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아르헨티나 - Argentina 남부 자동차 여행 9 바릴로체 - 까릴로 - 드디어 부에노스로 귀환
남미의 알프스 혹은 남미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바빌로체의 첫 인상은...
음.. 기대한 것에 비해서는 조금은 초라했다.
바릴로체를 떠나 부에노스에 돌아왔을 때,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을 한번 해보았는데...
우선,
첫 번째는 우리가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면서 바릴로체에 들어갔다는 것.
남에서 들어가는 입구에는 스위스의 샬레같은 집들이 아닌
가난한(?) 사람들의 집들이 다닥다닥 즐비했다. 그리고 쓰레기 하치장 같은 곳도 있었고.
두 번째는 이미 우리가 스위스도 가 보았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풍경을 너무 많이 보았다는 것
세 번째는 너무나 성수기에 와서 적당한 가격의 캠핑장을 찾느라 진을 뺐다는 것
네 번째는 역시나 성수기라 호수마다 사람들이 그득 그득했다는 것...
정도?!!
어쨌든 닭날개에게서 바릴로체가 남미의 알프스라고 불린다는 말을 들었던 아이들은
잔뜩 기대했다가 실망을 해서 닭날개를 마구 놀려댔다는 후문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바빌로체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단지 우리 가족하고 좋은 만남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뿐.
시내의 캠핑장을 몇 군데 들러봤는데 모두 가격이 상상초월이라 입맛만 다시다가
우리 처지를 눈치챈 캠핑장 직원이 저렴한 캠핑장을 안내해 준 덕분에
바빌로체 외곽의 한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곳도 사람들이 많아서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전기를 쓰려고보니 자리를 애매하게 잡게 되었는데
벤치 바로 앞이었다.
우리 텐트 바로 앞에 있던 벤치를 이미 사용중이었던 남녀 일행들이
우리를 탐탁치않게 여기는 기운이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덕분에 밤 늦게까지 그들의 수다를 들어야했고,
텐트를 출입하기도 껄끄러웠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룻 밤만 자고 갈거니깐 이해해라~~ 젊은 청춘들아~~'
하면서 꿋꿋하게 자고 일어났다^^
바릴로체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잠만 자고 떠나기로 하고 아침을 챙겨 먹었다.
그 와중에도 물을 떠다가 차를 닦고 있는 불닭.
얼음장같은 물로 손으로 차를 닦다니...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인가?^^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길을 떠나다가 잠시 정차해서 사진을 찍는 중.
어제 늦게 이 다리를 건널 때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바람도 세고 아침이라 그런지 차들이 없다.
덕분에 다리 중간에 차를 세우고 사진찍기.
이 다리는 서쪽 호수와 동쪽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
물빛이 참 곱다.
이런 호숫가에 집 한채 짓고 살면 좋겠지?
이번에는 바릴로체를 떠나며 사진을 찍어보았다.
북쪽에서 바라보는 바릴로체는 멋있었다.
북에서 차를 타고 내려오다가 이 경치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와~ 그럴 듯.
이제 이 곳을 떠나면 부지런히 부에노스까지 가는 길만 남았다.
렌트카 반납일까지 며칠의 여유가 있으니
부에노스에서 내려오다가 제대로 못 본 동쪽 해변 Carlio를 들렀다 부에노스로 귀환하기로.
하루 만에 갈 수 없으니 중간 지점에서 하루 묵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Rio Negro 가는 것이 목표이다.
차를 달리다 만난 진짜 진짜 멋졌던 호수.
호수들이 하나같이 왜 이렇게 다 멋진 빛을 하고 있는 것이야?!
바람이 많이 불어 회오리를 무수히 만들고 있는 길도 지나고.
아주 작은 회오리가 우리 차를 지나간 적도 있었다.
다행히 작은 거라 살짝 윙~~ 하는 느낌만 주고 가더라는.
주변에 공룡 박물관이 있나 보다.
하지만 오늘 목적지인 Rio Negro에서도 우리는 마땅한 캠핑장을 찾을 수 없었다.
네비를 믿고 달려왔건만...
결국 헤매다 인포센터에 가서야 가까운 마을의 캠핑장을 안내받을 수 있었다.
General Roca의 캠핑장 Club Nautica.
이 곳이 인포센터에서 소개해 준 그나마 제일 가까운 캠핑장이었다.
그런데!!
인적이 없다.
municipal이라는데 여름인데도 사무실도 닫혀있고...
한참을 헤매다 뒷편에 있는 조그만 상점 같은 곳에 가서 물어보니,
그냥 텐트를 치라고.. fee도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형 텐트를 칠 자리도 마땅치 않고,
게다가 사람들이 없어 다소 불안해진 닭날개와 아이들은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눈치다.
하지만 먼 길을 운전해온 불닭은 캠핑비도 들지 않는 이 곳에서 하룻밤 묵고 싶어했다.
결국 불닭의 의견을 존중해 텐트 칠 자리를 이리저리 찾아보는 닭날개.
다행히 좋은 자리를 발견해서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었다.
큰 텐트를 겨우 아슬아슬하게 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치고 나니 아늑한 집이 완성.
다음 날 아침의 평온한 모습... 같지만 실상은...?
밤새 잠을 제대로 못잔 닭날개의 증언.
밤중에 개 한 마리가 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계속 텐트를 치고 돌다가
어느 순간 텐트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엎드리는 소리가 나더란다.
게다가 새벽녁에는 강 건너편에서 수십마리 개들이 사납게 짖는 소리가 들려
무서워서 잠도 제대로 못잤다고. (3cho는 쿨쿨 잘만 잤는데...ㅠ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자다깨다 하다가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밖에 개가 있으니 나가지도 못하고 날이 밝기만 기다리다가 불닭을 깨웠다고.
그 시간이 아침 6시쯤.
잠이 덜깬 불닭과 함께 화장실을 가기 위해 텐트를 나서자마자
개 한마리가 나타나 불닭에게 마구 달려든다.
너무 놀라 꼼짝못하는 닭날개에게도 마찬가지.
다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좋다고 달려드는 것이어서 천만다행이었지만.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도대체!!
포르투칼의 포르투에서 캠핑을 하다가 만난 덩치 큰 개 때문에
개에 대한 두려움을 잔뜩 가지고 있는 닭날개는 거의 기절직전이다.
불닭이 열심히 쫓아보지만 자그만 체구의 이 개는
사람을 오랫만에 보는지 아무 개념이 없다. ㅠㅠ
겨우 겨우 화장실까지 갔다가 다시 텐트까지 오는 길도 천길 만길...
이 개는 우리가 텐트를 걷을 때도 아무한테 달려들고 그러다가
징이로키를 살짝 물기까지 했다.
참다못한 불닭이 나뭇가지로 혼을 내주자 그제서야 가더라는 ㅠㅠ
그냥 사납고 무서운 개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개였다.
Carilo로 가는도중 통과한 Rio Colorado의 흑돼지상. 다시 만나니 반갑다.
Carlio까지 가는 길은 쉬지 않고 달려도 장장 10시간이 걸리는 머나먼 길.
중간 어디쯤에선가 자고 갈 수도 있는데
불닭은 하루만에 가겠다고 기염을 토하다 결국 잠시 차를 멈추고는
물을 벌컥벌컥 ^^;:
잠시 쉬는 동안 징이로키의 개그 본능이 발현되고 있는 장면^^
길을 가면서도 이런 광경을 보면 피로가 싹~ 풀리는 듯.
저녁이라 저 새들도 잠자리로 돌아가는 것이겠지?
시속 60km 도로를 100km로 달리다 경찰에 적발될 뻔하기도 하면서
쉬지 않고 달려와 드디어 Carlio에 밤 8시가 넘어 도착했다.
이번 자동차 여행 중 10시간 이상 달린 두 번째 길이었다!
Carlio의 가장 저렴한 캠핑장인 Camping Ostende.
해변에서 다소 떨어져 있던 이 캠핑장도 거의 만원!
몇 번을 지나쳤지만,
간판이 전혀 없어 알아채지 못하고 해맨 인포메이션 (Informes)
캠핑장에서 시내(?)로 나가는 길에 만난 운동기구를 본 징이로키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달려갔다.
이 것 저 것 모두 해보는 무한 동력 에너지!
형을 무게로 이겨보겠다고?
이런 저런 포즈를 모두 취해보지만 될 턱이 없잖아!!
결국,
구원투수로 나선 아빠와 안간힘을 써보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듯^^
Carilo Ostende 캠핑장에서 바로 옆사이트에 자리잡은 마리오 가족과 함께 한 컷.
아저씨가 아늘내미와 징이로키를 엮어주려고 축구를 하자고 함.
하지만 축구공에 바람을 넣다가 '뻥' 터져버리는 바람에 무산되어버렸다^^
이틀을 묵고 떠나는 우리처럼 그들도 집으로 돌아간다고.
어제 못한 축구의 대안으로 마리오와 정민이를 데스크 사커를 시켜주던 마리오 아빠.
한참 있어도 안와서 궁금했는데 이겼다고 의기양양해서 돌아온 징이로키.
말이 안통해서 어떻게 했냐고 하니깐 말을 안했단다... 허걱걱.... OTL
짐을 챙기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마리오 아빠가 남은 숯을 우리에게 주었다.
(아! 물론 얘기는 마리오 엄마가 영어를 좀 한다고 해서 영어+바디 랭귀지로^^;:)
게다가 우리가 우슈아이아부터 쭉 여행을 한다고 하니
북부지방에 있는 후후이를 꼭 가보라고 추천까지 해주었다.
전화번호까지 적어주던데 전화를 하지는 못했다...
정이 많은 아르헨티나 사람들^^
Carlio에서부터 계속 해안가로 올라오면서는 조그마한 마을들이 계속 이어진다.
우리는 그 중 몇 곳을 들러 적당한 캠핑장을 물색했다.
우리 마음에 쏙 드는 캠핑장이 없어서 계속 올라가다보니 결국 San clemente에 도착했다.
그 곳 인포에서 안내해 준 캠핑장을 둘러보고는
제일 나은 것으로 보이는 El Tara 캠핑장에 사이트를 구축.
텐트를 다 치고 식수를 점검하러 갔던 아덜덜이 물이 이상하단다.
바닷가라서 그런지 짠물 & 비릿내가 나는 물이 나온다. ㅠㅠ
우선 하루 묵어보고 계속 힘들면 옮기기로 ㅠㅠ
해변이 좀 멀었는데도 사람들은 짐을 이고 지고 하면서 바다를 다녀오고 있었다.
우리도 해변에 나가보았다.
물이 차가워서 그런지 해수욕 보다는 일광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늘 하나 없다! 오 마이 갓!
아무래도 이곳에서도 해수욕은 힘들지 싶다.
Pescaderia (수산물 가게)를 발견하고 들어가봤더니
역시나!!
생선들이 많다.
하지만 낯에 익은 생선은 별로 없었는데
여기서 문어를 보고는 얼마나 반갑던지.
한 마리 있던 녀석을 사와서 진짜 맛있게 먹었다^^
다음날 아이들과 함께 해변에 다시 가보기로 하고 나선 길.
재미난 간판이 있어서 찰칵!
두 아들을 정찰보내는 중^^
해수욕을 할 수 있는지 보고 오라고 함.
물은 차갑고 태양은 뜨겁고 ... 이를 어쩌랴...
역시나 아이들도 기겁을 한다.
아르헨티나에서 해수욕은 우리와 인연이 아닌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해수욕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나온 김에 차를 타고 쭉 해안을 둘러보았다.
멋모르고 등대가 있는 곳을 찾아 가보니 Termas Marina라는 테마 파크였다.
입장료가 너무 비싸서 돌아나오다가 찍은 갈대.
San Clemente에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큰 아쿠아리움인 Mundo Marino도 있었지만 우리는 역시 pass~~~
북쪽 해안으로 가보려고 길을 가다가 만난 저수 시설.
바람으로 물을 퍼올려 저장하는 저수 시설에 대한 과학적인 원리를
아해들에게 설명하는 불닭. 이런 거 좋네^^
해수욕 한번 해보겠다고 동해안을 따라 올라왔지만 성과없이 길을 떠나야 한다.
부에노스에 도착하기까지 하루의 시간의 여유가 있다.
그래서 가볍게 4시간을 달려 부에노스 입성 전 마지막으로 들른 Chascomus의 캠핑장.
여기도 캠핑장 바로 앞에 호수가 있다.
여기저기 널린 듯 점점이 호수가 있는 아르헨티나 중남부.
피서를 멀리 떠날 필요도 없는 듯.
잔디도 키가 자라있고 화장실 등도 시설이 다소 부실한 것을 보니
관리를 잘 하고 있는 캠핑장은 아닌 것 같은데
대신 너무 넓어서 어디에 텐트를 칠까 색다른 고민을 하게 만든 캠핑장.
텐트를 치고 해질 녁에 잠시 산책에 나섰다.
있는 것 탈탈 털어서 맛난 저녁도 해먹고 마지막 불놀이도 해보고
아이들과 자동차여행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일없이 무사히 여행을 마치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며
모두들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멀지 않은 부에노스를 향해 달리고 있는 중.
부에노스가 가까이 왔음을 알리는 톨게이트.
드디어 다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귀환~~
한 달 여만에 돌아온 부에노스가 무척이나 반갑다.
저 멀리 에비타도 우리를 보고 웃는 듯한 착각이^^
예상치 않게 떠나게 되었던 아르헨티나 남부지방으로의 자동차 여행.
한 달이 금세 훌쩍 지나간 것처럼 여겨지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유명한 곳 몇 곳만 들르고 떠날 뻔한 나라를
자동차를 타고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가족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여러가지 도움을 주었던,
부에노스의 게스트하우스 남미사랑 안주인 멜라니씨가
다시 한번 고맙다.
여행 중
여러 인연들의 도움을 받으며 새로운 곳을 알아나가는 기쁨을
이번에 또 한번 누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35일간의 자동차 여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