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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아르헨티나

77. 아르헨티나 - Argentina 남부 자동차 여행2. Valdes & San Julian

by 여행숲 2013. 2. 5.

나무도 얼마 없는데다 모래로 가득한 캠핑장을 뜨겁게 달구던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자 슬~ 추위가 다가왔다.
그리 센 추위는 아니었지만 침낭없이는 오돌오돌 떨 정도는 된 터라
전기요를 깔고도 모두 자기 침낭을 덮어쓰고 잤다. (아니, 여름에 이래도 되는 건가? ^^;:)


그런데 문제는 추위가 아니었다.
새벽녁에 바람이 심하게 부는 듯해 일어난 닭날개(마미)가 보니
텐트 팩이 몇개 뽑힌 듯해서 불닭이 나가서 팩을 새로 박았다.  

그리고 다시 잠을 청했는데....

이런, 이런, 이런!!!
너무 심하게 텐트가 흔들리고 바람소리가 요란해 다시 눈을 떠 시간을 보니 7시경.
이미 텐트 한쪽이 허물어져가고 있었다.
우리 가족이 깔고 누워있는 방은 사람의 무게로 인해 버티고 있었지만
거실쪽은 팩이 뽑히고 바람이 치고 들어와 탁자가 쓰러지고
텐트안 물건들도 쓰러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ㅠㅠ

부랴부랴 불닭과 순타가 나가서 텐트를 바로 세워보려고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물이었고,
바람과 비는 점점 더 세어졌다.
어쩔 수 없이 이 난리중에도 곤한 잠을 자던 징이로키를 깨워 옷만 겨우 입혀
텐트를 탈출해야만 했다. 아무 물건도 챙기지도 못하고 몸만 겨우 빠져나왔으니....

텐트를 탈출해서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
닭날개와 징이로키를 차 안에 태우고
불닭과 순타가 겨우 잡고 있던 텐트를 가라앉혔다.
그렇지 않으면 폴대가 부러져 텐트가 완전히 망가져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텐트가 날아가지 못하게 탁자, 돌멩이 등 무거운 걸 올려놓아
임시방편으로 해놓고 모두 차 안으로 피신!!!


빌려온 텐트인데 다 망가질까봐 마음이 안절부절인 닭날개와 불닭.
유럽 캠핑 6개월에도 이렇게 심한 경우를 당해보지 못해 마냥 놀란 순타와 징이로키.
네 사람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매서운 바람과 비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손가방조차도 가지고 나오지 못한 채 몸만 빠져나와 비바람이 잦아들 때만 기다렸지만,
어느 순간 이대로 기다려서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물건을 하나 둘 가져오고 텐트도 대충 접어 완전 철수를 했다.
물론 조그만 차가 마구 집어넣은 물건들로 터져나갈 정도여서
네 사람이 겨우 앉을 자리만 확보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우리 사이트 앞에 있던 캠핑카에 연결했던 차양막이 팩이 뽑혀 마구 휘날리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앞,
사방이 툭 트인 곳에 쳤던 조그만 텐트는
두 남정네가 날아가기 직전에 텐트를 접느라 고생고생하더라는... ㅠㅠ

차 안에 갇혀 있은지 2시간이 지나가도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비바람이 조금이라도 잦아들어야 텐트를 다시 치든지 말든지를 결정할텐데
이건 완전히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처럼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왕 이렇게 된 것, 고래나 보러가자~~라는 결정을 했다.
발데스 반도는 펭귄도 있고 고래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지 않은가!
원래 생각했던 오늘 일정이 섬을 돌아보는 것이었으니 그대로 추진하기로 한 것.
어제 인포센터에서 만조시간이 11시30분경이라고 했으니 
지금 떠나면 넉넉할 것 같았다.
그렇게 결정하니 마음도 편해졌다. 


그래서 우리는 
모래가 가득 묻은 물건들과 텐트를 가득 실은 차를 몰고
고래가 보인다는 섬의 남쪽 전망대로 차를 몰았다.


발데스 반도는 군데 군데 비포장 도로가 많은데 오늘 우리가 가는 코스는 모두 비포장 도로. 음... 고래를 볼 수 있다는데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하며 처음 도착한 펭귄 서식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본 펭귄이랑 여기 펭귄이랑 비슷비슷한 듯^^
차를 몰고 가다 펭귄 표시가 있는 곳으로 가서 차를 세우자마자 바로 보이는 펭귄들.
펭귄을 만지거나 먹을 것을 주지 말라는 안내문만 있고 입장료를 받거나 그런 것도 없다.
케이프타운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펭귄을 만나게 될 줄이야.


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을 쳐다보는 우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펭귄들은 자기들끼리 바쁘다^^
그런데, 춥기는 진짜 춥다.
우리는 어제 잠들었던 반팔 반바지 차림에 겨우 잠바만 걸친 터라 얼어죽는줄 알았다.
그래서 좀 더 펭귄곁에 머무르고 싶었지만 추위때문에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웠다는...


그리고 다시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바로 고래가 출몰하는 것이 보인다는 남쪽 전망대

이 곳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단체 관광객이 대다수.
그런데 모두들 두툼한 오리털 잠바같은 것을 입고 긴바지에 장갑까지 끼고 있
었다. 

그런데 우리만 ㅠㅠ


양말도 못신고 맨다리를 내놓은 슬픈 우리.
아침의 참사때문에 이렇게 입고도 고래를 보겠다고 칼바람에 맞서고 있다니....


오돌오돌 떨면서도 안내 표지판까지 열심히(?) 읽고 있는 두 아들, 고생한다~~~~


오늘 과연 고래를 볼 수 있을까?
만약 본다면 2012년 마지막 날을 오래 기억할 이벤트가 될 텐데... 글쎄...


무섭게 펄럭이는 아르헨티나 국기와 날아갈 것 같은 세 모자. 


꿩 대신 닭? 고래 대신 물개? 


고래한번 보겠다고 오매불망 망부석이 될 뻔한 모자.


하지만 우리는 결국 고래를 보지 못하고 아쉽게 돌아서야 했다. 
위 표지판에 의하면 최근에 고래가 목격된 날자가 12/23일이었다고 하니
오늘까지 근 7일정도 고래가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다. 

아침 참사에도 불구하고 만조시간을 맞춰서 왔지만 고래와의 인연은 없는가보다.
그렇다고 우리 가족이 물러설 것인가?!!

어제 인포센터에서 알려준 두번째 전망대로 가보기로 하고 다시 비포장 길을 달렸다.


발데스 반도의 북쪽에 있는 또 다른 고래 관측 전망대


이 곳 역시 바람이 거세긴 마찬가지. 


반바지 차림의 꿋꿋한 두 아들


이 곳에서는 고래를 볼 수 있을까나~~~


고래를 못봐도 순타가 기분이 좋은 이유는?  
음.... 하늘 가득한 구름과 푸른 하늘, 그리고 바람 때문인 듯.


열심히 고래를 관측중인.... 아니, 바다 사자를 관측중인 징이로키^^


이 바닷가에 있는 바다 사자에 대한 안내문.
큰 녀석은 몸무게가 자그마치 300kg이 넘는다고...


고래가 나오든지 말든지^^ 너무나 멋진 바다 풍경


바닷가 앞에 점점이 있는 녀석들이 모두 육중한 몸무게를 자랑하는 바다 사자들이다. 


추위에 떨면서도 만조시간 전후해서 또다시 고래를 기다려보는 3cho


전망대 오른쪽으로도 쭉 앉아(누워)있는 바다 사자들


아! 하늘과 바다는 왜 이리 이쁜 빛깔을 보여주는 거야? 우리는 고래를 원한 것 뿐인데. ^^;:


참다 참다 이제 모자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닭날개와 징이로키.
그 사이에 꿋꿋한 척(?) 있는 순타.


불닭과 순타가 철수한 뒤에도 전망대에서 떠날 줄 모르고 오돌오돌 떨고있는 두 모자.
고래야~ 저 모자의 정성을 봐서라도 얼굴한번 보여주렴~ 아님, 꼬리라도 좀... 


역시 이 전망대에서도 '고래대신 바다사자'만 실컷 보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비록 고래는 보지 못했지만 평소 볼 수 없는 펭귄, 물개, 바다사자 등을 본
신나는, 하지만 좀 많이 추운 우리의 섬 일주였다.


고래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다시 이런 비포장 길을 달려 캠핑장을 돌아왔다.
 캠핑장쪽은 바람은 조금 잦아들고 비는 그쳤는데 이런!
우리가 텐트를 쳤던 곳에 다른 사람이 텐트를 쳐 버린 것이다.

그래서 다시 텐트 칠 장소를 물색하느나 캠핑장을 왔다 갔다 하길 10여차례나 했지만
마땅한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가진 텐트가 키가 높은 텐트라 바람에 약해 최대한 바람을 피할 장소가 필요했는데
도저히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런 자리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게다가 바람은 또다시 강해지고 있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방 한조각씩 먹고 버틴 아이들을 위해 밥을 해먹이려니
텐트를 치지 않고는 그럴 사정도 되지 않는 진퇴양난의 사태. 

그래서 불닭과 닭날개는 임시로 큰 캠핑카 옆에 최대한 붙여 텐트를 쳤다.
일단 텐트를 치고 견딜만하면 견뎌보기로 하고. 하지만 바람이 만만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겨우 밥을 해서 모래바람속에 아이들과 식사를 하고는
바로 텐트를 다시 접어야 했다는... ㅠㅠ

이 캠핑장에서 3일을 머물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이런 상태로는 힘들 것 같아,
오늘만 지나고 다시 길을 떠나기로 하고 오늘은 차 안에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여행 떠난 이후 처음으로 노숙을 하게 된 것인데, 하필 
2012년의 마지막 날이다.
조금은 슬퍼질 수도 있는데... 식구 누구도 그다지 비관적으로 슬퍼하지 않았다는... ㅎㅎ

차 안에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밤 12시를 맞았는데,
새해를 불꽃놀이로 축하하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풍습 덕분에
이 곳에서도 소박한 불꽃놀이를 보게 되었으니
아마 평생 잊지못할 새해 맞이가 될 것 같다.
 


드디어 2013년 1월 1일의 해가 떠올랐다.
우린 쓸쓸히 발데스 반도를 떠나게 되었지만 아침 해는 늘 아름답다.


오늘 우리가 목표로 한 곳은 Bosques Petripicados.
독특한 지형으로 멋진 곳이라고 추천받아 가는 국립공원이라 기대가 된다.
(위 지도는 그 국립공원을 지나 오늘 최종 목적지가 된 San Julian까지의 여정)


가도 가도 '끝~없~는' 동시에 '쭉~뻗~은' 도로


도로 표지판은 좌우로 빠져나갈 것을 권하지만^^ 우리는 쭉~~~ 직진~~~~


황량한 풍경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오른 쪽


왼편엔 바다가 있어서 그나마 조금은 볼거리를 만들어준다.


마을도 하나 없는 길을 끝도 없이 달리다가 이런 마을을 만나면 반갑다.


멋진 거대 소방관 동상.
 많은 마을에서 소방관에 관련된 조형물을 많이 보았다.
고되고 어려운 일이지만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살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들의 존경을 표시한 것이리라 짐작하면서 괜히 우리나라 생각이 났다.


아주 작은 유전시설이라고 해야 하나? 


도로 옆으로 야생동물들이 많이 보인다. 주로 야마(llama).
야마를 실제로 보게 되다니...


드디어 나타난 캠핑장 표시. 그런데 다시 이 곳부터 비포장 도로이다 ㅡㅡ;:


국립공원은 포장도로에서부터 약 50km 비포장도로를 달려오라네.... 
저 표지판을 보면서 어떻게 겨울에 open시간이 더 길지? 라며 잠시 의문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 곳이 남반구라는 것을 거의 동시에 깨달으며 아하!!하며 웃었다.
사람의 고정관념을 몸소 체험^^


차량에 아랑곳하지 않는 타조 한 마리.


이 말들은 야생 말일까? 유난히 이 도로 주변에 말들이 많았다.


우리가 달려 온 비포장 도로가 아득해보인다.


잠시 도로 중간에 차를 세우고 덜덜거리던 몸도 쉬고 사진도 찍었다.


사람은 사람이 만든 도로를,  
타조들은
 타조들의 길을 가고 있다.

 

저 멀리 독특한 지형의 국립공원이 보인다. 


드뎌! 캠핑장까지 다 왔다~~~
여기서 국립공원까지는 다시 20km를 더 가야 한다네.
하지만 이 캠핑장이 국립공원 인근에 있는 유일한 캠핑장이라
이 곳에서 숙박을 하고 국립공원을 방문하기로 한 것.


우리를 환영해주는.... 이 아닌 것 같은데?


역시... 닫힌 문 앞에서 망연자실한 불닭.
여기까지 달려온 거리가 800km 남짓이니 당연한 반응 ㅠㅠ

이 캠핑장에서 우리를 반겨준 것은 멍멍이 한 마리와 야옹이 한 마리 뿐.
주인장은 연말연초 휴가를 간
 것일까?
1월1일이라 혹시나 캠핑장이 안하면 어쩌나~ 하는 맘이 있긴 있었지만
현실이 될 줄이야...ㅠㅠ

주인장이 없어도 그냥 텐트를 치고 하루 자고 가자는 불닭과
허허벌판에서 잘 수 없다는 새가슴을 가진 세 모자 사이에 작은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쪽수에서 밀린 불닭이 져서 
다시 길을 떠났다.
주인이 며칠이나 집을 비웠는지
처음보는
 우리조차 못가게 하는 멍멍이를 두고 떠나려니 마음이 안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30km의 비포장 길을 달려 나와 일직선 포장도로에 접어들었다.
우리가 다음 목적지로 택한 San Julian
까지는 약 200km 정도를 더 달려야 한다. ㅠㅠ
아! 그 캠핑장 덕분에 오늘 1000km를 달리게 되고, 국립공원도 날아가 버렸다.
그나마 여름이라 해가 길어서
어둡기 전에 다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 


다시 달리길 두어시간,  드!디!어! 도착이다. 


puerto라고 적혀있어서 그냥 항구도시이겠거니 했는데 의외로 마을이 깨끗하다.

 

캠핑장 표지판을 보니 눈물마저 날 것 같다.
발데스 반도에서 한방에 근 1000km를 달려 도착한 곳이니 운전을 한 불닭이나 3명의 승객이나 그럴 수 밖에.


이 캠핑장은 어떤 곳일지...
늘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느끼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