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브라질

72. 브라질 - Brasil, 작은 해변 예술가의 마을 빠라찌(Paraty)

여행숲 2013. 2. 2. 09:37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보낸 일주일여의 시간을 뒤로 하고 떠나는 날, 오늘도 비가 흩뿌리고 있다. 비가 며칠 내리는 바람에 예수상도 희미하게 보고 해변에서 수영도 못하고 떠나는 것이 아쉬워 며칠 더 있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 아쉬움을 접고 떠나야 할 것 같아서 어제 미리 빠라찌행 버스를 예약해 놓았다. 

브라질에서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이과수였는데 어차피 빠라찌가 이과수로 가는 방향에 있는 마을이라 거쳐서 가보기로 한 것이다.


아침에 민박집 아주머니께 부탁하여 택시를 불렀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나섰는데도 차가 엄청 막혀서 버스 출발 시간을 겨우 10여분 남겨두고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택시 기사분이 미안하다며 미터 요금보다 적게 돈을 받으셨다. 택시안에서 우리가 마음 졸이는 모습을 봐서 그런 듯^^

특이한 것은 버스 표에 여권번호, 이름을 적으라고 하는 것이다. 뻬트로 폴리스를 갈 때는 그냥 탔는데 오늘은 표에 적으라고 해서 우리가 다 적고나서야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우리처럼 미리 안 적고 온 사람들도 간혹 보이긴 했다.


브라질 버스들은 과속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중간 중간 많이도 쉬어간다. 우리나라 버스들의 과속^^에 익숙한 우리는 처음엔 적응이 좀 되지 않았다. 뻬뜨로 폴리스 다녀올 때도 그랬지만 시속 80km 정도를 유지하는 것 같다. 게다가 중간 중간 많이 쉬어 간다. 

부산에서 서울을 가는 거리라고 치면, 우리가 한번 쉬고 쌩쌩 달릴 때 이들은 최소한 2~3번은 쉬고 갈 듯. 이렇게 달리면 운전 기사가 덜 힘들 것 같긴 한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법적으로 몇시간에 한번은 쉬라고 되어 있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리우에서 빠라찌까지 오는 길은 해안을 따라 오는 길이라 아름답다. 바닷물빛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중간에 아무 곳에라도 내리고 싶을 정도였다. 빠라찌도 그럴까?라는 생각을 하며 오다보니 어느덧 터미널에 도착했다. 빠라찌 터미널은 작은 마을답게 소박함이 느껴진다.


우리가 오기 며칠 전 급하게 예약했던 호텔. 큰 호텔이 아니라 가정식 호텔 정도라고 해야할 듯. 간판을 봤더니 pousada로 붙어 있다. 인터넷에서 호텔 전문 사이트를 통해서 간 집인데 민박이라 되어 있어서 좀 당황^^;: 게다가 터미널에서 짐이 많다고 택시를 탔는데 생각보다 엄청 가까운 거리여서 이미 한번 당황한 상태라서 더... 

성수기가 아닌 때여서 이 곳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아도 되었을 걸... 하고 잠시 후회^^;:


 

우리의 '당황'을 알리 없는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 분들과의 대화는 온전히 바디 랭귀지에 의존해야 했으니, 그 분들은 포르투갈어만 하시고 우린 포르투갈어를  못하니 그럴 수 밖에. 그래도 어찌 어찌 방을 골라 짐을 옮기고 숙박비도 드렸고 커피도 한 잔씩 얻어 마셨다. 


짐을 내려놓고 너무 일찍 도착한 덕에 평소 우리 가족이 잘 하지 않는 일을 했다. 바로 도착한 날 마을 구경 나가기^^  호텔이 깨끗하고 아담하긴 했지만 좁고 창문이 복도쪽으로만 있어서 답답한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배가 고팠다^^


아직 이 마을에 대해 잘 몰라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터미널 앞에서 본 중국 음식점이 생각나 그리로 가봤다. 중국 사람이 주인장이긴 해도 중국 음식을 파는 것은 아니고 브라질 사람들이 간단하게 즐겨먹는 빠스텔pastel을 파는 집이다. 우린 뻬트로 폴리스 갔을 때 터미널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아서 기억하고 있던 음식.

동양 사람이 가자, 음식을 내 주시던 아주머니가 중국말로 뭐라 하시지만 우린 중국말도 몰라요~~~^^;:


징이는 빠스텔이 정말 맛있나보다. 지금 몇개째 먹는거야? 게다가 아주머니가 징이가 귀여운지 먹을 때마다 웃어주시니 기분도 up된 징이! 우리는 가격도 저렴하고 입맛에도 맞는 빠스텔을 이 곳에 머무는 동안 세 번이나 가서 먹었다. 나중엔 주인 아저씨도 만났는데 아저씨가 한국 사람 이름이 담긴 종이를 보이며 뭔가 설명을 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 의사 소통이 안되어 그냥 웃음으로만 마무리했다는....^^;:


빠라찌의 해변 풍경. 빠라찌는 우리가 리우에서 오면서 보던 물맑은 바다가 아니었다. 작은 항구라고 해야할까? 물도 당연히 푸른빛, 혹은 청옥빛을 띄는 색이 아니어서 처음엔 약간 실망을 했지만 빠라찌는 빠라찌만의 매력이 있었다.

빠라찌는 알아봤더니, 예술 및 역사유산으로 지정된 역사마을이고 또한 주변에 200여개의 섬들이 있고 물고기가 많아 낚시도 즐기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작은 배를 이용한 보트 투어도 많다고.

 

빠라찌 해변 가까이 오래된 성당이 서 있다. 가우디의 성파밀리아성당처럼 크고 아름다운 성당만큼이나 폐허처럼 변해버린 성당도 사람을 마음을 끄는 것이 있다. 한때는 깨끗하고 번듯했을 성당이 허물어질 듯 서 있는 것이 빠라찌에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해변을 쭉 따라가는 산책길.


번잡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숨죽인것 같지도 않은 고요함 속의 생동감을 간직한 빠라찌.


해변에 산책나갔다가 멀리 신기한 산이 나타나 한 컷.


굉장히 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이지만, 실제 빠라찌에 가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정적인 모습이 바로 빠라찌의 본 모습일 것 같다, 괜히.


부서진 배에 들어가 폼잡고 있는 징이. 사실은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회유를 해서 들어가게 했다^^


빠라찌의 지도. 우리가 머물고 거닐고 하던 해변은 사실 이 전체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구 시가지인 역사지구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관광객이 오고 가는 것 같다.


이튿날 오전에 빠라찌 구시가지를 다시 구경하러 나선 길. 오전인데도 햇살이 너무 따갑다. 


작은 골목에 작고 예쁜 가게가 줄지어 서 있다. 우린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할테지만서두^^


벽을 장식하고 있는 앵무새들. 문득 리우 민박집에서 기르던 앵무새가 생각난다. 한국말을 곧잘 하던 아이였는데...


우리나라 풍경만큼 맑은 소리를 내는 예쁜 풍경들.


급기야 마미와 징이는 한 가게로 들어섰다. 빠라찌의 풍광을 담은 앙증맞은 기념품이 참 많았다.


브라질 하면 유명한 쪼리. 브라질에 가면 꼭 쪼리를 사 신고 인증샷을 올리던 사람들이 있던데... 3cho는 맨날 신고 다니는 크룩스가 튼튼하니 이 쪼리도 눈요기로 만족.


뜨거운 햇볕 아래에도 직접 만든 물건들을 팔려고 나온 주민들이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뜨거운 대륙, 남미로 오니 당장 두 아들이 입을 만한 옷이 부족하다. 땀을 많이 흘려 자주 갈아입어야 하는데 옷이 없어서 옷을 보러 다녔다.


옷을 고르려고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기웃하는 마미와 징이. 순타 옷은 마땅한게 없고 다행히 징이 옷을 하나 샀다. 징이 옷이 유일한 빠라찌의 기념품이다^^


이런 스타일의 인형들이 참 많았는데 우리에게 그림의 떡.... 그 마을을 지나고 나면 아, 좀 힘들어도 사올걸... 하는 기념품들이 있는데 이 곳에서는 이런 인형들이 될 듯...


다양한 길이와 모양을 뽐내고 있는 레인부츠들. 비가 많은 영국 에딘버러 지역을 다닐 때, 그리고 노르웨이를 다닐 때 거리를 다니는 많은 여성들이 이런 레인부츠를 신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 여성들도 요즘은 레인부츠를 많이 신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키큰 서양 여성들이 신으면 더 멋져 보인다는 거...^^


아주머니가 들고 나온 물건들. 토속적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대부분. 자리에서 직접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고 있는 분들도 많다.


가게들마다 예쁘고 특징이 있는 물건들이 많아 걷는 속도가 자꾸 느려졌다. 


멋진 한 여성이 밖을 향해 나서고 있다^^ 


예쁜 색감의 가게들. 하이랜드의 한 게스트하우스가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이런 색감들이 사람들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나 보다.


빠라찌 구시가지를 가로 질러 가면 만날 수 있는 강. 강가 주변에 레스토랑이 있다. 


바다와 만나는 강가에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작은 배들.


강을 오가는 배도 바닷가에 정박해 있는 배도 색감이 비슷. 이것이 바로 빠라찌의 색감?!


뜨거운 햇볕을 피해 잠시 그늘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진놀이 중^^ 징이의 선글라스에 빠라찌가 담겼다.


왼쪽에 보이는 방파제 옆으로 수영을 할 수 있는 해변이 있기는 했다. 


초록에 끼인 푸른 대문.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지 우리 앞에 가던 두 사람은 아예 다가가서 대문 틈으로 들여다 보더라는^^


저 단아한 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사소한 호기심이 일어난다. 집이 아름답거나 독특하면 늘 저 곳엔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나도 저런 집에 살고싶다, 라는 반증의 표시일지도...


문을 넘고 있는 덩쿨이라니, 참 센스있는 집주인이네.


해변에서 팔고 있던 목선들. 아주 작은 모형부터 제법 큰 모형까지 정박해있다. 징이가 사고 싶어했지만... 사 줄수가 없지... 


빠라찌는 만조때 이 곳 돌이 깔린 곳까지 물이 차올라 들어온다고 한다. 우리는 아쉽게 직접 보지는 못하고 사진과 그림으로만 보았는데 환상적일 듯.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산타. 크리스마스 장식을 집집마다 해났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이렇게 산타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모형을 창문, 베란다, 벽 등에 장식한 집이 많아 보는 재미가 쏠쏠~


빠라찌를 떠나 상파울루를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중. 예정시간보다 연착된 버스를 기다리는 중. 빠라찌에서 투어를 하지도 않았고 특별한 경험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매일 구 시가지를 오가며 보던 편안한 색감의 건물들, 다양한 개성을 뽐내던 가게들, 예술품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분명히...


느리지만 편안한 버스를 타고 드디어 조금은 악명높은 도시, 상파울루의 터미널에 도착했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이과수로 갈 예정이라 터미널 안에만 있을 거라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고 들어섰다.


이과수행 버스표를 끊고 기다리는 중. 다행히 저렴한 pulma 버스를 예약할 수 있었다. 당일 표를 끊는거라 자리는 제일 뒷자리를 끊었지만 그렇게라도 끊어서 다행이었다. 직원이 보여주는 시간표와 가격을 보니, 우리 다음 시간대의 버스는 가격이 팍 오른 가격이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돈을 더 주고 갔어야 했다는...


터미널의 subway에서 샌드위치로 점저를 때우고 기다리다,


드디어 pulma버스를 타러 갔다. 이번에는 미리 티켓에 여권번호랑 이름을 적어놓았는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다시 그 아래 어딘가에 적으라고 해서 다시 다 적고서야 버스에 탑승^^;:


나란히 가거나 앞뒤로 앉아 가는 좌석이 없어서 아이들은 조금 앞쪽에 우리는 화장실 가까운 좌석에 앉았다. pulma버스는 저렴한 대신 먹을 것 하나 주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고 하는데, 어차피 저녁먹고 탄 데다가 밤새 자면서 가면 되니깐 우리에겐 별로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내일 아침 9시쯤 이과수에 도착할 예정이니, 날이 저물때까지 이야기하고 풍경구경하다가 깜깜해지면 자면 되는 15시간의 버스 여행이 시작된다~~ 남미 여행 중 꼭 봐야 하는 곳 중 하나인 이과수가 우리를 기다린다, 얼른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