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아기자기했던 마을 칼라파테 El Calafate 를 떠나
좀 더 작은 마을 엘 찰텐 El Chalten으로 가는 길이다.
아르헨티나 남부지역, 파타고니아 지역은 바람이 세기로 유명하다.
그러다보니 도로를 달리다보면,
아래와 같은 표지판을 보는 경우가 많다.
실감나게 그려진 표지판.
엘 찰텐으로 가는 도중에도 이런 색감을 가진 호수가...
정면에 보이는 산은 단층을 잘 보여주던 산이어서 졸지에 지리 강의가 있었다는.
드디어 멀리 피츠로이 Fitz Roy가 보이기 시작한다.
엘 찰텐 마을로 들어가기 초입에 있던 전망대에 내려서 잠시 숨을 고른다.
피츠로이는 세계 5대 아름다운 봉우리 중 하나라고 한다.
멀리서 봐도 역시 그 명성이 틀리지 않은 듯.
세계 5대 미봉을 다 외우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스위스의 마터호른까지 합쳐 2개의 미봉은 본 것^^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늘 느끼는 것은
'아이들은 아이들!'이라는 것.
아무리 좋은 풍경도 어른만큼 '아~ 좋다~' 이러면서 보기보다는
풍경을 보는 건지, 그냥 노는 건지 구분이 안가는 행동을 한다는 것.
하지만 나중에 얘기를 하다보면
어른인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오늘도 두 아들은 세계 5대 미봉 중 하나를 앞에 두고도
여전히 장난치며 놀고 있다^^
전망대를 떠나 마을로 들어가기 직전 Info 센터를 하나 만나서 들어갔는데
여기는 자동차 여행자를 위한 곳이 아닌지 마을 안에 있는 센터로 가라고 안내를 해준다.
그래서 마을에 있는 info 센터에 들러 지도도 받고 캠핑장도 안내받았는데
3군데 모두 가 본 결과, 우리는 도저히 있을 수 없겠다 판단하고
- 세 캠핑장이 모두 그늘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시설도 열악^^;: -
마을에서 좀 더 떨어진 캠핑장을 찾아가 보기로 하고 go go~
그런데 마을을 벗어나자 마자 이런 비포장 길이 나타났다.
비포장 길이 무서워 칠레 가는 것도 포기했는데 또 만나게 될 줄이야 ㅠㅠ
마을을 벗어나 30여분을 달리자 캠핑장이 하나 나타났다.
우리가 지도를 보고 선택했던 캠핑장은 아닌데 우리는 여기서 머물게 된다.
왜냐?! 바로!
이런(?) 캠핑장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차를 세워 내려다본 캠핑장을 본 징이가 와!! 환호성을 올리며 좋아라 했는데
통나무를 이용한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많은 캠핑장을 다닌 우리지만
이렇게 자연 친화적인 캠핑장은 처음 만났다.
나무를 이용해서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거워할 만한 시설을 만들다니,
주인이 대단하다 싶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같이 운영을 하는 듯해서 더 놀랐다.
우리를 맞아준 남자 주인은 조용하면서도 친절한 사람이었는데
자기 친구 중에 한국 사람도 있다고 하면서 '안녕하세요?'라고 말해 너무 반가웠다.
이런 먼 남부지방에서 한국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이야.
나중에 얘기를 좀 더 해보니 '김치'도 알고^^
1년 중 8개월 정도 이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사람들이 없어 문을 닫고 여행을 다닌다고.
바람직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네.
이 캠핑장에서 가장 덜 자연친화적인^^ 놀이시설인 트램폴린에 두 모자가 벌써 올라가 있다.
텐트를 치기도 전에 나무 다리를 건너다니며 이 곳 저 곳을 탐방하고 있는 징이.
초록빛 나무와 중간 중간 점으로 박힌 텐트들.
우리도 텐트를 쳤는데 강가쪽으로 치고 싶었지만
우리 텐트를 칠만큼 큰 공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도로가쪽으로 사이트 구축.
도로가 비포장길이라 차들이 다닐 때면
먼지가 많이 피어올라 좀 아쉬웠지만 그 외는 모두 만족!
이 캠핑장 Bonanza 에서
우리 가족은 모두 7박을 하게 되었다.
처음 하루를 자보니 밤에 많이 추웠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서
어떻게든 견뎌보자고 2일을 연장해서 묵다가
결국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계속 있다보니 그렇게 되어버렸다.
캠핑장 바로 옆으로 흐르는 강으로 마실 가는 중.
강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경치를 바라보고 있게 된다.
소음이 거의 없이 강물 흐르는 소리만 듣고 있다보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눈이 녹아 흐르는 강이라 그런지
강물이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가워서 쿨러 cooler나 아이스박스도 없이 다니던 우리는
음료수를 강물에 담가 냉장시켜 먹었다^^
하루는 날을 잡아서 좀 더 북쪽으로 마실을 갔다.
안내 지도를 보면 아주 커다란 호수(Lago del Desierto)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는 길.
가는 도중 측면에서 바라본 구름에 쌓인 Fitz Roy.
봉우리가 안보인다. ㅠㅠ
물빛이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강물을 따라 쭉 올라가면서 몇 개의 호수를 더 만나게 된다.
한참을 달려 목적지인 호수에 닿기 전에 있던 Lago del Desierto 캠핑장.
원래 우리가 점찍었던 캠핑장이기도 하다.
지나치면서 보니 이 캠핑장도 자연친화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이미 Bonanza 캠핑장에 마음을 뺏겨버린 우리 가족에게는
그저 하나의 캠핑장으로만 보일 뿐
호수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물빛이 반짝반짝한 초록빛.
드디어 Lago Del Desierto. 사막의 호수라...
칼바람 같은 차가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옷을 고수하고 있는 막내 징이.
호수를 둘러보기 위해 가볍게 산책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택한 길은 언덕을 넘어가는 길이었는데 저 아래 나무가 조금 이상해보여 찍었다.
누군가 나무에 재미난 표정을 만들어주었네^^
호수 물이 언젠가는 이곳까지 들어왔었나보다.
거의 말라붙은 시내 위로 부서져가는 통나무 다리
이끼가 꽤 높이까지 낀 나무들..
문득, 영국 하이랜드에서 갔던 Fairy Tale이 생각났다.
닭날개는 무엇을 저리 보고 있는 걸까?
저 멀리 칠레 땅이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
바다같은 호수
아이스한 바람과 탁 트인 호수에 기분 UP된 순타와,
그런 큰 아들을 보며 같이 기분이 UP된 불닭이 같은 위치에서 사진 한 컷씩~~
산책을 마치고 다시 호수 초입까지 나오는 길에 아까 보았던 재미난 나무 가까이 가보았다.
대단한 센스의 누군가 이렇게 해놓아겠지?
즐겁다^^
빙하 호수에 손 한번 담가보겠다고 나선 불닭.
손이 시려워 오래 담그지 못하지만 아이처럼 웃는 맑은 미소... 를 찍기 위해
몇 번이나 포즈를 취해야 했다는 뒷 얘기가... ㅎㅎ
다음 날,
어제 날이 흐려서 못봤던 Fitz Roy를 보기위해 다시 5km 정도를 달려온 곳.
멋진 봉우리를 보며 여행 떠나기 전 클라이밍 센터를 두 달 다닌 기억이 난 불닭.
하지만 그냥 침만 꿀꺽 삼켜야 하는 초보자이니 어쩌란 말인가...
두 아덜의 연출.
이제 차를 돌려 우리가 머물던 캠핑장을 지나쳐
엘 찰텐 마을쪽으로 가면서 남겨둔 폭포를 보러 가기로 한다.
그런데 웬 말들이 큰길로 따가닥따가닥 달리네.
얘들아 ! 비켜라~
마을 거의 다가서 도착한 초ㄹ~리쇼 폭포 푯말.
아르헨티나 남부에서는 LL 발음을 'ㅅ'으로 하는 듯.
폭포 가까운 자리를 차지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던 4인 덕분에
멀리서 당겨 찍은 컷.
- 급기야 나중에는 남녀 모두 수영복 차림으로 찍더라는 ㅎㅎ -
페이스북에 남긴 후배님께서는 이 사진을 보며 포스가 느껴진다고 했던가?
지금 다시 보니 그런 것 같기도.
결국 Fitz Roy를 보러 산으로 더 올라가면서야 폭포의 모습을 제대로 담을 수 있었다.
폭포 위쪽으로 올라와서도 Fitz Roy는 잘 보이지 않았다.
보고야 말리라는 의지를 불태우는 불닭덕분에 계속 오르던 가족들.
하지만 마미와 징이가 너무 힘들어해서 두 사람을 남겨두고 불닭과 순타만 더 올라가 보기로.
몇 개 봉우리를 쫓아 올라온 순타가 저 아래에 있는 징이를 향해 수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 저 언덕만 넘으면 Fitz Roy가 더 잘 보이지 않을까? 해서 올라온게 벌써 40분째이지만
산 너머 산이라고,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Fitz Roy.
불닭을 따라 온 순타가 헐크로 변해가려는 순간!!
하는 수 없이 오늘의 하이킹은 여기까지로 만족하고 하산할 수 밖에.
아들내미 심사를 건드려 좋을게 하나도 없다는 교훈을 되새기며...ㅎㅎ
내려가는 길에 폭포 바로 위에서 각자 폼잡고 사진 찍기 놀이.
'쿵푸 팬더 놀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본 엘 찰텐 마을.
멀리서 바라보니 고즈넉한 풍경이다.
내친 김에 엘 찰텐까지 와서 마을 입구의 이정표에서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Fitz Roy가 멀리 서 있다.
(어.. 이 사진을 올리면 순타가 뭐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서두...)
난닝구맨이 된 순타.
하루 일정을 마치고 캠장에 돌아오니
평소에는 운행(?)이 안되던 아주 긴 Rope Sliding을 아이들이 타고 있다.
우리가 돌아오는 것을 본 캠장 주인의 배려로 징이로키도 타 보게 되었는데...
타기 전에는 오금저려 하더니,
출발하자마자 의연하게 엄지를 치켜들려고 한다.
엄청 재미있었다고^^
저녁밥을 지어먹고, 시작되는 즐거운 캠프파이어 시간.
닭날개와 순타는 어떤 재미있는 얘기를 나누고 있을까?
전기를 쓸 수 없으니,
모닥불에 몸을 데펴서 잠자리에 들어야 그나마 추위를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어서
매일 저녁 모닥불을 피웠지만
불앞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시간만큼
소중한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닭날개 뒤쪽에 앉은 아해들이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나비족들처럼
장작불을 앞에 두고 뭔가 기원하고 있다.
튀어나온 불꽃이 느린 셔텨에 긴 흔적을 남긴다.
하늘엔 은하수가 흐르고 지상에는 불꽃이 흐르고 ^^
엘 찰텐에서의 길고도 짧았던 7박의 Eco 캠핑을 마치고
다시 북쪽으로 향해 출발한다.
차를 달리며 점점 뒤로 처지는 Fitz Roy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멋진 산 Fitz Roy야! 안녕 ~ 네가 그리울거야.
오늘 우리가 갈 곳은 '꾸에바 데 로스 마노스'Cueva de Los Manos .
아! 기분좋게 Fitz Roy와 헤어지는 이 때만 해도
지금 가는 이 길이
우리의 아르헨티나 자동차 여행 중
최대 고난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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