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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멕시코

95. 멕시코 - Mexico City 2, 테오티우아칸에서 태양의 피라미드를 오르다.

by 여행숲 2013. 5. 7.

다음 날,
열심히 멕시코 시티의 프로그램을 짠 닭날개 덕분에
다시 전철을 타고 북부 버스터미널에 왔다.


멕시코시티의 전철은 이렇게 재미난(?) 그림으로 역을 나타내고 있다.
문맹률이 높아서 그림으로 각 역을 표시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글쎄,
정확한 말인지는 확인을 못해봤다.


터미널은 아직 아침이라 그런지 많이 붐비지는 않았다.


제법 깔끔해보이는 이 버스를 타고 우리가 갈 곳은?

바로!!
테오티우아칸 (Teotihuacan)

멕시코 시티에서 북서쪽으로 50여 km를 가면 나오는  이 곳은,
서양인들이 아메리카를 발견하기 전 세워진 도시 중 가장 큰 도시였다고 한다.

하지만,
198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도시를
누가 언제 건설했는지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고 한다.
고고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겠지~~?

북부 터미널에서 약 1시간을 달리니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매표소 쪽으로 가는 중. 

이 유적지를 들어가는 입장료이다.


매표소를 지나자 마자 나타난 것은~~
이런 가게였다... ㅠㅠ 
유적지 내에 가게가 있는 것도 처음이었는데
실은 이런 가게보다 더 많은 노점상이 많다는 것을 조금 있다 알게된다.
유적지에 노점상이라... 좀 어색했다는....
이것도 선입견인가?


노점상들이 즐비한 곳을 지나 처음 만나게 되는 유적.



이 넓은 유적지를 모두 볼 수는 없고,
우리는 제일 보고 싶은 태양의 피라미드를 보러 총총총

태양의 피라미드는 모두 248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바닥 한 변의 길이가 230m, 높이가 66m라고 한다.
그야말로 허걱걱!하다고 할 수 밖에 없으리라.

얼른 가서
사진으로만 보던 것을 눈으로 확인해보자구~~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이 피라미드까지 가는 길이 진~짜 멀었다.
우리가 모두 지쳐서 쓰러질 때 쯤에야 그 모습을 나타냈는데...
이 많은 인파는 뭐란 말인가?
오늘이 무슨 날이라도 되는지 사람이 진짜 진짜 진~짜 많았다.


저 줄에 우리도 합세를 해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피라미드 아래서부터 긴 줄이 피라미드 정상까지 이어져 있었다.

미리 정보를 찾을 때 본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서는 
대부분 한가하게 정상에 올라가 여유롭게 보는 것만 보았는데...

이집트 아부심벨에서 우연찮게 특별한 날을 맞이했듯이,
분명 오늘 특별한 날이 틀림없어, 틀림없다고~~~

이렇게 궁시렁거려봤자,
많은 사람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ㅠㅠ


게다가 얼핏 보니 아래쪽부터 사람들이 기어 올라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얼마나 힘들면 기어서....?
망했다... 망했어...하면서도 
우린 용감하게, 아니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그 줄에 우리를 가져다 세웠다.


평지에서 오래 기다리다 드디어 우리도 계단을 올라가야 할 때,
위의 안내문을 보았다.

에스파뇰을 몰라도 그림만으로도 대충 짐작이 가는 내용이다.
아직 느낌은 안 오지만서두...


그런데!!!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마자 느낌이 팍!팍! 왔다.

정말이지 기어서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각도이다.

또 이집트가 오버랩된다.
피라미드 내부를 들어갈 때 거의 주저앉아서 내려가고 기어서 올라왔던 기억.
그러고 보니 피라미드들은 다 그래야 하는가 보네... 쩝...


아직 갈 길은 먼데 닭날개는 벌써 실신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고산지대에다 갑자기 계단을 오르느라 심장이 벌렁벌렁 하는 것...

게다가 인파가 많으니 천천히 올라가기도 쉽지 않은 상태라
더욱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중간 중간 넓은 면적이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 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 인원을 조절하고 있는 것.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 좀 더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까마득하네...


계단을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뜨거운 뙤약볕 때문에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더위를 식혀보려고 물을 뒤에 꽂은 징이로키.


틴에이저로서 폼생폼사의 모드를 유지하던 순타도
더는 안되겠는지 네발로^^ 올라가고 있다.

고산지대+가파른 계단+뙤약볕+쉴틈이 없게 만드는 인파...로
순타의 스타일이 구겨지는 순간!!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오른쪽에 보이는 달의 피라미드. 
하지만 이 사진을 찍은 곳은 정상이 아니다. 

정상(?)은 아주 작은 면적... 
게다가 사람들이 계속 끊임없이 올라오니
정상은 그냥 밟고 얼른 뒷편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관리인들이 정상에 조금이라도 멈출라고 하면
얼른 눈치를 줘서 걸음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뒤에 오는 사람들이 계속 줄지어 있는 걸 아는 상황이니
얌체같이 걸음을 멈출 수도 없는 형편.


ㅋㅋ 하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 앞에 가던 사람들 4명은
기어코 멈춰서 사진을 찍더라는.
(지금 저 사진에 있는 사람들처럼 손을 번쩍 들고 말이야!!)
덕분에 뒷사람들이 잠시 서서 기다려야 했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쬐끔 얄미운 것은 사실!!
(속마음은... 우리도 사진을 찍고 싶다고!!)


정상 부분만 작지 그 바로 밑변(?)은 넓다.
그래서 자기가 머물고 싶을 만큼 머무를 수 있다.

우리도 헉헉거리는 모습을 감추고 증명사진 한 컷.

우리 뒤로 저 뒤에 보이는 피라미드가 두번째로 갈 달의 피라미드이다.
저기도 꽤나 높아 보이는 군.... ㅠㅠ


저 아래로 보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내려갈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그늘도 하나 없는 곳에 계속 있을 수도 없고 말이야~~


우리에게 남은 길은 오로지 하나!
내려가는 것 뿐~~~

올라올 때보다는 수월하게 느껴지지만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고 경사도 급하니 아주 쉽지만은 않다.


닭날개와 징이로키는 다행히(?) 걸어서 내려오고 있다.
그 뒤로 젊은 두 사람이 주저앉아 내려오고 있는 것을 보면 무척 씩씩한 것^^


드디어 땅에 내려왔다~~~ 하자마자 주저앉아버리는 징이로키.


순타는 기어올라가느라 구겨진 스타일을 내려오면서 스스로 만회한 듯^^

순타 뒤로 구급차가 보인다. 
실제로 심장을 저 위에서 심장을 움켜쥐고 구급대원들에게 응급조치를 받던 사람을 실제 보았다.

우리 가족은 모두 제 발로 잘 올라갔다 내려왔으니 그저 감사^^


우리가 다 내려온 후에도 줄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중.


이제 달의 피라미드 쪽으로 가며 옆면에서 찍어 본 태양의 피라미드.
저 위의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인다~~~


태양의 피라미드에 이어 달의 피라미드까지 올라가보자는 엄마 아빠의 말에
기운이 쑤~~욱 빠져서 걸어가는 순타.
'죽은 자의 길'을 진짜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걷는 순타를 보니 
보고 있는 엄마 아빠가 쬐끔 미안했다~~~ ^^;:


달의 피라미드 역시 계단은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한 계단의 높이도 엄청 높아서
태양의 피라미드를 오를 때처럼 또 기어 올라야 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태양의 피라미드를 오르는 사람들 수에 비하면 
달의 피라미드를 오르는 사람들의 수는 거의 1/3도 안된다는 것.


달의 피라미드를 올라 바라본 전경.


정 중앙에 자리한 저 넓은 길이 바로
'죽은 자의 길"이다.


달의 피라미드은 신에게
 제물을 바친 제단이었다고 하는데
그 제물이 사람이었다고...한다.
사람의 심장과 피를 제물로 바쳤고,
그 제물이 될 사람들이 걸어온 길이 바로 '죽은 자의 길'이라고...

그니까 여기 있는 피라미드들은 이집트처럼 왕들의 무덤이 아니라
신에게 제사를 바치는 제단인 것이다.

제단한번 크게 만들었네..

신에게 바치는 사람들의 마음은 
하늘 높이 올라가는 성당의 첨탑 높이나
이런 피라미드의 높이나 모두 비슷했으리라...

 그나저나,
아주 아~~~주 오래전,
이 쭉 뻗은 길을 제물이 되기 위해 걸어오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 환영은
뜨거운 태양을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여기는 최고 높은 정상까지는 올라가지 못하게 해 놓았다.
아마도 신성한 곳이라고 그런 것 같긴 한데...
우리에게는 너무 고마운 일^^

달의 피라미드까지 본 후 우리는 시원한 물을 찾아서 밖으로 나왔다.

애초에 이 넓은 테오티우아칸을 다 둘러볼 힘도 의지도 없었던 우리였는데
타는 듯한 태양이 우리를 더욱 빨리 밖으로 밀어낸 것^^

다행히 달의 피라미드 바로 옆에도 출입구가 있었다.
혹시, 다음에 온다면 이 쪽 입구로 들어오면
 많이 안 걸어도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태양탓으로 모두 돌려버린 우리는 
멕시코 시티로 향하는 버스를 가볍게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