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과달루페 성당만 가면 되는 날이다.
어제 테오티우아칸에 다녀오느라 힘이 든 터에
느지막히 일어나 아점을 먹고 출발하기로.
한국마트에서 산 대충의 재료로 김밥을 말았다.
우리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해 준 아끼꼬에게도
한번 먹어보라고 해 줄 요량으로.
다행히 늘 '스고이~' '오이시이~'를 연발하는 아끼꼬는
역시나 맛있게 먹어준다.
다행이다.
이 곳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우유니에서 만난 일본인들보다 친절하다^^
※ 참고 : 산페르난도에는 멕시코형 프로 레슬링인 '루차 리브레(lucha libre)'를 하는
일본인 선수들이 장기 투숙하고 있었다.
레슬링 선수들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레슬링 선수들처럼
우락부락하지도 않고 일본인들이라 그런지 조용~ 조용~
루차 리브레를 보러 가지 않겠냐고 한 선수가 초대까지 해주었는데,
징이 로키는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서 정중히 거절~~
역시나 오늘도 우리의 발은 전철이다.
숙소가 전철역 바로 옆이기도 했지만,
시티 내에서는 전철로 대부분 이동할 수 있었던 루트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의 목적지인 성당은 6호선 La Villa Basilica에서 내리면 된다.
과달루페 성당을 가는 것은
닭날개의 오랜 숙원(?)까지는 아니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으면 꼭 가봐야 한다는 소망을 3cho가 꺾을 이유가 없었으므로...
(사실, 대부분의 볼거리, 루트 등을 닭날개가 맡아서 하니
3cho는 거의 그냥 따라갈 수 밖에 ㅋㅋㅋ)
을 열심히 한 것밖에 없는 닭날개는
사적 용도로 루트를 짠 적이 한번도 없음을 밝히는 바임~~~ 믿거나! 말거나!
과달루페 전철역에서 내려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성당을 만날 수 있다.
저 멀리 정면으로 보이는 겨자색 지붕의 성당이 오리지널 과달루페 성당이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본 성당의 모습.
왼편에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과달루페 성모님을 특별히 사랑하셨다는 교황님을
멕시코인들이 특별히 동상으로 기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멀리서 보면 잘 모르지만 가까이 가보면 이렇게 기울어져 있다.
1709년 완공된 건물인데 지반이 약해 기울어졌다는데
우리가 보기에도 그 기울기가 많이 심한 것 같다.
성당에서 보존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으리라 믿으며...
성당안을 다니다 보면 몸이 기우뚱하는 걸 경험하기도 할 만큼 많이 기운 성당이지만
참배온 사람들이 많다.
성당 오른편에 있던 사람들의 기원이 가득한 한 방에서 두 모자가 기도를 하고 있다.
무언가를 열심히 찍고 있다.
그것은 바로~ 바로~
과달루페 성모님과 교황 요한바오로 2세를 합쳐놓은 듯한 조각상.
느릿 느릿 걷는 엄마를 기다리는 두 아들.
그 옆으로 또 다른 기원을 안은 사람들이 성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구 성당을 나와 만난 광장 왼편에 있는 시계탑.
스페인 양식과 원주민 양식이 합쳐졌다고 하는데,
이 나라 문화에 문외한인 우리 눈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
이 성당이 바로 기울어진 오리지널 성당 옆에 세워진
새로운 과달루페 성당(Basilica de Guadalupe)이다.
1976년 완공되었다고 하며 최대 1만명이 들어갈 수 있다고.
겉모습은 독특하다~~ 정도인데 내부는 아름다웠다.
마침 미사가 거행되고 있었다.
외국 성당에만 오면 늘 닭날개를 매료시키는 것 중 하나인
파이프 오르간도 보인다.
옆 면에서 바라본 제대의 모습
전시된 위치를 찾지 못해 여기저기 헤매다가
성물방 직원에게 물어보고 찾은 '과달루페 성모님'
새 성당 제대 뒷편으로 가면 만날 수 있다.
과달루페 성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소개하면,
1531년 12월 12일 후안 디에고라는 농부가 테페악 언덕에서 성모님을 만나고
이를 주교에게 알리지만, 이를 믿지 않는 주교는 디에고에게 증거를 요구한다.
이 말을 들은 성모님은 장미를 디에고에게 주었고
디에고가 그 장미를 틸마(멕시코인들의 겉옷)에 싸서 가지고 가
주교에게 보이는 순간,
틸마에 오롯이 새겨져있던 성모님의 모습이 바로 이 모습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1970년대인가
과학자들이 이 그림을 분석하다 발견한 했다는 데,
성모님의 눈을 확대해보니
틸마를 풀었을 당시의 모습과 그 당시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 모습이
사진처럼 나타나 있다고...
아주 오래전부터 무수히 얘기로 들었고,
수많은 상본에서 본
과달루페 성모님이 아로새겨진 틸마의 진본이
바로 눈 앞에 있는 것이다.
성모님 앞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좌로 우로 계속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이 많을 때 혼잡을 피하려고 그런 것 같긴 한데,
오늘처럼 사람이 없는 날은 좀 꺼주면 천천히 응시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뭐, 그래도 닭날개는 몇 번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왼쪽, 오른쪽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보고 또 보고 그랬지만서두...ㅎㅎ
새 성당 뒤편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초 봉헌을 하며 기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막 미사를 마친 수녀님들이 작은 불꽃놀이를 하며 즐거워하신다.
닭날개가 케냐에서부터 좋아하기 시작한 하카란다 꽃이
초록빛 녹음사이에서 빛나고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곳이 박물관,
저 위에 언덕(테페약 언덕)에 보이는 성당이 성모님이 발현한 언덕에 지어진
성미카엘성당이다.
이 곳엔 성당이 여러개 있다.
우리는 아름다운 언덕에 있는 성미카엘성당에 올라가보기로 한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발한 장미가 우리를 반긴다.
올라가는 중간 중간에 벤치도 있어서 쉬며 쉬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두 아들이 한 벤치에 앉아서 열심히 대화 중.
성미카엘 성당에서 내려다 본 두 성당의 모습이 조화롭다.
다른 방면에서 두 성당을 다시 한번 잡아보았다.
두 성당 뒤편으로
멕시코 시티의 전체적인 실루엣이 보인다.
성미카엘 성당 내부에 들어가면 양편 벽면에
디에고가 성모님을 만나는 장면부터
여러 사람들에게 이 기적이 알려지는 것 등이 그려져 있다.
성미카엘 성당을 지키는 두 수문장(?^^)
이 곳에서 우리에게 한국에서 왔냐며 친근감을 표시하던
멕시코 부부를 만났는데
말은 안 통해도 그들의 친절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성미카엘 성당을 올라가던 길과 반대편으로 내려오며 만난 다른 성당.
그리고 십자가의 길이 새겨져 있는 길을 따라 더 내려오다보면,
후안 디에고가 성모님을 만나고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주민들이 성모님께
공경을 드리게 되는 것을 표현한 조각상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백인의 얼굴을 지닌 성모님이 아니라 검은 얼굴의 성모님이다.
이 검은 얼굴의 성모님이 교황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검증을 거쳤을까?
누구보다 카라꽃을 든 어린 소녀의 뒷모습이 눈에 담긴다.
아래로 내려와 가족 사진 한 컷.
저 군중들과 조금 멀찍이 떨어져 있는 이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후안 디에고의 삼촌이었던 후안 베르디노로 추정이 되는데,
그의 병을 성모님이 낫게 해주었다고 한다.
저 멀리 성모님을 향해 한껏 들어올린 손은
간구하는 그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이 곳에는 멕시코 사람들만 보인다.
보통 관광객들은 과달루페 성당만 보고 가는가 보다.
그 옆에 산책도 하고 기도도 할 수 있는 이런 좋은 곳이 있는데...
아점을 먹고 나와 느즈막히 노을이 질 때쯤 성당을 나섰다.
천천히 음미하며 걸은 성당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과달루페 성당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꽃들을 생각하며
이제 또 새로운 곳으로 가야할 시간이다.
원래 계획과는 달리 디에고 리베라도 프리다 칼로도 만나지 못했지만,
만족할 만한 3일간의 멕시코 시티에서의 체류였다.
다음 행선지가 캐리비안의 칸쿤이라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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