩한 것 같다^^
세도나에서 짧고도 강렬한 하루를 보내고
이제 우리는 더 뜨거운
남쪽의 투산 Tucson으로 향한다.
도중에 주유를 하러 들렀는데 순타가 익숙하게 차를 닦고 있다.
형에게 뒤질세라 자기도 열심히 솔을 들고 닦아보는 징이로키!
드디어 아리조나다운 선인장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달리고 달려 피닉스를 거쳐 투산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넘었다.
투산 초입에 들어서자 마자 점찍어둔 캠핑장으로 갔는데
역시나 시간이 늦어
오늘도 사무실은 닫혀있다.
다행히 입구의 캠핑카에 있던 분이
우리를 보고 나와 주인에게 전화도 걸어주며
체크인을 도와준다.
고맙습니다~
사무실 앞에 사이트 안내도를 보니
텐트 사이트가 달랑! 한개 있다. ㅎㅎ
이 곳에는 장기 고객을 위한 다양한 가격대가 있다.
아리조나주 남부쪽은 겨울이 되면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이동해
캠핑카에서 장기로 머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니
이 표를 보니 정말인가 보다.
에고...
하루 텐트치고 묵고 움직이는 것은 고되다.
푹 쉬어야 하는데...
더워도 너무 더워~~~
세도나까지만 해도 밤에 추위를 걱정했었는데
여기는 밤에도
뜨거운 열기로 잠을 이루기 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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