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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미국

115. 미국 - Antelope Canyon, Horseshoe Bend, 신의 손길이 빚어 낸 아름다움

by 여행숲 2013. 10. 22.

사진을 좀 찍는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오고 싶어한다는 앤틸로프 캐년을 가기 위해
부지런히 아침 밥을 먹고 나선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하려다가 성수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예약은 하지 않고 출발해 본다.


캠핑장을 나와 이정표를 보니 왼쪽으로 가라는 군^^


글랜 캐년 댐을 지나 페이지 시내로 들어가
앤틸로프 캐년 투어를 하는 업체가 있는 곳으로 가는 중이다.
 

10분쯤 달려 업체를 찾아갔는데 12시에 출발하는 투어팀이
막 출발하려고 하는 중이다.
우리 4명이 결합하기에는 사람도 많고 그런 것 같아
일단 포기하고 두 번째 업체를 찾아갔다.

두번째 업체는 앤틸로프 캐년에 가까운 곳,
즉, 나바호족 Navajo이 관리하는 영토안에 있었는데, 

다행히 사람도 많지 않고 투어비도 더 싸다.

우리가 거의 12시가 다 되어 도착해서
12시 투어를 예약했는데도 붐비지 않아 좋았다.  

앤틸로프 캐년 투어는
일반 투어와 사진작가 투어의 두 종류가 있는데,

사진 욕심이 좀 있는 불닭을 위해 사진작가 투어를 권유했는데
불닭이 그냥 일반 투어를 하겠다고 해서
모두 함께 일반 투어로 신청했다.


투어비를 내고 잠시 기다려 12시가 되자 사람들 이름을 부른다.
이름을 부른 가이드와 한 팀이 되어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팀은 주로 가족들이었는데
우리 가족, 아빠와 아들, 딸이 같이 온 한 가족,
그리고 아주 어린 아기를 데리고 온 부부와 또 다른 커플로
11명이었다.
(아기까지 합하면 12명 ㅋㅋㅋ)


캐년입구 주차장에서 캐년까지 가는 길은
마치 케냐의 마사이마라로 갈 때 느꼈던
그 기분을 느끼게 하는 덜컹길이었는데...

 

징이로키의 오버액션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길이었다.^^


음... 하면서 신음 소리를 참느라 얼굴이 이상하게 변한 순타 ㅋㅋ


드디어 입구에 도착하니,
이미 와 있던 여러 대의 투어 트럭들이 보인다.


컴컴한 저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본데....


헉!
들어서자마자 바깥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풍경이 펼쳐진다.  
저 빛나는 색감이라니...


앤틸로프 캐년은 물이 흘러가며 침식작용으로 생긴 협곡으로 
슬롯 캐년 Slot Canyon이라고 한다고 하는데 
정말 물이 흐르는대로 깍여진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는
좋은 인상의 나바호족 아줌마였는데, 

가이드 중에서 좀 연배가 있는지 다른 가이드들을 제치면서^^ 
사진찍기 좋은 자리를 만들어줘서 
열심히 따라가며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모래를 위로 흩뿌려주면서 빛이 드러나게도 해주고^^


 앞서 가서 모래를 뿌려 빛을 잡아내며 사진을 찍으라고 하면
우리는 놓칠세라 열심히 셔터를 누른다.


오랜 가이드 생활로 이 분의 사진찍는 기술은
이 곳에서만큼은
우리 누구보다도 낫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한 두 번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반대편 출구까지 가는 동안에
우리가 찍은 대부분의 사진은 
가이드가 알려준 포인트에서 찍은 것들이다.


보통 11시에서 2시 사이에 빛이 가장 좋아서
사진찍기가 좋은 타임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빛이 환상적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빛이 비추는 캐년과 빛이 닿지 않는 부분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며
신비한 모습을 빚어낸다.


이 곳은 설명이 그다지 필요없이 직접 감상을 해야 하는 곳^^ 
빛과 캐년이 어우러진 사진을 그냥 감상해보자~~~


오묘한 빛의 조화여~


바위가 부서져 모래가 되는 시간을 재현해 보여준 걸까?
가이드가 모래를 부어주며 사진을 찍으라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을 보며
문득 든 생각...


손에서 빛을 내뿜는 능력자, 닭날개 ㅋㅋ


신은 빛과 캐년으로 사람의 얼굴도 만들고,


웃고 있는 삐에로 같은 기기묘묘한 여러 모양을 만들어 내고 있다.


광선을 타고 우주인이라도 내려올 것 같은 느낌도 나고...


협곡의 갈라진 틈이 있으면 빛은 어김없이 땅으로 내리고 있다.


장난기가 많은 징이로키가 빛도 받아보고,


곰(처럼 보이는)을 보고 놀라기도 하더니,


급기야 곰을 쓰다듬기까지 ㅋㅋ


이 모양은 늑대의 형상을 보여준다.
징이로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서
징이의 쓰담쓰담은 못 받았네^^


빛이 들어오는 양에 따라 제일 윗부분부터 아랫부분까지
아주 다른 질감으로 다가온다.


빛의 조화, 아니 신의 조화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전문 사진작가들이 왜 이 곳을 좋아하는지 알 것만 같다.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열심히 사진을 찍다보면
어느새 반대편으로 나오게 되고,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빛고 바위로 인해 나타난
펭귄을 지나쳐 밖으로 나와 잠시 숨을 고른다.

그 곳에 머무는 잠깐동안의 시간에 
나바호족 가이드는 자신들의 얘기를 슬며시 꺼내기도 한다. 

아프고 쓸쓸할 수 밖에 없는 얘기를 
그녀는 여기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매일 매일 하며 자신들의 역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 입구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려 걸어 간다.


빛이 어떻게 비추는가에 따라 사진이 확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사진과 비교)


입구로 돌아나올 때는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숨가쁘게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되어
우리끼리 사진도 찍으면서 잠시 여유를 누려본다.

사실,
입구에서부터 반대편으로 나갈 때까지
쉴새 없이 가이드가 사진 포인트를 제시하며
사진을 찍으라고 하는 바람에
느긋하게 감상을 즐기는 투어는 하지 못한다. 



게다가 몇 팀이 연속적으로 이동하다보니
사진 포인트에서 얼른 찍고 비켜줘야
다음 팀이 또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천천히 음미하며 사진을 찍는 것은 생각도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사진작가 투어를 신청해서
느긋하게 삼각대도 세우며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가 보다.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독사진도 찍어 주며 천천히 입구를 향해 가는 중.


순타는 고운 모래로 흘러내리는 바위에 슬쩍 손을 대보기도 한다. 


빛이 거의 들지 않는 것 같은 이런 색감도 너무 좋다.


같은 캐년인데 시시각각 빛의 스며듬이 달라지며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천천히 천천히 입구로 다시 오면서 각자 감상 중. 
우리는 이렇게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앤틸로프 캐년은 사람들이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온다고 생각하는지
짧은 시간 내에 사진을 찍는 것에 너무 치중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실제로 우리 팀에 있던 애기를 데리고 온 부부는
가이드와 보조를 맞추지 못해 느릿느릿 따라올 수 밖에 없었다.


가이드도 느긋하게 여유를 되찾고 가족 사진을 찍어주었다^^


곰의 형상이 숨어있는 곳. 이제 이 모습을 뒤로하면서 앤틸로프 캐년과도 안녕~~


밖에 나와 다시 트럭을 타러 가는 데
순타는 불닭의 아이폰으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찍고 있다.


제일 먼저 올라타서 자리를 잡고 앉은 두 아들


길이 모래라서 그런지 한껏 차체를 높인 투어 트럭의 모습이다.


또다시 덜컹거리는 길을 되짚어 주차장에 도착해서
가이드 팁을 준 후 우리 차로 돌아가는 데..
때아닌 돌풍이 불더니 모래를 한껏 끌어올리며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와.. 이런 모래 돌풍을 맞이보기는 처음이다.
금세 신발가득 모래가 차고 옷에도 잔뜩 들어가 있다. 

문득 우리 텐트가 걱정이 되었지만 캠핑장에 가기 전에
아직 갈 곳이 한 군데 더 있으니
잠시 걱정을 접어둘 수 밖에...


미국 국기와 아리조나 주기와 함께 나란히 걸린 나바호족의 깃발을 보니 
아줌마 가이드가 짧게나마 들려 준
나바호족의 얘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오늘 두 번째 우리가 방문한 곳은
Horseshoe Bend이다.
콜로라도 강이 휘돌아 가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협곡이라고 해야 하나?

강은 직진으로 쭉-쭉- 흘러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누구로 인해 쫙 펴져버린 우리네 강이 왜 갑자기 여기서 생각이 나는 건지.. 쩝!!

그동안 유럽, 아프리카, 남미를 거쳐 북미를 다니고 있지만
강이 쭉-쭉- 직진으로 흐르는 곳은 보지 못했다.

그나저나 저 언덕을 넘어가야 하는가본데,
1.2km라니 쉽게 올라갈 수 있겠지?

여기는 뜨거운 햇살과 길이 험하다고?
보기에는 평탄한 길 같은데...


씩씩한 두 아들이 먼저 앞장선다. 
징이로키는 카메라 삼각대까지 메고 성큼 성큼^^


역시나 표지판에서 안내해주는 말이 맞다는 것을
겨우 이 만큼 올라오고서도 실감한다.

고운 모래에 발이 푹푹 빠져 걷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뜨거운 햇볕까지 한 몫...


아들들은 이미 저 멀리 앞서 가고 있는데,
늘 힘들다는 말을 하면서도 일단 걷기 시작하면
엄마 아빠를 저 멀리 남겨두고 앞서 나간다.


으악! 고개만 넘으면 금방일 것 같았는데
저 멀리까지 또 내려가야 한다.

지금은 내리막이라 쉽겠지만 
올라올 때는 어쩌라고!!

어쩐지 만나는 사람마다 헉헉거리더라니... ㅠㅠ


별다른 내색없이 모래길을 내려가는 두 아들
순타가 동생을 생각해서 삼각대를 메었네.
자상한 순타^^


드디어 Horseshoe Bend에 도착.
이런 안내문(경고문)이 있다. 
저 대담한 까만머리 아가씨는 누구란 말인가?


역시나 가장 대담한 심장을 가진 징이로키군이
벼랑 끝까지 가서 앉았다^^;:


징이로키가 바위 끝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바로 이 것!!
여행하면서 늘 느끼는 것,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


징이로키를 따라 닭날개와 순타도 잠시 망중한에 빠진다.


멀리 보트 하나가 이 시원시원한 콜로라도 강을 거슬러 가고 있다.


저 아래 정박한 보트는 트래킹하는 사람들을 실어나른 것일까?


오랫만에 삼각대를 놓고 가족사진 한 컷!


장난기가 발동한 징이로키 ㅋㅋ



물의 침식작용으로 생긴 앤틸로프 캐년과
거대한 강의 흐름에 자기 살을 깎아내리며 
말발굽 모양으로 변해 
사람들에게 망중한을 제공하는 
자연을 대하며
우리는
오늘도
자연을 자연그대로 유지하며
조화롭게 사는 사람들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주차장까지 되돌아가는 길은 모래 언덕이라 올 때보다 훨씬 힘이 들었다.
고개를 넘고 나서는 
비와 함께 모래 바람이 불어서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멋진 풍광을 본 후라 그런지 모든게 용서(?^^) 된다.


멋지고 아름다운 두 곳을 둘러보고 다시 캠핑장으로 가는 길.
저 다리가 유명한 글렌 캐년 댐의 다리이다.

이 글렌 캐년 댐은 1964년에 완공되었는데
높이 710피트, 길이 1,560피트로
우리에게도 낯이 익은 후버댐보다는 짧지만
댐으로 생긴 파월 호수의 길이가 자그마치 186마일(약 300km)이나 된다고 한다.

이 파월 호수와 그 주변을
글렌 캐년 레크리에이션 지구라고 하는데

많은 절경이 있고 또 다양한 레저 활동을 할 수도 있는 곳이라고.


우리는 텐트가 걱정이 되어 내일 출발할 때
자세히 보기로 하고 일단 차로 지나치지만

다리 건너편에 안내소도 있고
가이드 투어도 있다고 한다.

 지나가면서 잠시 보이는 댐의 높이가 
엄청나다.


호수 지역이다보니 요트를 싣고 가는 차량들을 볼 수 있다.
아!
여기는 이 레크레이션 지구라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우리가 가진 국립공원 패스도 유효하다.

파웰 호수의 짙푸른 물빛


호수 한 쪽에 정박한 수많은 요트들


어제 늦게 도착해서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캠핑장의 모습이다.

큰 나무가 많지 않아 한 낮에는 뜨겁고
잔디가 있지만 모래도 많아서 바람이 불면 대략 난감^^

오늘 모래 바람을 두 번이나 맞았는데
우리 텐트는 무사할 것인가?

역시! 예상대로 난리가 났다.
팩도 몇개 빠져있고... 

캠핑장에 도착해서도 계속 거센 바람이 불어
결국 타프는 걷었다.

정비를 좀 한 후에 일기예보를 봤더니 
아리조나 주 특히 페이지 주변으로 아주 강한 바람이 불고 있고
저녁 8시쯤이나 되서야 차츰 좋아질 거라는 예보가 나와있다.

바람이 얼마나 센지 버너도 켤 수가 없으니
저녁은 어떻게 먹지? ㅠㅠ

일단은 모두 텐트 안에서 바람이 잦아질 때까지 견뎌보기로 한다.


밤 8시가 되어도 그치지 않던 바람이
9시가 지나면서부터 차츰 잦아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바람이 거센지
텐트마다 모래가 석자 석치나 쌓였다.

모래를 치워내고 털어내고 한바탕 한 후에야 
우리는 늦은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독일 슈방가우에서 맞았던 비바람에 이어 
모래바람까지 맞아보고...

진짜 다이나믹한 여행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