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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발. 할. 까./정리할 것들 & 기타 준비

9. 일상의 즐거움~ 여행을 꿈꾸는 이유~

by 여행숲 2012. 4. 10.

불닭이 아주 오래전에 북유럽으로 출장을 다녀왔을 때,
부러워한 것이 여러가지 있었다.

집집마다 차에 요트를 매달고 주말을 즐기기 위해 호수로 내달리는 모습들,
아름다운 자연 풍광들과 어우러진 사람들의 여유.
그리고 또 하나 부럽다고 한 것이 바로 마트에 있는 엄청 큰 DIY 코너였다.

다녀와서 아주 흥분된 목소리로 DIY코너에 대해서 말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불닭은, 손재주도 있고 전기도 잘 만지고 이것저것 만들기도 잘한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은
40대 초반의 남자가 집에서 뚝딱거리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직급이 높아지면서, 주말에도 출근을 하질 않나~
꼭두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는 것을 거의 365일 하는데...
어찌 시간을 내어서 DIY 제품을 사다가 조립하고 만들기를 하며,
어찌 좋아하는 기타를 손에 만질 수가 있으며,
어찌 한갓지게 산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을 일하는 기계로 만드는 우리네 현실... 

불닭은 늘 갈구했던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혼자 만의 쉼을, 부부끼리의 오붓한 여행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점점 더 어려워 졌고, 또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았다.
회사일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해 마음을 쓰지 못하는 것을
불닭이나 우리 가족의 100% 책임으로 모두 돌리기엔 우리 사회의 사정이 녹록치 않다.

우리가 여행을 꿈꾸고, 또 그 꿈을 실행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아주 많겠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삶을, 인생을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불닭이 집안일을 하는 걸 보고... 괜히 생각이 많아져서 사설이 넘 길었다... ㅎㅎ

며칠전엔 순타를 데리고 같이 집 수리를 하던 불닭이 오늘도 집안을 둘러보며 수리를 하고 있다.
불닭은 힘들다고 하면서도 즐거워하고, 보고 있는 나도 즐겁다.
이런 조그마한 일상을 누리고 살고 싶은 것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