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아르헨티나 - Argentina 남부 자동차 여행 6. 칼라파테와 모레노 빙하
우슈아이아에서 찬 기온과 비오는 날씨 덕분에 몸편히(?) 자지 못한 탓일까...
아이들이 이 캠장에서는 늦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 이동거리가 짧으니 좀 더 자게 하고
어제 산 오징어를 요리해서 먹고 출발하기로.
좁지 않은 텐트였지만
우슈아이아에서는 늘 침낭안에서만 자야했으니 팔과 다리를 마음대로 하고 자지 못해서
어른인 우리도 힘들었는데 아이들은 더 힘이 들었으리라.
여기서는 마음껏 팔 다리를 뻗치고 자고 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칼라파테로 가는 길.
(아! 오징어... 는 머리만 들어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래도 간만에 먹는 해산물이라 맛나게 먹었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닭날개가 제주도에 여행갔다가 데려온 간세.
우리와 함께 먼길을 다니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어지는 쭈욱~~ 뻗은 일직선 도로.
음.. 칼라파테로 향하는 도로에서도 저 멀리 눈덮인 산이 보인다.
멋진 구름도 만끽하며 길을 가다가 한 고개를 넘자마자,
저 멀리 에메랄드빛 호수가 보인다.
마침 view point가 있어서 내렸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찬 바람에 사진만 한 두장 찍고는
얼른 차에 올라 갈길을 간다.
드디어 도착한 엘 칼라파테 El Calafate. 명성에 비하면 작고 아담한 마을인 듯.
우리가 선택한 캠핑장은 문을 닫은 듯 하고,
차를 돌려 캠핑장을 찾다가 발견한 곳.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나무도 곳곳에 있고 관리도 잘 되는 듯 해서
이 곳에 묵기로 결정하고 텐트를 쳤다.
날씨는 참 좋은데 바람이 좀 불어 텐트를 칠 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바람을 나무들이 잘 막아줘 다행.
일찍 도착한 날이라 어디로 나가볼까 했지만
어제부터 닭날개가 몸이 안좋아 비실비실대더니 급기야 몸져 누웠다.
그래서 모두들 조용히 쉬기로 하고
불닭이 간단하게 끓인 라면으로 저녁만 챙겨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오전까지도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닭날개가 오후가 되자 많이 좋아졌다.
아름다운 호수로 유명한 곳에 와서 누워있었던게 억울했는지
닭날개가 호수라도 보고 오자고 해서 차를 몰고 나섰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와 맞닥뜨렸다. 저 멀리 에메랄드빛 호수 빛깔은 말할 것도 없지만
도로 가까운 곳, 호숫가에는 물풀들로 인해
몇몇가지 다른 호수빛을 보여주어 더욱 멋진 풍경이다.
차를 몰고 에메랄드빛 가까이 다가가 본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바람이 많이 부는 듯. 순타가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설산과 에메랄드 호수(Lago Argentino), 그리고 바람과 우리
바람에도 꿋꿋한 두 아들... 그리고 사이에 낀 닭날개.
불닭은 이런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경치를 찍는가보다 싶으면 언제 벌써 돌아서서
세 모자를 찍거나 아이들을 찍거나 하고 있다.
호수에 '홀로' 있던 섬.
무인도 같아 보이는데 육지 가까이 있어서인지 그리 외로워보이진 않았다^^
오늘은 가볍게 호수만 구경했으니 내일은 어디로 가야 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모레노 빙하를 보러가기로 한다!
칼라파테에서 모레노 빙하를 보러 가는 길도 참! 아름답다.
공원 입구에서 입장권을 끊기 위해 줄을 지어 서는 차량들.
우리처럼 자가용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도 많지만 투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칼라파테에서 약 1시간 정도 가야하니 차가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 듯.
이곳 입구에 도착해서 입장료를 내면 나눠주는 국립공원 안내문을 받았는데,
알고 봤더니 모레노 빙하는 로스 글래시아레스 Los Glaciares 국립공원의 일부였다.
여러 빙하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빙하인 것.
모레노 빙하의 정식 명칭은 뻬리또 모레노 Perito Moreno인데
이 빙하를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다.
사족이지만,
서양은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딴 거리나 도시가 많고
새로운 것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붙이는 경우도 허다한 것 같다.
동양에서 쭉 살아온^^ 우리로서는 다소 생소한 느낌도 있었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모레노 빙하까지는 또 한참을 차를 몰고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그 길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다.
호수를 끼고 이어진 도로라 경치가 아름답기 때문.
중간에 아침을 먹기 위해 피크닉 구역에 잠시 멈췄다.
파릇파릇 나무들과 예쁜 호수를 두고 아침을 먹으니 기분이 절로 UP!!
빵과 삶은 달걀로 가벼운 아침을 먹고 이제 진짜 빙하를 보러 달려간다.
도로 옆 호수가 빙하가 녹은 물이라고 생각하니 바라만봐도 손이 시려운 느낌이다.
드디어 우리에게 모습을 보여주는 모레노 빙하.
이 곳은 도로가에 있는 view point라서 아주 멀리서 빙하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인상은 헉!이었다.
바람이 아주 거세게 불었는데 냉기운이 그대로 묻어있는 바람이었다.
빙하를 본 기쁨에 펄쩍 뛰는 '호머 징이 로키 심슨'
동생과 달리 다소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중딩 순타^^
(웃고 있지만 사실 엄청 추워요~~ 라는 말이 저절로 들리는 듯^^)
닭날개는 몇겹으로 외투를 입고도 부들부들 떠느라,
불닭은 추위에 곱은 손으로 아들들 사진찍고 풍경찍느라
제대로 찍힌 사진이 없다는...^^;:
드디어 모레노 빙하 전망대에 도착.
우리 차는 안내원의 인도에 따라 아래 주차장에 대고 셔틀을 타고 올라왔다.
나중에 보니 단체관광버스는 이 곳까지 곧장 올라오는 듯 했다.
자! 순타야!
이제 저 아래 길에서 보았던 빙하를 가까이 보러 가 볼까나?
빙하 전망대는 달랑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여러 군데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그 전망대를 잇는 트레일이 있어서
각자 자기 사정에 맞춰서 빙하를 구경할 수 있다.
첫번째 전망대로 향하고 있는 징이.
제일 윗쪽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빙하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저~~ 멀리 빙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라니..
우리가 막 이곳에 도착했을 때
어디서 요란한 굉음이 들렸는데 바로 빙하가 떨어져 내리는 소리였다.
이 곳에 와서 떨어지는 빙하를 본다면 얼마나 행운이란 말인가!
그 굉음을 듣고는 가족 모두 와! 하며
빙하 가까운 전망대를 항해 재빠르게 내려갔다.
사진을 보니 전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보면
빙하는
정! 말! 이! 지!
놀랍고 아름답고 신기하고 묘한 매력이 있는 생명체 같다.
난생 처음 이렇게 큰 빙하를 본, 그것도 아주 가까이서 바라 본 가족들의 표정이...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세 모자. 어떤 느낌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 걸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과연 몇%나 사진기가 담아낼 수 있는 것일까?
이 아름다운 빙하를 이렇게 밖에 표현해내지 못하는 사진이라니...
사진 size를 줄였더니 더 그런 듯...
나중에 풍경 사진만 따로 full size로 된 방을 하나 만들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봤던 곳곳에서의 그 느낌들을 최대한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빙하에서 뿜어내는 냉기때문인지 많이 추웠다.
그래도 꿋꿋이 서 있는 닭날개와 순타.
아무래도 닭날개는 모레노 빙하에 꽂힌 듯^^;:
모레노 빙하는 총 길이가 35km에 달한다고 하는데 비교적 높은 기온 때문에 흐름이 빠르다고. 그래서 모레노 빙하하면 '빙하의 붕락'이 특징이라고 한다.
거의 매순간 아주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전진하고 있는 빙하가
앞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깍여나가 호수에 녹아내릴테니
여길 오는 사람들이 늘 비슷한 모습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늘 다른 모습을 보는 것.
우리가 지금 제일 앞면이라고 보고 있는 저 빙하가
대체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 까마득한 옛날,
언제 생성되어 이 호수까지 다다르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니
괜시리 마음이 찡하다.
시리다 못해 푸른 빛을 띄는 빙하를 보다가
문득,
다가가서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손이 베이겠지...
빙하에 푹 빠져 몇시간이고 보고 있고 싶다는 닭날개를 어렵게 설득해서 다시 올라가는 길.
하지만 못내 미련이 남는...
무엇인가 순수한 존재를 만나고
그 존재에 압도당했다가
현실세계로 다시 돌아가는 듯한 느낌...
이제 떠나면 언제 오나... 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게 하는 모레노 빙하.
아쉬움을 접고 다시 칼라파테로 돌아가는 길.
차를 타고 가면서도 조금 전까지 같이 있었던 모레노 빙하가 마음에서 떠나질 않는다.
다음날,
간밤에 바람이 많이 불어 잠을 설쳤는데 아침이 되니
다행히 바람도 잦아들고 햇빛이 따사롭다.
내일 떠나는 날이라 오늘은 칼라파테 마을을 구경하며 보내기로 하고
캠핑장 사진도 몇장 찍어본다.
이 쪽 사이트는 구획이 나누어져 있지 않고 자유로이 텐트를 칠 수 있는데
주로 전기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는 것 같다.
나무도 많고 화장실, 샤워실도 깨끗하게 관리가 되고 있어 마음에 든다.
특히 개수대가 잘 되어 있어서 더 마음에 들은 캠핑장.
아르헨티나에서 개수대가 잘 되어 있는 캠핑장을 몇군데 못 만난 관계로^^
닭날개를 도와주는(?) 차원에서 점심은 간단하게 먹기로...
라기 보다는 점심 값을 아껴보자는 현실적인 이유가 더 크게 작용했지만...
어쨌든 점심은 빵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서 잠시 앉아 쉬는 중.
캠핑장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앙증맞은 모습의 인포센터.
칼라파테에 들어올 때부터 저 계단위에 올라가면 무엇이 보일까?
궁금하던 차에 오늘 올라가보기로 했다.
조금은 헉헉거리며 올랐는데...
아쉽게 호수가 보이리라는 예상은 틀렸고 그냥 가까운 풍경만 보이더라는.
그래도 어린이 놀이터가 있어서인지 가족 단위로 나와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늘이 없는 것이 아쉽다.
우리도 뜨거운 벤치에 앉아서 바게뜨랑 계란, 소시지로 점심을 해결.
점심을 먹고는 우연히 wifi가 되는 걸 발견한 순타가 아주 신나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칼라파테에는 공공 wifi가 있었는데 주로 길 중간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하면 잘 잡혔는데,
좀 떨어져 있는 이 공원에서도 잡히니 좋아할 수 밖에^^
이 곳은 Los Glaciares 국립공원을 소개하는 곳인데 작지만 산책할 겸 둘러볼만 하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이런 표시를 좋아하나보다.
우슈아이아에서도 몇개 보았는데 여기도 있네.
다음날,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엘 찰텐으로 가기 전에
주유를 하려고 캠핑장 바로 앞 주유소에 갔더니 오후에 다시 오란다.
허걱! 어제 차들이 줄을 지어 서서 기다리다가
기름 운반차가 와서야 기름을 넣는 것을 봤는데 오늘도 그런가보다.
우리는 어제 기름차가 왔으니 오늘은 괜찮겠지.. 했는데 ㅠㅠ
다른 주유소를 찾아갔는데 이 곳은 주유를 하긴 하는데 차들이 길게 줄을 지어 서 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도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주유를 했는데
나중에 걸린 시간을 보니 주유하는데만 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ㅠㅠ
아르헨티나에서는 주유소가 보이면 무조건 기름을 넣어야 한다는 말이
다시 한번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무사히 주유를 했으니
이제 다음 목적지 엘 찰텐 El Chalten으로 가서
피츠로이 Fitz Roy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