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브라질 - Brasil, 이과수 폭포 (Iguazu), Argentina 악마의 목구멍!
15시간여를 자면서 졸면서 깨면서 가는데, 창 밖이 환해지는 걸 느껴 밖을 내다본다. 일출이다. 해는 한참 뜸을 들이며 온 하늘을 물들이더니 어느 한 순간 불쓱 땅을 차고 오른다. 피곤함도 잊고 일출을 지켜보고는 괜한 행복감에 젖는다.
그래, 행복이 별다른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지. 작은 것 하나 하나가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데 우리가 그걸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 이렇게 잘 아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는 것이 문제지....
저 점으로 박혀있는 해가 이 지구상 생물들의 생존을 좌우하다니.... 멀리 있어 작게 보이는 것일 뿐. 그러니 작다고 무조건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닐까?
이과수 터미널의 모습. 자는 아이들을 깨워 짐을 찾아 일단, 터미널로 들어갔다. 숙소는 이미 예약된 상태이고 터미널에서 가깝다고 하니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한 후 걸어갈 생각.
그런데, 터미널에서 인근 지도를 보는데 호텔에서 알려준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택시 아저씨께 물어보니 이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단다. 큰 가방을 들고 도저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어서 택시를 탔다. 브라질쪽 이과수, 그러니까 Foz do Iguazu 거리 모습. 신호등이 이제껏 보던것과는 다르다. 위에서 아래로 옮겨 켜지면서 카운트다운 된다. 흐~ 신기.
택시를 타고 찾아온 호스텔의 모습. 알고 봤더니 호스텔은 터미널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이 맞았다. 단,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아침 일찍 도착한 호스텔이지만, 미리 메일로 우리 도착 시간을 알고 있었던 주인장은 아주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었다. 게다가 영어를 잘해서 이과수 지도를 내놓고 이곳 저곳 안내를 해주었다. 밤새 버스를 타고 온 우리가 별로 나갈 생각을 보이지 않자, 또 그런 우리를 위해 빠르게 청소를 하고 정돈을 해주어서 도착한지 1시간정도만에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침 10시경.
리우에서도 가게나 집들이 쇠창살로 만든 문을 해둔 곳이 많아 마음이 심난했었는데, 이 곳도 마찬가지. 우리가 묵은 호스텔을 비롯해서 주변의 많은 가게들이 쇠창살 문을 달고 있다. 이른 오전이라 한산한 거리의 모습.
주인장이 이과수 폭포에 대한 안내 뿐만 아니라 파라과이 가는 방법 등을 잘 안내해준 터라 피곤해도 오늘 한 곳이라도 갔다올까 하다가 우리 가족이 하던 대로^^ 도착한 날은 쉬기로 하는 관습을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나 잘한 일인지...
날씨가 좀 어둑해진다 했더니, 바로 이렇게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비가 내리네.. 하며 창밖을 본지 겨우 몇 분여 만에 물이 저렇게 차올라 호스텔 앞 거리가 온통 물바다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물은 무서운 속도로 차올라 급기야 그 물을 헤치고 가려던 차들이 시동이 꺼져 몇대나 움직이지 못하는 사태까지 진행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이버가 불닭이라면 시동을 꺼뜨리지 않았을 것이다.ㅋㅋ - 자타공인 파워 드라이버)
체크인 할 때 주인장한테 날씨를 물어보니, 며칠 계속 비가 온다고 예보는 있었지만 날씨가 좋았었다고 해서 더욱 나가볼까 했었는데, 나갔었다면 완전 폭우속에 갇힐뻔 한 것이다.
비는 그렇게 폭포수처럼 쏟아지더니 그쳤고, 다행히 거리를 채웠던 물도 잘 빠져서 길이 다시 나타났다. 비가 그친 후 우리는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장이 가르쳐 준 마트로 향했다. 마트로 가는 길에 있는 시내버스 터미널(TTU)의 모습.
마트에 있는 뽀르 킬로(por quilo) 식당에서 맛난 것도 많이 먹고 저녁거리도 사서 봉지 봉지 들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뽀르 킬로는 뷔페 형식으로 접시에 자기가 담은 음식의 중량을 재서 그 만큼 가격을 내는 식당인데 리우에서 몇번 이용하다가 빠라찌에 가니 가격이 확 내려가길래 좋다고 먹었었다. 그런데!! 세상에!! 이과수는 훨~씬 더 싸다. 어쩐지 줄을 서서 기다리며 사람들을 봤는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접시를 가득 가득 채우는 걸 보고 조금 의아해 했더니...
다음 날, 이과수 폭포를 보러 가는 길이다. 그런데 어째 벌써 지친 것 같은 표정들이지? 날이 너~무 더워서 버스에 앉아있는데 땀이 줄줄... 버스는 에어컨도 없지, 바람도 없지... 이러다가 도착하기도 전에 기진맥진해서 구경도 제대로 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징이 로키의 레알 졸고있는 모습.
드디어 도착한 이과수 폭포.
입구에 붙어 있는 폭포 안내도이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입장하면,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게 되는데 본인이 원하는 곳에 하차해서 구경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트레킹이나 보트도 타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일단 폭포가 보일 것 같은 지점에서(위 지도의 13번) 하차를 해서 폭포까지 난 길을 따라 걸어가기로 했다. 우리와 비슷한 코스로 가는 사람이 많은지 다른 사람들도 이곳에서 하차했다.
여러 줄기로 흘러내리는 폭포가 보이자마자 후다닥 전망대 쪽으로 가고 있는 두 아들.
아주 웅장한 모습은 아니지만 여러 갈래에서 흘러내리는 모습이 시원 시원하다.
이런 이단 폭포도 보이고...
폭포까지 난 길을 따라 걷다보니 멀리 거대한 폭포의 모습이 나타났다.
와우, 저 엄청난 수량이라니...
또 다른 전망대에서 바라본 폭포 위의 다리 모습과 파노마라처럼 펼쳐진 폭포의 모습. 날이 너무 더워 얼른 우리도 저 다리로 가서 물보라를 맞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드디어 다리 초입까지 진출~
다리 위에서 폭포를 가까이 보니 그 위세가 대단하다. 폭포의 물살이 바람에 날려 다리까지 오는 바람에 물보라를 맞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심하지 않다. 게다가 햇볕도 뜨거우니 금방 금방 말라버린다.
쏟아져 내리는 폭포의 모습이 진짜 시원했다.
폭포에서 잘 보이는 무지개의 모습이 여기도. 오늘은 쌍무지개가 걸렸네.
많은 새들이 폭포위, 아래를 날고 있다. 흰 폭포위를 점.점.이 수를 놓으며 자유자재로 날아 다니고 있다.
마음에 드는 풍광을 보면 꼭 나오는 순타의 포~즈~
이건 무슨 상황이지? 형제끼리 사진 한번 찍으라는데, 싫다고 도망치는 징이?^^
다른 사람들이 이 자리에서 사진을 많이 찍길래 우리도 오랫만에 가족 사진을 찍었다.
다리 위에서 한참 있다가 전망탑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와 내려다 본 모습.
브라질 사이트에서는 악마의 목구멍이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보트를 타면 아랫쪽에서는 보이겠지만... 멀리 물보라가 피어오르는게 어렴풋이 저기가 악마의 목구멍이구나...하며, 내일 꼭 가봐야지.
매점이 딸린 푸드 코트에서 준비해 간 과자랑 시원한 콜라를 먹다가 오랫만에 한국분들을 만났다. 어르신 부부였는데 단체로 관광을 오셨다고 한다. 남미를 도는 여정인데 이과수를 보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신다고 한다. 남미에서만 16번의 비행기를 타신다고 한다. 비록 가이드 투어지만, 어르신들이 소화하기에도 정신없는 일정일것 같다. 브라질에 사냐고 물어보셔서 세계 여행중이라고 말씀드리니 우리 아이들이 까맣게 탄 모습이어서 여기 교민인가 생각했다고 하신다. 그러더니 어린 아이들 데리고 고생한다며 막 용기를 주고 일행한테 가셨다. 오랫만에 한국분을 만난 것도 반가웠는데 어르신들이 격려도 해주시고 가니 피곤이 싹 가시는 것 같았다.
다음날, 아르헨티나 이과수를 보기 위해 호스텔 주인이 잘 가르쳐준 아르헨티나 버스를 탔다. 아르헨티나 페소가 없어서 브라질 헤알을 냈는데도 받아준다.
오늘은 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리가 머문 브라질에서 아르헨티나로 갔다가 다시 브라질로 와야 하니 하루 내에 출국과 입국을 각각 2번씩 해야 하는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출입국 사무소로 들어가는 길. 버스는 우리 가족과 콜롬비아 아가씨 한 명을 내려주고는 가버렸다. 다행히 미리 정보가 있어서 운전 기사에게 버스를 탔다는 확인증을 받아놨다. 이 확인증이 있어야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다음 버스를 탈 수 있다고...
출국 도장을 쾅쾅 받고는 잠시 버스를 기다린 후에 긴 다리를 건너니 이번엔 아르헨티나 출입국 사무소가 나타난다. 이번에는 버스 운전기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입국 절차를 받는다. 덕분에 같은 버스를 타고 아르헨티나쪽 Puerto Iguazu 터미널까지 갈 수 있었다.
터미널에서 다시 이과수 폭포까지는 꽤 먼 거리였는데 버스 요금이 브라질쪽에 비해 비싼데다가 우리가 헤알밖에 가지고 있지 않아 많이 손해를 보며 티켓을 구입했다.
드디어 아르헨티나 이과수에 도착해 안내 지도를 보고 있는 징이. 브라질 쪽 보다 더 넓고 할 것도 많은 것 같다.
여기 매표소에서는 현금만 받는다고 터미널에서 환전을 해 가라는 한 아저씨의 말을 무시하고 왔더니 정말 페소만, 현금만 받는다. 어쩔 수 없이 가게에서 물을 두개 사는 조건으로 환전을 해주어 그 돈으로 입장권을 살 수 있었다. 이래 저래 손해를 보는 오늘이네... ㅠㅠ
폭포까지 우리를 실어다 줄 기차. 이 기차로 쭈~욱 악마의 목구멍이 있는 곳까지 실어다 주는 줄 알았는데 중간에 한번 갈아타란다.
기차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뭔가 낭만적으로 생각하게 해주는 교통수단인 것 같다. 기차에 탄 사람들 표정이 발그레하다~
드디어 '악마의 목구멍'을 보기 위해 기차에서 내려 막 입구로 들어서는 순타와 징이.
어제 브라질 쪽에도 나비가 많더니 여기에도 나비가 참 많다.
더군다나 나비들은 사람들 머리, 팔 등 어디고 가리지 않고 앉았다 날아가기를 반복한다. 겁이 없는듯.
마미는 나비에게 손을 내밀자 와서 앉았다고 좋아라~ 한다. 뭐야? 사진기 촛점도 안맞잖아?^^ 불닭 왈, 그러게 너무 가까이 대지 말랬잖아~ 뒤에 나무와 손가락에 핀이 맞았네.
입구부터 '악마의 목구멍'까지는 아!주! 멀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약 20분이 더 걸리는 듯. 끝없이 이어진 철제 다리를, 더구나 그늘 하나 없는 길을 계속 걸어야 하니 힘이 많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 물통을 하나씩 들고 다니길래 단체 관광객인가 했는데 꼭 그런게 아니고 이렇게 힘든 걸 사전에 알고 얼음 물을 준비한 사람들인 듯. 우린 달랑 500ml 물병 2개. 이럴 줄 알았으면 매표소에서 페소가 없어서 가게에서 산 물을 다 먹지 말고 남겨올 걸... 사전 정보가 부족하니 고생을 이중으로 한다!!!
하지만!! 이제 다 왔다. 폭포 가까이에 오는 소리가 굉장히 크다. 윗 모습만 보이는데도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
불닭과 마미를 버려두고 후다닥 앞서간 두 아들. 신이 나서 우리를 돌아본다. 악마의 목구멍 앞에서 웃고 있는 순타는 무슨 배짱?^^ 징이로키는 타이타닉?
워낙 큰 폭포여서 그냥도 물이 많이 튀는 데, 한번씩 바람이 불 때는 온 몸이 물벼락을 맞는다. 눈을 못뜨는 징이!
예, 징이씨의 한마디를 듣겠습니다 : 그래도 좋아요~~~~ 너무 시원해요~~~~^^
'악마의 목구멍'. 엄청난 굉음과 떨어져 내리는 물을 보고 있자면, 아~ 그 흐름에 빨려들어가는듯한 느낌이 든다. 사진을 보니 바로 저기에서 듣던 폭포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전망대 이 곳 저 곳을 다니며 물을 흠뻑 뒤집어쓰고 다니던 두 아들. 둘다 뭔가 느낌을 받은듯
마미도 한참 넋을 잃고 바라보더니 넘버 원 이란다.^^ 옴팡 뒤집어쓴 물방울들
마미가 반한 폭포의 모습, 잠시, 말을 잊고 감상해볼까?
구름도 장관. 용의 머리인가? 벌떡 서있는 저건 ... 무슨 시췌이션...
좁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엄청난 물과 그 소리는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을까? 산토스 듀몽이 처음 자신이 제작한 비행기를 타고 이곳을 발견했을때는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상류는 이리도 고요한 데...
악마의 목구멍에 반해서 좀체 자리를 뜨지 못하는 마미였지만 물에 흠뻑 젖은 아들들이 칭얼대는 것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다시 기차를 타기 위해 돌아와야 하는 길은 멀었지만 웅장한 폭포를 보고 나서인지 힘도 들지 않고 가뿐하게 돌아온 것 같다.
뙤약볕에 오래 서 있었던 것이 힘들었던 걸까? 아들들이 더이상 다른 곳은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마미는 아직 참을만 하지 않냐며 회유하지만 아들들은 끄덕도 하지 않고 돌아가자고 칭얼, 칭얼. 오늘도 마미는 저질체력 3cho를 원망하며 기차를 타고 입구로 나와야 했다.
이과수에서 시내로 돌아오는 시내버스에서 찍은 사진.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얼마남지 않아서 인지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가 여러가지 언어로 씌여있었는데 처음엔 한글이 없는 줄 알고 실망했다가 이걸 발견하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몇번을 실패한 후에 겨우 한 컷 찍었다.
그런데! 사실, 일찍 시내로 돌아오고 싶은 아들들의 속셈은 따로 있었던 것!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바로 뽀르 낄로 식당에 가고 싶었던 것. 내일은 우리가 이과수를 떠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떠나는 날이라 이 식당을 이용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사실, 어제 브라질 이과수를 보고 느즈막히 왔더니 식당이 문을 닫은 것이었다!!) 식당 개점 시간에 맞춰서 가고 싶었던 모양.. 에고... 아들들아~~~
마트 입구에 마련된 식당. 아직 오픈시간 5분전!!
오! 이 위용을 봐(쓰고 나니 강풀 작가가 튓에 잘 쓰는 어투네 ㅎㅎ). 이렇게 한 접시 가득 담고도 가격은 리우 식당의 거의 1/3 가격!!
형아와만 오래 놀더니 징이가 형아의 영향을 받아 거의 개그맨 수준이 되어 간다. 저 표정 좀 봐~ 사진을 찍는 걸 보더니 더 이상한 표정을 짓네. 그래도 맛은 좋지, 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