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이 아주 오래전에 북유럽으로 출장을 다녀왔을 때,
부러워한 것이 여러가지 있었다.
집집마다 차에 요트를 매달고 주말을 즐기기 위해 호수로 내달리는 모습들,
아름다운 자연 풍광들과 어우러진 사람들의 여유.
그리고 또 하나 부럽다고 한 것이 바로 마트에 있는 엄청 큰 DIY 코너였다.
다녀와서 아주 흥분된 목소리로 DIY코너에 대해서 말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불닭은, 손재주도 있고 전기도 잘 만지고 이것저것 만들기도 잘한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은
40대 초반의 남자가 집에서 뚝딱거리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직급이 높아지면서, 주말에도 출근을 하질 않나~
꼭두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는 것을 거의 365일 하는데...
어찌 시간을 내어서 DIY 제품을 사다가 조립하고 만들기를 하며,
어찌 좋아하는 기타를 손에 만질 수가 있으며,
어찌 한갓지게 산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을 일하는 기계로 만드는 우리네 현실...
불닭은 늘 갈구했던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혼자 만의 쉼을, 부부끼리의 오붓한 여행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점점 더 어려워 졌고, 또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았다.
회사일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해 마음을 쓰지 못하는 것을
불닭이나 우리 가족의 100% 책임으로 모두 돌리기엔 우리 사회의 사정이 녹록치 않다.
우리가 여행을 꿈꾸고, 또 그 꿈을 실행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아주 많겠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삶을, 인생을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불닭이 집안일을 하는 걸 보고... 괜히 생각이 많아져서 사설이 넘 길었다... ㅎㅎ
며칠전엔 순타를 데리고 같이 집 수리를 하던 불닭이 오늘도 집안을 둘러보며 수리를 하고 있다.
불닭은 힘들다고 하면서도 즐거워하고, 보고 있는 나도 즐겁다.
이런 조그마한 일상을 누리고 살고 싶은 것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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