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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이집트

62. 이집트 - Egypt, 펠루카의 추억 아스완과 행운의 아부심벨 투어 그리고 룩소르

by 여행숲 2012. 12. 18.

시와에서의 식수가 안좋았던 걸까, 아니면 단골로 갔던 식당의 음식이 안좋았던 걸까? 한번도 아프지 않았던 징이로키가 장염 증세가 있다. 

카이로로 오는 버스에서부터 아프다고 하더니 열이 계속 나면서 힘들어하더니 카이로 숙소에 돌아와서도 화장실을 들락날락한다. 징이로키는 아프면 징징거리는 것도 없이 그냥 조용히 누워서 아파~하는 스타일이라 더 마미와 불닭의 맘을 애태우는데...


약을 먹고 잠시 괜찮아졌는지 그림을 보고 있다. 두 아들은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만화 그리기에 열중하더니 여행 내내 한결같이 열심히 그리고 있다. 


시와에서 돌아와 게스트하우스 오락에서 다시 만난 우디와 마음도 얼굴도 예쁜 여자 사장님


오늘은 아스완 가는 날. 원래는 룩소르까지 갔다가 다시 카이로로 오려고 했는데 룩소르까지 갔다가 아스완을 안보고 오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는 사장님의 조언에 다시 일정을 바꾼 것. 사장님이 강추하는 곳이니 믿어보기로^^

이슬람의 명절이 본격 시작되었는지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덕분에 우리는 원래 끊으려던 1등석을 끊지 못하고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비싼 슬리핑 기차를 타게 되었다. 아이들은 덕분에 최초로 슬리핑 기차를 타게 되었다고 좋아라한다.


드디어 슬리핑 기차를 탔다. 음.. 침대가 안보이네! 나에게 침대를 보여줘~~~


객실 내부에는 간단히 세수나 손을 씻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객실 밖의 복도


이리 저리 신기한 징이로키는 두리번 두리번 구경하기 바쁘다


기차가 출발한지 조금 지나면 이렇게 저녁을 가져다 준다. 


다행히 순타는 배앓이를 하지 않아서 잘 먹지만, 징이로키와 마미는 조심 조심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 (징이로키에 이어 마미도 배앓이 증세가.. ㅠㅠ)


엄마 아빠 객실에 먼저 마련된 침대를 보고 와~~ 하며 보고 있는 징이로키. 기다려~ 너희 객실도 금방 해주실 테니. 아이들 객실과 우리 객실은 중간에 문이 있어서 서로 왕래가 가능하게 되어 있어 편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면 승무원이 와서 이렇게 침대를 만들어 주고 간다. 아래 침대는 불닭이 위 침대는 마미가 쓰기로. 

아스완까지는 약 14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밤새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자는 것이 안락하지는 않다. 소리도 크고 이상하게 급정거 같은 것도 몇 번씩 하고 그러니 편하지 않을 수 밖에. 하지만 앉아서 가는 것 보다는 편안할테니 감사하게 타고 갈 수 밖에.


룩소르가 가까워워자 승무원이 우리를 깨우러 왔다. 원래 우리가 룩소르까지 가는 표를 끊었기 때문인데 우리는 일정을 바꿔 아스완까지 가기로 해서 승무원에게 얘기를 하고는 그냥 계속 잠을 잤다. (카이로에서 룩소르를 가는 차비나 아스완까지 가는 차비나 동일하다. 그래서 일정을 바꾼 우리가 그냥 타고 갈 수 있었던 것)룩소르에서 아스완까지는 다시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룩소를 지나면 다시 승무원이 객실마다 아침을 주러 오는데 위와 같이 빵이 아침이다.


드디어 아스완에 도착. 열차 외관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지만 내부는 그럭저럭 괜찮다.


아스완에 와서 비내리는 이집트를 보게 되다니...


한국 여행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만수에게 연락하여 그와 함께 호텔로 갔다. 룩소르는 만도, 아스완은 만수라고^^ 누가 이름을 이렇게 촌스러운 이름들을 지어 주었는지...

내친 김에 만수씨한테 아부심벨 가는 투어까지 모두 예약을 했다. 우리는 보통 새벽 3시쯤에 떠나는 투어가 있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오늘은 밤 12시에 출발한다고 한다. 일년에 두 번 있는 특별한 아부심벨을 만나는 날이라고... 우리도 언뜻 그런 날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일부러 맞추고 온 거는 아닌데, 엄청난 행운이 우리한테 저절로 온 것이다^^

** 아부심벨은 강력한 파라오였던 람세스 2세가 지은 신전인데 일년에 두 번, 그러니까 2월 22과 10월 22일에 해가 일직선상으로 신전 내부의 지성소와 맨 뒷쪽의 조상을 비추게 된다. 현재 아부심벨 신전은 사실 처음 세운 위치에서 약 60m 안쪽에 위치해 있는데 1960년대 아스완 댐이 건설되면서 수몰 위기에 있던 신전을 유네스코의 주도하에 현재의 위치로 옮겨진 것. 약 5년에 걸쳐 신전을 차곡 차곡 옮겼는데 일년에 두 번 해가 비추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장소를 잡는데 엄청 노력을 기울였다고. 그런 노력끝에 위치가 옮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일년에 두 번 경이로운 일이 일어나고 그 걸 보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원래는 2월 21일, 10월 21일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데 이전하면서 하루씩 늦게 나타나게 되었다고 한다.)


호텔 방에서 바로 나일강이 보인다. 나일강 상류라 물이 깨끗하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이는 것도 같다. 투어갈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펠루카를 타려고 했는데 만수씨 말로 오늘 바람이 불지 않아서 펠루카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펠루카를 타고 일몰을 보고 싶었는데 바람이 없어서 안된다는데 어쩌랴... 그래서 아부심벨 다녀와서 펠루카를 타기로 하고 펠루카 알선을 부탁해 놓았다.


우리를 아부심벨까지 실어다 줄 투어차량. 우리 가족과 한국인 커플 한 팀이 같이 가게 되었다.


아부심벨까지 갈 때는 이렇게 한꺼번에 모여서 간다고 한다. 그것도 군인들이 각 차에 한명씩 타고 같이 이동을 한다. 특별한 날이라고 하더니 역시나 투어 차량이 엄청 많다. 그러니 군인들도 많고. 좀 독특한 체험인 듯^^ 얼마전 다녀온 다른 분은 사람이 너무 없어서 널널하게 구경하고 심심하기까지 했다고 하던데.


날아갈 듯이 차를 달려서 새벽 4시가 넘어 아부심벨에 도착했다. 운전 기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졸며 깨며 가다보니  어느덧 도착이다. 이집션들의 과속 & 과감한 운전 실력은 알아줘야 한다.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이라 조명에 의지하며 아부심벨로 간다. 함께 타고 온 커플은 독자 행동을 하길래 우리도 뭐, 그냥 우리끼리^^


드디어 나타난 아부심벨 신전. 멤피스에서 본 람세르 2세의 거상을 일으켜 세워놓으면 저 정도 크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엄청 웅장하고 큰 모습이다.


벌써부터 신전 제일 안쪽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우리는 줄을 설 생각도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찌 어찌 일단은 내부에 서서 기다리는 줄에 합류하게 되었다. 우리 뒤로도 사람들이 쭉 줄을 만들어 바깥에도 줄이 길게 늘어섰다. 

안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때까지 꼼짝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게다가 행사진행요원 미처 설명을 듣지 못하고 온 사람들도 있었는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한참을 서서 기다리자 투덜거리는 소리도 들렸지만 나중엔 그저 서있거나 바닥에 앉아서 해가 떠오르기만 기다렸다. 


해가 떠오르는 기미가 보이자 갑자기 분주해지더니 앞쪽부터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빠른 속도로 앞으로 움직여 람세스 2세와 태양신, 태양을 떠오르게 하는 신, 지하세계의 신이 있는 지성소를 보러 나아간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지성소를 비추기 때문에(대략 20여분이라고 한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이 신비로운 장면을 보게 하려면 총총걸음으로 움직이게 할 수 밖에 없는 듯. 대략 1시간 넘게 기다려서 단 몇 분 동안의 시간만 허용되는, 게다가 정지도 못하고, 햇빛을 가리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냉큼 봐야했지만 신비롭긴 했다. 

거대한 신전에 입구를 통해 햇빛이 들어와 평소에는 햇빛이 비치지 않는 제일 안쪽을 비추는 것도 신기한데 그 신들 중에 지하세계의 신에게는 빛이 닿지 않게 설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고학자들은 이를 두고 고대 이집트의 천문학, 조각, 공학 등이 총 망라된 놀라운 과학기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을 한다고 한다. 


찰나의 시간동안 본 듯 짧은 기억만을 남긴 채 신전 밖으로 나오자 여기저기 팀들이 노래와 춤을 추면서 관광객들의 흥을 돋우고 있다. 단순한 춤인지 어떤 의식인지는 잘 모르겠더라는...


오래 기다리느라 많이 지친 두 아들. 


4개의 거상은 람세스 2세의 20, 30, 40, 50대의 모습을 나타내는 데 30대 석상은 지진에 의해 파괴된 것이라고 한다.


여러 팀들이 서로 다른 옷을 입고 흥겹게 공연을 하는데 이 팀이 가장 인기가 있었다.


8시까지 주차장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다. 얼른 왕비 네페르티티 신전으로 가 본다. 네페르티티는 무척 아름다운 왕비였다고 하는데 람세르 2세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한다.


람세스 2세 아래 선 순타의 모습이 개미만하네^^


여전히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은 징이로키.


네페르티티 신전을 보고 다시 주차장으로 오니 웬겔 우리 차가 안보이네. 같이 차를 타고 왔던 커플과 이리 저리 찾다가 포기하고 있는데 차가 어디에 갔다가 오는지 나타났다.

호텔에서 싸준 도시락을 먹으려는데 이 커플은 어제 아스완에 오자마자 투어를 온 거라서 도시락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대충 우리 도시락의 음식을 나눠주었다. 

음식을 먹고 다시 꾸벅 꾸벅 졸다보니 아스완에 도착^^


오후에 룩소르 가는 기차를 타야 하고 호텔에 맡겨둔 배낭을 찾아서 만수씨 차로 펠루카를 타는 곳까지 이동했다. 


우리에게 도움을 준 만수씨. 우리는 호텔비를 조금 할인받은 것 말고는 대부분 만수씨가 제시하는 요금을 다 주었다.  펠루카는 선장에게 직접 돈을 주면 된다고 하면서 40파운드에 팁으로 10파운드를 주면 되니깐 더 주지 말하고 우리에게 미리 말도 해주었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 경험담을 들으니 특별히 바가지를 씌우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펠루카를 타고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들이 있는 한가로운 풍경


펠루카를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기분이 좋은 징이로키


힘이 들텐데도 좋아서 놓을 줄을 모른다.


역시 상류라서 물이 참 맑다.


느긋하게 바람을 즐기고 있는데 저 앞쪽에서 어떤 아이가 스티로폼 배를 타고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펠루카를 잡고 노래를 불러준다. 처음엔 아이가 장난을 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가지 않고 계속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아, 돈을 줘야 하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돈을 조금 주었더니 우리 펠루카에서 멀어졌다.

아이가 노래를 참 잘 부르고 붙임성도 있어서 비록 돈을 받으려고 노래를 부른 것이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강가에 사는 사람들이다보니 배를 이용하는 것이 많이 보인다. 이집트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를 도와 일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펠루카 선장 아저씨가 사진을 찍으라고 막 손짓을 해주던 유적지. 뭐라고 하긴 하셨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ㅠㅠ


나일강의 범람정도를 측정하는데 쓰인 나일로미터.


나일로미터의 자세한 한 컷.


되돌아갈 때는 맞바람을 헤치고 가야 하므로 펠루카를 지그재그로 움직여 나아간다.


원래 우리가 탔던 선착장까지 가려다 중간에 맥도날드가 보여 선장 아저씨께 세워줄 수 있냐고 했더니 가능하다고 하면서 가까운 선착장에 세워준다. 펠루카를 타고 난 후에 점심을 먹고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펠루카가 예정된 2시간 보다 더 오래 타게 되어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서 부탁을 했는데 흔쾌히 들어주셔서 감사했다. 만수씨가 알려준대로 50파운드를 주었지만 선장 아저씨가 조금 더 달라고 한다. 약속된 2시간 보다 더 탔으니 그 값을 드리는 셈 치고 조금 더 얹어드렸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배앓이를 하는 징이로키가 이집트 음식을 먹으면 더 심해지는데 그래도 햄버거는 괜찮은 듯. 그나마 다행이었다.) 역으로 갔더니 표를 사는 사람들이 많다. 불닭이 줄을 서서 표를 사려고 하는데 아무리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네.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친 마미가 유심히 보니 여성들은 남자들이 표를 사는 것과는 별도로 표를 살 수 있는 줄이 따로 있었다. 우리보다 늦게 온 서양 커플은 여자가 표를 사러 가더니 우리보다 빨리 표를 가지고 돌아서더라는...진작 눈여겨보았으면 마미가 표를 끊을 걸.. ㅠㅠ


드디어 룩소르에 도착. 룩소르에 역에 도착하면 한국 여행객을 주로 상대하는 만도가 있다고 하던데 오늘은 안보인다. 어떻게 할까? 하며 잠시 서있는데 한 이집션 아저씨가 우리를 보더니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 코린이라고 하자 갑자기 만도? 이러는 거다. 우리가 웃었더니 만도가 저쪽에 있다고 하면서 우리보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그 아저씨를 따라갔더니 진짜 만도씨가 있네. 이렇게 쉽게 만나게 되었으니 여기서도 그의 도움을 받기로. 우리가 예상하는 비용의 호텔비를 얘기하니 거기에 맞춰서 호텔을 알선해준다. 그리고 카이로 가는 일등석을 구해달라고 하니깐 역으로 가서 이리저리 물어본다. 하지만 일등석이 없단다. 슬리핑이라도 사야할까 고민했더니 오늘은 없다고 하는데 자기가 내일 다시 알아보고 그때도 표가 없으면 슬리핑을 사라고 한다.


호텔로 가는 도중 본 룩소르 신전. 오벨리스크가 보이는데 원래는 두개가 있었는데 하나만 남아있고 나머지 하나는 프랑스 파리에 가 있다고. 우리가 파리 꼰꼬르드 광장에서 본 오벨리스크가 그 오벨리스크라고...


호텔에 도착해서 방을 보고 묵기로 한 후, 저녁을 먹으로 다시 만도씨를 따라 가고 있다. 시장을 통과하는데 가방을 조심하라고 말해준다.


인터넷상에서 호불호가 갈렸던 만도씨의 닭볶음탕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중. 생각보다 많이 허름한 만도씨네 식당이지만 일단은 음식을 먹어보고 평가하기로^^

이미 다녀간 사람들이 맛을 품평한 것을 봤는데 징이로키도 한자 적어놓고 왔다. 닭볶음탕에 대한 우리 가족의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데, 계속 한식을 먹고 다녀서인지 아주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물이 너무 많아서 닭볶음탕이 아니라 닭도리탕처럼 되어서 더 그랬던 듯.

어쨌든 오늘은 만도네 식당에서 저녁 먹은 것으로 마감하고 내일 아침 일찍 열기구투어를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