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 잦아들던 바람이 밤새 꽤나 강하게 불어
텐트가 날아가지 않을까 걱정하며 자다깨다 하다가 날이 새버렸다.
모뉴먼트 밸리를 갔다가 그랜드캐년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바람이 불어 모래가 여기 저기 쌓인 걸 털어내고 정리하다보니
예상보다 늦게 출발하게 된다.
황토색 건물은 화장실, 개수대 시설이 있는 곳.
깨끗하고 좋은데 샤워시설이 없다.
조금 불편하지만 샤워를 하려면 사무실 건물로 가서 해야 한다.
대신 코인 샤워기인데 다른 곳보다 샤워시간이 길어
아~주 여유롭게 샤워를 할 수 있다.
왼편으로는 캠핑카 사이트
오른편으로는 텐트 사이트가 있는데 캠핑장이 꽤 넓다.
그나저나 어제 바람이 많이 불어 단체로 온 학생들 텐트가
공중으로 날아갈 지경이라 대피하던데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네...
파웰 호수 바로 앞에 있어 경치도 좋고,
이 곳 기온도 높으니 낮에는 수영하고 오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낚시로 잡은 생선을 손질하는 곳을 안내하는 표지판과,
개수대 형태로 된 cleaning 시설. 잡은 물고기를 손질하라는 곳인듯... 좋군.
저 멀리 글렌 캐년 댐이 보인다.
거리가 멀어 댐의 크기가 느껴지지 않지만,
댐 앞에 떠 있는 보트 크기와 비교해보면 댐이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난다.
댐과 화력발전소 안내문도 보이고
저 멀리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곳이 바로 화력발전소
나바호족의 구역에 세워진 것 같은데
저기서 나오는 에너지는 어디까지 갈까?
라는 생각을 무심히 해본다.
어제 투어 때 만난 가이드,
그리고 오늘 갈 모뉴먼트 밸리때문에
괜히 감상적이 되는 듯...^^;:
미국을 다니며 차량 번호판에 푹 빠져버린 닭날개.
각 주마다 다른 배경으로 되어 있는 데다가 디자인도 하나같이 얼마나 예쁜지..
실례인 줄 알면서 또 앞 차의 번호판을 찍어본다.
사구아로 선인장과 도마뱀이 배경인 번호판인데
분홍빛이 너무나 예쁘다^^
멀리서 보던 글렌 캐년 댐을 가까이 와서 보니...
컥컥컥! 저 높이, 저 규모!
마치 거대한 그랜드 캐년을 보는 듯.
그래 맞다! 사람이 만든 그랜드 캐년이다!
줌으로 당겨보았는데도 저 멀리 보트가 개미만하게 보인다^^
이 쪽은 반대편 모습.
저~~~ 아래 조그맣게 보이는 보트들.
한번씩 매스컴에서 글렌 캐년 댐에서 물을 방출했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일부러 인공홍수를 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 홍수로 강변에 모래톱을 만들어
주변 생태계 복구를 위해 그렇게 한다고 한다.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1~2년에 한번씩 인공홍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고 하는데 그렇지는 않은가보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고 인간의 손길이 닿으면
그 때부터 부조화가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하물며 저렇게 거대한 인공구조물을 만들었으니...
댐을 기준으로 상, 하류의 생태계가 확 변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일.
사람이 사람만 혹은 일부 있는 사람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인 사람임을 인식하고 살면 참 좋을텐데...
현실은 있는 사람 위주로 돌아가는 곳이라...
쩝! 또 한번 쩝!
아!
이 댐도 국립공원 관리지역이라 주니어레인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징이로키가 미리 알았다면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주니어레인저 활동을 한다고 했을지도^^
페이지는 작은 도시지만 앤틸로프 캐년, 호슈밴드, 파웰호수 등으로 인해
볼거리가 풍부한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글렌 캐년 댐을 보고 서둘러 떠난다.
오늘도 많이 움직여야 한다, 대략 400km 정도?
차로 이동하는 날은 항상 그렇게 된다.
그래도 뭐,
아르헨티나에서 1,000km를 하루에 돌파하고 그랬던 것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사람이 무엇인가를 경험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반도에서는 서울 한번 가는 것도 너무 먼 길처럼 여겨졌었는데,
귀국하면 서울-부산 왕복은
아무 것도 아닌 일처럼 될 것 같다.
세상은 넓다!!는 것을 아니까^^
어마어마한 oversize 차량들도 쉽게 볼 수 있는 대륙의 도로^^. 배를 싣고 도로를 달린다.
98번 도로가 끝이 나고 이제 160번 도로로 갈아타고 달리면 된다.
음.. 그런데 도로에서 먼지가 풀풀... 도로 공사중인가 보다.
160번으로 들어서자 마자 정체가 시작되었다.
헉! 이러면 시간이 늦어지는데...
정차해 있는 동안에 대륙의 열차를 보게 되고 사진도 찍게 되네.
늘 움직이면서 본 터라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는데.
징이로키가 제일 좋아함^^
30분 넘게 기다려 드디어 우리 차선의 차들이 움직이고 있다.
드디어 카이옌타 Kayenta로 들어서고 있다.
모뉴멘트 밸리의 더뷰호텔 The View Hotel을 알리는 표지판.
저 호텔에서 바라보는 경치, 특히 일출과 일몰이 아주 좋다고 하는데
밸리 안에 저 호텔만 있는터라 예약을 하려면
아~주 일찌감치 서둘러야 한다고 한다.
우리도 오랫만에 호텔에 묵어볼까 해서 인터넷으로 알아봤더니
몇 달치 예약이 모두 되어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숙박비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후덜덜한 가격이라
두말없이 마음을 접었다^^
그래도 혹시 관심있는 분이라면~~ The View Hotel
&
나바호족 영토내에 있는 각 park가 궁금한 분들은
요기로~~ Navajo Nation Parks & Recreation
황량한 길이지만 군데 군데 멋진 바위(산)들이 나오는 것을 보니 거의 다 온 것 같다.
멀리 왼편에 보이던 바위를 가까이 보니 이렇게 멋진 모습^^
붉은 빛의 바위산들이 이 곳이 바로 Navajo의 땅이다! 라고 알려주는 듯
어라! 다시 유타주가 나왔네.
너무나 낯익은 유타주 환영 안내판을 보니 반갑기까지^^
160 도로를 타고 올라오다 163번 도로로 갈아타야하는데 이 길이 유타주로 올라간다.
도로가 위 지도처럼 되어 있어 유타주로 살짝 올라갔다
다시 아리조나 주로 내려오게 되는 것^^
드디어 도착했는데 입장료를 내는 곳이 있다.
이 곳도 park이니깐...
저 뒤로 The View Hotel이 보인다.
1인당 5불. 성인, 아이 구분 없고 오직 현금만 가능.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서 제일 먼저 본 풍경.
굉장히 낯이 익다^^
사진으로 보던 곳을 직접 대면하는 순간을
매번 겪으면서도
또 한번 가슴이 쿵쾅쿵쾅.
어느 정도 경치가 눈에 들어오자 우리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저 아래 초록색 차량.
마치 경주용차량처럼 생겼다.
게다가 저 차 뒤로는 다른 차들을 들여보내지 않고 있어서
정체가 궁금해져 계속 내려다보았다.
꽤 오래 시간을 끈 후 그 녹색차가 한 켠으로 물러나 커버를 덮고 나자
다른 차량들을 들여보낸다.
그동안 못들어간 차량들이 입구부터 쭉 밀렸는지
차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가고 있다.
모뉴먼트 밸리는 자기 차를 가지고 들어가도 되고
투어차량을 타고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길이 험해서 자기 차를 가지고 들어가려면
조심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
우리는 우리 차를 가지고 들어갈 생각이 없어
투어 트럭을 탈까도 했지만
웬일인지 한참 차를 들여보내지 않는 것을 보고는
단념했다.
아까 160번을 타고 오면서 도로공사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된 터라 시간 여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
이 사진은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인데 색감의 차이가 많이 난다.
이 사진은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
좀 더 확대를 해서 부분 부분 찍어본 사진
이번엔 오른편~
차량을 타고 모뉴먼트 밸리를 도는 데 드는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라고 한다.
저 멀리 차들이 지나가는 길이 구불구불하게 보인다.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대가족이 앉아서 사진을 찍던 곳에
이번엔 우리가 올랐다. 징이는 기절?^^
삼각대를 놓고 가족사진도 찍고,
찍사인 불닭은 빼고 모자만 찍기도 하면서
들어가지 않고도 사진찍기 놀이에 여념이 없다^^
못들어간 아쉬움을 감추고 닭날개는 무심한 척...
불닭도 조금 아쉬웠는지 사진을 많이 찍는다.
다시 한번 줌으로 찍기도 하고^^
순타가 삼각대를 접는 동안,
차에 가서 아침에 산 물총을 들고 다시 한번 바위에 올라온 징이로키 용사^^
실컷 사진찍기 놀이를 하고 나서
화장실도 갈 겸 비지터 센터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화장실도 가고 기념품점에도 잠시 들러 작은 기념품도 사고
이제 다시 출발하러 가자~~
우리가 투어를 했다면 저 투어 트럭을 타고 움직였을 것이다.
음.. 모래는 좀 먹겠는 걸?
비록 호텔에 묵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찰칵~~
밸리에서 조금 나와 가다보면
왼편에 캠핑장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하지만 너무나 황량해보여
과연 캠핑하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시 한번 유타 주 라인과,
아리조나 주 라인을 지난다.
도로 변에 몇몇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보이고
원주민들이 나와 앉아있기는 하던데 들려보지는 못했다.
이 차는 경찰차인데,
Navajo Nation Police 라고 써져 있다.
사실 저 경찰차에게 잡히는 줄 알았다.
불닭이 길게 꼬리를 물고 가는 차들을 앞질러 마구 달려갔는데
그 중간에 저 경찰차가 떡하니 있었던 것.
게다가 중앙선이 실선이었... ㅠㅠ
경찰차를 보자마자 얼른 그 앞쪽으로 들어가긴 했는데
영락없이 잡혀 벌금을 물려도 뭐라 할 말이 없는 상황.
경악한 닭날개가 불닭에게 뭐라고 하고 있는데...
결론은 경찰차가 우리를 잡지 않았다.
뭐야? 왜 안잡은거지?
닭날개에게 바가지를 긁힐뻔한 위기를 행운으로 넘긴 불닭!
운이 좋았군 ㅎㅎ
아까 만났던 공사 구간을 다시 만났다.
그래도 이번에는 아까보다는 빨리 차가 움직여 다행이다.
차들이 정지해 있는 상황일 때,
반도의 오토바이 아저씨들같으면
자동차들 옆으로 해서 앞으로 가는 경우가 99%이지만
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아저씨들은 당당하게(?!)
차량 뒤에 멈춰 서 있다가 차들이 움직이자 같이 움직인다.
자동차처럼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토바이의 위용(?ㅋㅋ)을 체험하는 순간이다.
여기도 나바호족 깃발이 나부끼는 것을 보니 유적지인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이 곳은 우리가 캠핑장을 찾기 위해
잠시 멈춘 곳인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그랜드 캐년 캠핑장에 가자는 닭날개의 의견을
3cho가 모두 반대한다.
춥기도 하고 무엇보다 전기가 없어서 안된다는 이유로...
그래서 주변 어느 도시에 묵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Falgstaff로 가기로.
저 멀리 눈덮인 산도 보이고 이제 조금만 가면 된다~~
드디어 도착한 Flagstaff의 KOA 캠핑장
화장실이 깨끗한 KOA, 라고 징이로키가 특히 더 좋아한다.
역시나 정비도 잘 되어 있고 깨끗하고 나무도 많아 마음에 든다.
닭날개가 어두운 밤에 배추를 절이고 있다.
캠핑장에 오면서 마트에 들렸는데 배추가 보이길래 반가운 마음에 사긴 했지만
막상 담그려니 피곤에 지쳐 몸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김치가 거의 떨어진 상태라 안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ㅠㅠ
어제 어스름할 때 들어온 올드카 팀.
어제 들어올 때도 차에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고
차도 오래된 차라 궁금했지만
늦게 도착해 자리 정비하고 식사준비하는 것을 보고는
그저 바라만 보다가 오늘 아침엔 마음을 먹고 그 팀에게 가보았다.
짜잔~~~ 올드카로 세계일주를 하는 팀이다.
네덜란드에서 시작해서 아프리카를 거쳐 현재 미국을 돌고 있는 것.
와우! 진짜 대단한다.
MODEL T WORLD TOUR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어린이마을(SOS Children's Village)을 세우기 위한 모금을 위해
세계일주에 나섰다고.
이 차는 올드카를 서포트 Support 하는 차량.
온갖 물품이 가득 들어 있다.
이 차가 바로 1915년산 Model T-Ford 차량이다.
차체에는 2014년까지로 되어 있지만
루트를 표시한 지도에는 2015년까지로 되어 있다.
계획이 조금 변경된 듯.
좋은 일을 위해 세계를 다니며 모금활동을 하는 그들의 얘기를 듣던 닭날개가
갑자기 수첩을 가져오더니 사인을 해달라고 한다.
닭날개는 평소에 별로 나서는 성격이 아닌데
이 분들을 보고는 깊은 인상을 받았나보다.
바로 이 분이 Model T의 안방마님인 Trudy Regter.
멋진 빨간 옷을 입은 분이 Dirk Regter.
이 분들은 서포트를 해주시는 분들
Model T의 엔진 부분
진짜 멋진 차와 그보다 더 멋진 분들을 만났다.
이 분들께 힘내시라고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한국에서 사간 복주머니랑 한복엽서 같은 것들이
어디로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다.
떠난다고 차에 기름넣고 정비하고 그런 어수선한 상태라
마음이 급해 기껏! 한국형(?) 펜을 드렸다.
여행 기록할 때 쓰시라고 하면서...
그랬더니 너무나 예쁜
네덜란드 나막신(Klompen) 기념품을 주신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가슴을 치도록 만들었던 두 분들이 다시 길을 떠난다.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었는데...
바르셀로나에서 만났던
친절한 네덜란드 어르신들도 생각이 나게 했던 두 분~~~
화이팅!!!이예요~~~
혹시^^ 이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거나
이 프로젝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은
Model T World Tour 를 참고해주세요~~
그러고 보니 여행지에서 만났던
친절한 네덜란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새록 새록.
그런 네덜란드를 못 가보고 유럽을 떠났다니...
음.. 네덜란드 때문이라도 언젠가 다시 유럽을 가야 겠군. ㅎㅎㅎ
(가고싶은 핑계도 가지가지... 도대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은 어디지? ㅋㅋㅋ)
멋진 분들과 이별한 후
우리의 여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오늘은 넓은 세상,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을 만난 기분 좋은 날로 기억되겠지.
그리고
우리는 신나게~~~ 캠핑장에서 놀았다 ㅎㅎ
내일 그랜드 캐년을 가기 전에 며칠 동안 쌓인 여독을 풀기 위해
오늘은 아무 것도 안하고 노는 날~~~
좋다~~~~
'북미 > 미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8. 미국 - Grand Canyon South Rim! 2, 그랜드 캐년의 일몰을 가슴에 담다 (0) | 2013.11.12 |
---|---|
117. 미국 - Grand Canyon South Rim! 1, 그랜드 캐년 아! 이 깊은 협곡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0) | 2013.11.12 |
115. 미국 - Antelope Canyon, Horseshoe Bend, 신의 손길이 빚어 낸 아름다움 (2) | 2013.10.22 |
114. 미국 - Grand Canyon North Rim, 그 숨 막힐듯한 계곡 (0) | 2013.10.21 |
113. 미국 - Zion National Park (0) | 2013.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