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목적지 Cueva까지 가는 길을 지도에서 확인하고 출발을 했다.
Bonanza 캠핑장 주인이 우리가 Cueva까지 간다고 하자,
'Good!' 이러면서 'very far'이렇게 말을 했다.
그 의미를 아주 나중에서야 알 수 있었으니...
언제봐도 '진정한 용자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자전거족.
오토바이족들도 대단하긴 하지만 자전거족은 정말이지 한단계 위!
자전거족을 제치고 얼마가지 않아 도로공사 표지판이 보인다.
그 쯤에서 주유소가 보여 주유를 하러 들어갔더니 기름이 없다고 ㅠㅠ
아직 여유가 있어 그냥 출발을 하긴 했는데...
어헉, 이게 모야. 완전 비포장 길.
열심히 도로 포장을 하고 있나본데 언제 완공될지는 모르는 일.
으이구,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이제 곧 포장도로가 나올까? 나올까? 하며 가는데 길은 끝이 보이지 않고
돌이 튀겨 차량을 때리는 소리에 애간장이 녹는다.
차가 분해 안되고 견딜랑가...
짐도 가득, 사람도 가득. 과연 타이어들이 견딜 수 있을까...
앞서 간 SUV들이 피워 올리는 먼지바람.
으흑흑, 이 차는 걍 승용차이면서 컴팩트한 차라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구 속도를 올리는 불닭때문에
닭날개는 좌불안석, 스트레스 상승!
기름이 떨어질 때까지도 이런 자갈길을 달려야 하는 건지,
주유소는 언제 나타날 지 몰라서 가족 모두 마음을 졸이며
뜨거운 열기에도 에어컨도 켜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줄줄 흘러내리는 땀에 푹 젖는다.
헉헉헉
그렇게 두어 시간을 달리니 드디어 포장된 도로와 만났다.
'꺄호~'
모두들 너무 기쁜 나머지 환호성을 올리고 거짓말 조금 보태 눈물도 찔끔!!
이제 주유소만 만나면 된다.
포장도로를 달린지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눈에 익은 지명이 나온다.
그리고! 드디어! 반갑고 반가운 주유소를 만난다.
엘 찰텐부터 거의 네 시간을 달려오면서 본 주유소는 이것 포함 딱 두개였는데,
비포장길 초입에 보았던 주유소에는 가솔린이 다 떨어지고 디젤밖에 없어서
결국 지나칠 수 밖에 없었고.
커헉~ 거의 연료가 바닥난 상태에서 만난 주유소.
다른 주유소보다 많이 비쌌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처지가 아니니 가득 가득 넣을 수 밖에.
이 주유소는 레스토랑 겸 편의점 겸 그렇게 운영이 되고 있었는데
세 갈래 길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는 오아시스 같은 느낌.
우리도 여기서 화장실도 가고 오랫만에 시원한 음료수도 사먹고
잠시 쉼을 가졌다.
여기부터 앞으로 약 20km 비포장길을 더 달려야 Cueva에 갈 수 있다고 직원이 말해준다.
또 비포장? ㅠㅠ
시간은 이미 4시가 다 되었고,
잠시 불닭과 닭날개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한다.
또 비포장 길을 달려야 하는 압박감에 지나치자는 불닭과
그래도 고생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가보자는 닭날개가 잠시 의견충돌을 하더니
'가기로' 합의.
고생한 것이 아깝기는 불닭도 마찬가지인지라 비교적 쉽게 의견이 좁혀진 것.
자, 다시 자갈길이다~ 다시 달려보자~ 으자자자자~
그런데!!! 이번 자갈길은 상태가 더욱 더 안좋다.
자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돌들이 도로 곳곳에 포진해 있으면서 차를 때리는데...
오늘 달려온 길에 대한 생각이 싹 사라질 정도로 ㅠㅠ
그래도 길 때문에 스트레스 만땅을 기록하는 불닭이
무슨 오기가 났는지 끝까지 가보자고 해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가족들...
포장도로 같으면 금방 올 길인데 자갈길을 달리지 못하고 엉금엉금 오다보니
벌써 출발한지 1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표지판이 보이는 걸 보니
거의 다 왔나 보다.
드뎌 크지 않은 협곡이 보이고 그 옆에 사람이 지은 집이 보인다.
사무실이겠지. 우리의 목적지다!
돌아 돌아 내려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이리저리 둘러보는 가족들.
오후인데도 뙤약볕이 그대로 내리 꽂힌다.
설마 저 아래까지 내려가서 보는 것은 아니겠지? ^^;: 라며 사무실에 들어가 봤더니...
이 곳에서는 개별 관람이 가능하지 않고 매 시간 있는 투어를 이용해야 했다.
우리가 5시 조금 넘어 도착했기 때문에 6시 투어를 해야 했고.
이 곳에서도 외국인은 좀 더 비싸게 받는 투어비를 내고 ㅠㅠ
6시까지 사무실 한 켠에 있던 유적지 관련 전시를 둘러보면서 기다렸다.
전시에 의하면,
13,000년 전 ~ 9,500년 전 사이에 이 곳에 살던 사람들이 동굴에 벽화를 그렸는데
이 것을 19세기에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최초로 발견을 했고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수렵의 증거(?)가 되는 등 여러 가치 때문에
1999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록이 되었다는 것.
작은 전시장이었지만 대강이나마 미리 유적지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세 모자 뒤로 보이는 구릿빛 얼굴의 처자가 오늘 우리를 안내할 가이드.
우리 가족을 위해 매번 똑같은 설명을
에스파뇰과 영어로 두번씩 반복하며 안내를 해주던 처자.
외국인이면서 아이들이어서 그랬는지
두 아들에게 이름도 물어보면서 친밀감을 보여주던 '파멜라'.
아주 친절하고 쾌활한 처자 덕분에 투어가 더 재미있었다.
우리 두 아들은 너무나 뜨거운 햇빛 덕분에 투어 초반부터
투덜투덜 & 지친 모드로 진입.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이드 누나를 제일 일등으로 따라다니더라는^^
오늘 우리가 볼 유적은 다행히 협곡 아래까지 내려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조금 내려와
쭈~욱 옆으로 옆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며 보는 것이었다.
마침 태양이 마구 비칠 때라 그늘이 거의 없는 곳을 따라가며
설명을 듣고 이동하고 그렇게 반복하다보니 조금 힘이 든 것도 사실.
하지만!! 흥미진진한 유적임에는 틀림없다.
9,000년도 더 전에 사람들이 바위와 동굴에 손 모양을 그려놓은 것이라는데
보존 상태가 너무 좋다.
보이는 손은 대부분 왼손인데
왼손을 바위에 대고 오른손으로 그 형태를 따라 그렸기 때문이라고.
그럼 주로 오른손잡이라는 말이네?!
주로 손모양 그림이 주를 이루었지만 중간 중간에 동물들 모습도 보인다.
사냥을 주로했던 부족이었던 걸 입증하는 그림
색깔을 내는 재료는 돌을 곱게 갈아 사용했는데
주로 붉은 색이 많았고 간혹 검은 빛을 내는 것도 보였는데
염료의 원료가 된 돌의 성분에 따라 색깔이 달라졌다고 한다.
여름이라 해가 늦게 지는 덕분인지 오후 늦은 시간 투어였는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이 곳 벽면에 보이는 그림들은 빛깔이 곱고 좀 더 선명하다. 햇빛을 좀 덜 받기 때문일 듯.
배가 불룩한 동물은
새끼를 밴 와낭코(Guanicoe - 아르헨티나 야마)를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
달이 몇번 뜨고 지면 새끼를 낳는 나는 것을 그렸다고 하는데
설명들은 것이 가물가물...^^;:
저 끝까지 벽화가 계속 이어지는데 넘 뜨거워서 차츰 집중력이 흐트려진다.
게다가 영어 설명도 100% 알아들을 수 없고 ㅠㅠ
중간에 손가락이 마치 세 개인 듯한 것은 사람의 손이 아니라 동물의 발.
타조라고 했던 것 같은데...
여기있다!! 파멜라가 설명해줘서 찾은 손가락 6개인 손.
반대편에 보이는 경치를 보며 잠시 숨을 고르다 보니 드디어 투어가 종료~~~!^^
다시 사무실로 나오다 가이드였던 파멜라와 한 컷.
징이로키는 힘들다며 혼자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서 없음^^
이제 재미난 투어도 끝나고 오늘 잠자리를 구하는 게 급선무.
다행히 해가 지려면 한 두시간 여유가 있어
가장 가까운 도시인 뻬리또 모레노(Perito Moreno)까지 달려가기로 한다.
Cueva 유적지에서 나오는 길도 당근! 비포장길.
오늘 완전히 차가 고생이다. 해체되지 않고, 펑크도 한 번 안난게 이상할 정도^^
게다가!!
유적지를 나와 북으로 방향을 잡고 비포장길을 달리다
협곡 아래로 내려가다가 차가 스핀된 것은 오늘 주행 중 정점!!
(자갈길을 속력을 줄이지 않고 앞차를 앞질러가면서 마구 내달리다가 차가 통제를 벗어난 것. 주변에 방어막 들이 있어기에 다행이지... ㅠㅠ)
그러고 나서 다시 포장길이 나왔을 때는 모두들 조용.......
여행 중 어려운 점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얘기거리가 생겨서 잘 됐다고 해야 하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하면서 우리 차의 그림자를 찍어본다.
Puerto Moreno에는 캠장이 몇 군데 있었는데
이번에도 우리가 찍은 캠장은 자취도 없고(도대체 왜 이러지?),
municipal로 갔더니 다행히 여름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고 리셉션도 하고 있다.
게다가 가격도 아주 착한^^
늦게 도착한 터라 전기가 있는 사이트가 마땅치 않아
본의 아니게
두 개의 텐트 사이에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게 되었는데
옆 사이트에 있던 마음씨 좋은 가족이 차를 이동시켜줘서 편하게 사이트 구축.
다음날,
두 가족 다 텐트를 챙겨 다른 곳으로 가느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우리는 북으로 이 가족은 남으로 가는 중.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은 채로 몇 마디 나누다 사진까지 같이 찍었다.
오랫만에 이웃과 살갑게 지낸 느낌?!
municipal 캠핑장 전경.
작은 규모였지만 옆에 호수(? 저수지?)도 있고 나무도 많고 나름대로 괜찮았다.
우리의 목적지는 Esquel.
네비 아줌마는 Ruta 40을 타고 가라고 하는데 가다보니 막아놓았다.
다행히 비포장길이 없어지고 도로가 포장된 듯.
하도 비포장길을 달려서 '와! 오늘 행운이다'하며 기분좋게 달리는데...
이런, 이런!
포장도로가 끝이나며 다시 비포장길이... ㅠㅠ ㅠㅠ
한참을 달리다 다시 포장길이 나타나기도 하면서, 계속 이어지는 도로.
앞차 먼지로 뿌옇게 흐린 시야.
오늘도 얼마나 이런 길을 달려야 하는 건지...
Ruta40 을 달리다 중간에 들른 조그만 마을의 주유소 아저씨가
조금 둘러가지만 포장길이 있다며 가르쳐주었다.
덕분에 더이상 비포장 길을 만나지 않고 목적지까지 Go~~
드뎌 도착한 Esquel의 캠핑장.
마을 초입에 있어서 찾기도 쉽고 사이트도 넓고 잔디라 맘에 쏙 든다.
덕분에 이 곳에서 2박을 하기로 하고 첫날은 느긋하게 보냈다.
다음날,
우연히 칼라파테에서 옆 사이트에 있던 아주머니 두 분을 만났다.
우리보다 먼저 이 곳에 도착해서 머물다 오늘 떠나신다고.
이 곳을 떠나 바릴로체 위까지 갔다가 부에노스로 돌아가신다고 한다.
아주머니들도 우리를 기억해서인지
우리가 처음 이 곳에 왔다고 하자 좋은 곳을 소개해 주신다.
그래서 아주머니들이 소개해주신 호수를 가보기로 하고 일단 인포센터에 들러보았다.
닭날개는 교통 표지판 찍는 걸 좋아한다.
각 나라마다 비슷하면서도 독특해서 재미있다고^^
공원 초입에서 입장료를 내고(National Park라 입장료가 있다고.. ㅠㅠ)
입장하면 목적지인 Los Alerces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목적지에 도착해 하루 놀고 갈 적당한 위치를 안내받기 위해서 인포센터에 들렀다.
방명록에 흔적 남기기 놀이를 이 곳에서도^^
인포센터 바로 옆 호수로 가보았다.
호수라고 하기에는 역시나 너무나 넓고 파도(?)가 세다.
게다가 그늘이 하나도 없네.
마치 한여름 해수욕장에 온 듯한.
물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두 아들을 대신해 닭날개가 먼저 물에 들어갔다.
엄청 차갑다고...
그 차가운 물에 들어가서 수영하는 저 사람들은?
그늘이 하나도 없던 beach를 떠나 다른 곳으로 더 가보다가
차량 몇대가 세워져 있던 곳에 우리도 주차를 하고 호숫가로 내려왔다.
그런데!!
넘 좋은 자리를 찾은 것이었다.
호숫가 바로 앞에, 큰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어
자리를 깔고 쉬기에 최적의 장소였던 것.
우리가 자리를 잡고 있은지 얼마되지 않아
몇몇 가족들이 더 와서 우리를 보고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더라는...
아마도 아는 사람만 아는 좋은 장소였나보다^^
닭날개는 그늘에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고
깨끗한 호숫물을 본 징이로키는 마음이 바뀌어서 수영을 하러 들어가고.
처음엔 차갑다고 그러더니 일단, 물에 들어가니 좋은 듯^^
'아빠! 들어와~~'하며 아빠를 호출하는 징이로키.
형아와 놀고 싶지만 순타가 들어가지 않으려고 해서
불닭이 대신 들어가서 부자가 수영을 즐기고 있다.
눈쌓인 산을 바라보며 눈 녹은 물이 가득찬 호수에서 수영을 하다니... 좋겠다!!
우리가 거쳐왔던 우슈아이아는 말할 것도 없고
칼라파테, 그리고 그 위 북쪽의 마을에서도 물이 너무 차가와 수영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 곳은 여름에 반짝 수영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1월이면 한창 여름인데도 물은 차갑다고 하니 다른 계절에야 오죽할까.
호숫가 좋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하루를 푹 잘 쉬다 다시 캠핑장으로 귀환.
또 길을 떠난다...
남미의 알프스라고 불린다는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를 향해 가는 길.
바릴로체는 Rio Negro주에 속해있다.
바릴로체로 가는 도중 만난 내륙 지방의 마을들, 산들도 볼 만했다.
특히 노르웨이에서 봤던 트롤 인형같은 인형을
쭈~욱 늘어놓은 가게가 있던 마을(이름이 생각이 안난다. ㅠㅠ)은
또 다른 인상을 남겨주었다.
우리의 목적지가 아니라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으니 더 아쉬울 것일 수도.
세상은 볼 만한 곳이 참! 참! 많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면서
드디어 바릴로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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