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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이집트

60. 이집트 - Egypt 시와사막(Siwa Desert)

by 여행숲 2012. 12. 17.

이집트에 얼마나 머물지는 정하지 않고 들어왔지만 오래 머물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여행하는 내내 모든 것이 우리 뜻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 우리. 이번에도 우리는 예상과 달리 이집트에 오래 머물게 될 것 같다. 

이집트에서 우리가 다음 갈 곳은 징이로키가 출국할 때부터 가고 싶어했던 '두바이'. 그런데 우리가 가려는 시기가 이슬람 국가들의 명절이라서 비행기표 값이 엄청나게 올랐다 ㅠㅠ

 그래서 시간만 많고 돈은 없는 배낭여행자인 우리로서는 싼 비행기를 타야하니 이집트에 머무는 기간만 거의 한달가량 늘어나게 되었다. 이 기간동안 뭘하지? 고민고민하다가... ...가 아니라, 여행 일정에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는 숙소 사장님들 덕분에 쉽게 동선을 짤 수 있었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시와사막으로 가는 날. 카이로에서 갈 수 있는 사막은 두 군데인데 시와와 바흐리야. 시와가 훨씬 더 멀긴 하지만 강추!해주신 덕에 가기로 결정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무거운 짐은 모두 숙소에 맡기고 간편차림으로 시와로 go~ 밤차를 타고 자면서 가고, 도착후 사막투어하고, 다시 밤차로 자면서 오면 호텔비도 아끼고 일석이조의 일정으로 떠나는 길. 

과연 이번에도 우리 생각대로 될까?^^


그런데 이 꼬부랑 글씨는 뭐지? ㅎㅎ 바로 숫자를 아랍어로 쓴 것. 정말 신기하게 생겼다. 우리 한글을 그들이 보면 우리랑 똑같이 말하겠지?^^ 이 걸 외우는 것은 역시 뛰어난 언어 감각을 가진 불닭의 몫! 


시와가 어디인가 싶어서 지도로 찍어보니...바로 저기라네. 카이로에서 일직선상으로 가면 그리 멀지 않을 것 같은데 길이 그렇게 되어 있지 않으니 버스로 달려서 1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10시간! 으악!! 상상이 안된다.


숙소에서 챙겨준 물이랑 버스에서 배고플까봐 과자도 좀 사고 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중. 여기는 장거리 길이 많아서 인지 버스들이 밤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 듯.

원래 버스는 8시 출발인데 버스는 10시가 넘어서야 터미널로 왔다. 연착이 수시로 일어나는 곳이라 말은 들었지만 2시간은 좀 심한 듯. 아니다. 남미나 인도 이런 데서는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하니깐 애교로 봐주자. 


버스안이 춥다고 해서 침낭을 미리 준비했는데 잘한 일. 웬만하면 추위를 안타는 두 아들들도 침낭을 꺼내 덥고 자고 있다. 에어컨을 왜 그리 춥도록 틀어주는지 원. 냉방 효과 + 냄새 제거 이런 효과를 동시에 보려고 하는 건지, 아님 그냥 습관적으로 트는 것인지는 말이 안통하니 확인 불가. 어쨌든 엄청 추웠어요~~

시와가는 버스는 우리나라 시외버스 수준의 버스라 자리가 엄청 불편했다. 마미랑 불닭은 계속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고 하느라고 비몽사몽이었는데 두 아들은 한참 놀다가 한번 잠들더니 중간 중간 잠시 멈추고 쉬는 동안에도 깨지 않고 쭉~~ 내리 자더라는.. 아이들의 놀랄만한 적응력? 생존력?


그래도 밤 버스라 내내 자면서 오느라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 눈을 떠보니 사막 풍경이 보이고 시와가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다.


꼬박 10시간을 달려 도착한 시와. 버스 내린 곳에서 호텔이 많은 중심부까지 걸어가도 되는데 우린 괜히 당나귀 마차를 타본다. 


한국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시와의 유세프호텔에 짐을 풀고 내려다본 시와. 폐허같은 느낌인가? 지금 사진을 보니 시와의 내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메마른 듯하 건조한 기운과 먼지, 서걱서걱한 듯한 내음들...


호텔에서 당일 떠나는 사막투어를 신청하고 내일 아침에 와서 저녁때 버스를 탈 때까지 다시 호텔방을 쓰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우리가 미리 들었던 정보보다는 비싸게 달라고 해서 좀 망설였지만 4명분에 대한 가격이라 생각하고 그냥 계약 완료! 

배고파하는 아들들을 위해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식당 "압두"로 go! 이 식당은 론리에도 나오는 유명한 식당이라고. 그래서인지 서양인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징이로키는 꾸스꾸스 중 하나를 시켰는데 표정이 좀 안좋아 보이네?^^


요세프 호텔 1층 카운터. 벽면에 이 호텔에 대한 평이 담긴 벽보 방명록(?)이 있는데 평은 가지각색이나 대체로 호평. 몇년동안의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많은 한국 사람들이 다녀갔다니, 좀 놀랍다.

나중에 그 방명록에 징이로키도 한 말씀 적고 왔다. 방명록에 글 남기기는 징이로키의 취미~~


드디어 우리가 타고 갈 지프가 왔다.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서 우리 가족만 한 차를 타고 간다. 아직까지는 사막투어가 어떨지 예상도 안되는 상태.


시와는 마을에서 한참을 들어가야 사막이 나온다. 바흐리야는 포장 도로를 달려가다 곧장 사막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에 비하면 좀 더 사막맛이 날지도.


지프를 타고 가다보니 벌써 멋진 사막의 곡선이 우리를 손짓하는 것이 보인다.


초입부터 모두 와~를 연발한다. 하지만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몰라서 그랬을 뿐^^


첫번째 정차한 곳에서 징이로키가 사막을 달려본다. 모래가 켜켜이 쌓인 사막은 의외로 딴딴하게 뭉쳐있다. 


사막에서 흔히하는^^ 그림자 놀이. 우리도 빠트릴 수 없다~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사막의 자연 무늬. 


비성수기라고 하는데도 투어를 하는 지프가 곧잘 보였다.


셔터누르기에 여념없는 불닭


가파른 사막언덕을 내려오는 다른 지프. 예상과 달리 푹푹 빠지지 않네?^^;:


말이 필요없는...


까맣게 탄 세 모자. 이집트에서 더욱 새까맣게 될 듯.


이제 다음 장소로 지프타고 이동 중.


모래가 되길 거부하고 우뚝 서 있는 바위. 하지만 저 바위도 언젠가 모래가 되어 같이 어우러지겠지. 그냥 그렇게... 


투어중 만난 첫번째 오아시스. 벌써 여러 대의 지프가 먼저 와 있다. 여기서 어떤 사람들은 수영도 하고 그런다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그런 사람들은 없었다. 사실, 물도 그다지 깨끗해보이지 않았고.


지프 운전수들이 그늘에서 쉬는 동안 우리는 오아시스 근처에서 잠시 서성거려본다. 


벌겋게 달아오른 징이로키. 왜냐? 너무 신나서! 지프를 그냥 평탄한 길로만 모는 것이 아니라 모래 언덕을 내리는 스릴넘치는 주행을 하는 터라 신나서 소리소리 지르다가 잠시 가다듬는 중^^


두번 째 오아시스. 이 곳은 그냥 오아시스가 아니고 온천 오아시스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온천에 발을 담그고 있다. 오늘 투어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수영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인 듯. 서양 사람들은 물만 보면 늘 뛰어드는 사람이 한 둘은 있는데^^


온천을 본 마미가 제일 먼저 좋아하며 달려가고 있다.


두 아들은 한사코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엄마, 아빠만 발을 담구었다. 나중엔 빨리 안나온다고 뭐라 그러네. 쩝!


저 높은 모래 언덕에서 우리도 내려왔다. 평탄하게 가다가 언덕 끝에 다다라 한껏 기분을 UP시켜준 후에 갑자기 내리꽂히듯 지프가 내려갈 때는 웬만한 놀이기구 타는 맛보다 더 짜릿하다.


다른 지프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도 아이들은 소리를 지른다. 금방 우리가 느낀 짜릿함이 되살아나니깐.


그렇게 몇번 언덕을 내려와 세워 준 곳. 이 사막이 바다였던 증거가 잔뜩 깔려있다. 바로 조개!


바닥에 깔린 조개와 굴껍데기들.


이제 석양을 보고 보드를 타는 일정이 끝나면 저녁식사를 하게 된다.


해를 두 손으로 잡는 마미의 놀라운 신공!


사막에서의 일몰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일몰, 일출은 볼 때마다 사람을 깊게 잠수시키는 힘이 있다...


일몰보고나서 우리 지프를 운전해주는 압둘(사실, 이름이 가물가물...^^;:)은 저녁식사를 할 곳으로 미리 가서 준비를 하고 우리는 보드타기에 도전.


높은 언덕에서 타기 전에 작은 둔덕에서 타보았는데 생각보다 조정이 잘 안되서 연습을 하고 타야했다.

게다가 깍아지른 듯한 언덕위에서 내려다보면 각도가 장난이 아니라 쬐끔 무섭다 ㅠㅠ

그래도 제일 먼저 불닭이 용감하게 나서서 높은 언덕을 내려가는데~~~ 괴성을 지르며 내려간다 ㅎㅎ 엄청 재미나는 듯...


음... 그런데 높긴 높구나. 더 내려가다간 점이 되겠어!


이제는 순타 차례. 저 멀리 점이 되어 버린 불닭이 엄청 재밌다며 망설이는 순타에게 얼른 타라고 격려 중 ㅎㅎ.


씽~~하고 내려가 버린 순타마저 점이 되어 버렸당^

어.. 저... 그런데... 말야... 

어떻게 올라오지? 


거의 울기직전의 표정이 보이나? 타고 내려갈 때는 신나지만 다시 올라오는 것은 죽음 수준인 듯. 피라미드를 올라오는 것보다 100배 이상 힘들다고.

우리가 처음에 보드를 일인당 한개씩 가지고 가겠다고 할 때 말린 매니저! 이 사태를 책임지시오! 4개로 나란히 타고 내려갔으면 다시 안올라와도 되잖아요!

두 사람이 올라와야 마미랑 징이로키가 다시 탈 수 있으니 꼭 올라와야 하는 상황. 보드가 4개였다면 그냥 내려가서 압둘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면 되는데... ㅠㅠ

 어쨌든 두 부자는 꺼이꺼이 올라왔고 이제 마미랑 징이로키가 타면 되는데, 징이로키는 무서움을 떨치지 못하고 형아랑 같이 보드에 나란히 앉아서 탄다고 내려가다가 그만 무게에 밀려 중간에 서버리는 사태가 ㅎㅎ 마미는 신나게 와~~하고 내려가다가 인정사정없이 들이닥치는 모래에 읍..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는...

징이로키는 지금도 그것이 못내 아쉬운지 한번씩 말을 한다. 자기만 못탔다고. ㅎㅎ 자기 혼자 탔었어야 한다고 ㅎㅎ

(보드 탈 때 우리 지프옆에 한대가 더 있었는데, 모래 언덕이 너무 높아 모두들 타기를 망설이는 상황이었다. 그때 불닭이랑 순타가 타고 내려가며 환호하자 feel을 받은 옆 지프의 한 아저씨가 보드를 타고 내려갔다. 잠시 후 또 다른 아저씨가 쓩~~ 하지만, 그 날 그 두 아저씨는 언덕을 올라오지 못했다 ㅎㅎ 오르다 오르다 포기를 하자 지프가 내려가며 구조를 해서 빙 돌아 다시 올라갔다는 전설이... ㅎㅎ)


사막에서 하루를 자는 투어라 우리의 압둘 아저씨가 지프를 세우고 바람막이까지 멋지게 세워놓았다. 그리고는 열심히 저녁 준비를 하고 있네.


그런데 저녁 준비가 너무 느리게 진행되어 징이로키는 배가 고파서 혼났다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일하는 압둘에게 우리 헤드랜턴을 빌려주었더니 너무 좋아하네.

어렵게 저녁 식사 준비를 해주고는 식탁에 우리 가족 먹을 것만 차려주고는 압둘과 잠시 다니러 온 두 아저씨는 식탁도 없이 한쪽에서 식사를 한다. 아무리 식탁에서 같이 먹자고 해도 괜찮다고만. 그리고 사막에서 저녁만 먹고 간다며 잠시 동석했던 신혼부부도 자기들끼리 가서 식사를 하고. 

우리가 돈을 내고 투어를 하는 사람들이니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식탁에서 같이 앉아서 식사를 할 수는 있는 것 아닌가? 아무리 권해도 안되어 그냥 먹긴 했지만, 마미는 이런 것 싫어해~~ 


맛난 저녁을 먹고 불닭이 밤하늘 찍기 도전에 나섰다. 은하수를 찍느라 열심히 노력한 끝에 얻는 사진들. 불닭에게는 값진 추억으로 남겠지.


불빛 한 점없는 사막에서는 하늘의 별이 주인공이다. 쏟아져내린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 밤하늘을 유럽에서 몇번 본 적이 있지만 사막은 땅에 거칠 것이 없으니 더욱 생생하다.


은하수와 마미. 불닭도 마미도 좋아하는 사진.


의외로 춥지 않는 사막에서의 밤이 지나고 이제 여명이 존재를 드러내는 시간. 아! 사진으로는, 더군다나 블로그에 올린다고 사이즈를 축소한 사진으로는 그 느낌이 잘 살아나질 않는구나. 마음에 새겨진 그 풍경들...


발자국 하나 없던 곳에 지프와 우리 가족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그리고 우리 몰래 다녀간 몇몇 알 수 없는 동물의 발자국도. 

그 발자국도 바람이 불어 금세 지워버리겠지. 우리의 흔적도 함께 지워버리겠지...


모래 언덕 너머로 태양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어제 밤 본 별들이 가득한 사막이 꿈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