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브라질 - Brasil - Rio de Janeiro , 도하에서의 1박, 그리고 브라질 리우, 니테로이!
공항에서 하마터면 비행기를 타지 못할 뻔 했다. 남미에서 out하는 티켓이 없다며 직원이 난감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럴 때를 대비해서 미리 사둔 이과수-부에노스 항공권을 보여줬지만 그걸로는 안된다고. ㅠㅠ
그래서 우리는 세계일주 중이다. 며칠 걸릴지 모르는 여행이라 out 티켓을 살 수 없었다.. 등등 설명을 하자, 저 쪽에 있던 수퍼바이저를 부른다. 수퍼바이저가 우리 얘기를 듣더니 한참 고민을 한다. 안된다고 하면 어쩌지? 하며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보고 서류를 보여주며 여기에 서명을 하면 비행기를 태워주겠다고 한다. 보니, 우리가 브라질에 도착해서 입국 심사에서 거절당해도 자기네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서류다.
OK!!! 우리야 당연히 서명을 하지. 모든 책임을 우리가 진다는 의미는, 강제 출국당하더라도 우리가 항공권을 다시 사서 나와야 한다는 의미지만 우리가 지금 그런 걸 가릴 처지가 아니지, 암! 그런 서명을 쓰게 하더라도 비행기를 타게 해준 수퍼바이저가 넘 넘 고마워서 가지고 있던 예쁜 볼펜 한자루를 선물했더니 행운을 빌어주었다. ㅎㅎ
그렇게 해서 비행기를 타고 케이프타운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장장 2시간, 그리고 도하까지 장장장장^^ 8시간. 대략적인 시간만 쳐도 10시간 비행을 해서 도하에 도착했다. 뭐, 도하에서 상파울루까지 가는 시간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만서두.
그런데!!!!
도하에서 비행기 환승을 하려고 열심히 뛰었다. 원래 티켓에 표시되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50분이었는데 비행기가 조금 연착하는 바람에 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간을 보니 이미 게이트 마감시간은 다 되어가고 우리는 뛰면 되지만 우리 짐은 뛸 수도 없으니 아차하면 못타겠다 싶었다.
아니나다를까, 게이트까지 가자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한다. 뭐야? 뭐지? 이러면서 긴가민가 갔더니 환승 데스크인데 우리보고 늦었다면서 오늘 비행기를 못탄고 한다. 아니, 그러면 자기네 비행기가 연착되어 죄송하다, 비행기를 못타게 되었다~ 이런식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고 다짜고짜 우리가 늦었다고 말하며 자세한 설명도 안해준다.
우리야 뭐, 남는게 시간밖에 없는 사람들이니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호텔에서 자고 내일 가면 그만이지만 응대하는 태도가 영 아니다. 그래서 한국 직원을 불러달라고 했다. 카타르 항공에 한국 직원이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 조금이라도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한참 기다리게 하더니 한국 직원이 왔다. 하지만 그 분이야 뭐, 통역 정도 수준으로 얘길 해준다. 원래 카타르 항공은 죄송하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 항공사인가보다. 그 직원을 보내고 수퍼바이저 남성 직원이 우리를 아래층으로 인도하며 다른 직원에게 인계한다. 그러며 끝에가서야 'sorry, sir' 한 마디는 하더군.
국제선에서 국내선으로 가려고 버스를 탄 모습. 국내선에 가야 호텔을 지정해주는 데스크가 있음.
이 가족(미아네 가족)도 계속 우리랑 만나길래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알고 봤더니 우리처럼 케이프타운에서 도하까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가족이었다. 온 가족이 어학연수를 남아공에서 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좋겠다~~^^
생각지도 않게 여권에 카타르 입국 도장이 찍히게 되었지만, 호텔도 무료로 제공받으니 하루 푹 쉬었다 가자고 생각. 공항 터미널에서 나와 호텔 봉고를 타러 가는 길. 경사가 급하게 된 길이 있어 '이거 걸으라는 거야, 뭐야?' 이러면서 두 모자가 장난을 치고 있다.
배정받은 호텔에서 내다 본 도하의 모습. 삭막..... ㅠㅠ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자, 삭막함을 가려주고 대신 그 자리에 도시 불빛이 자리한다.
호텔 바로 앞에 대규모 건물을 신축하는 중인가 보다. 저녁까지 공사 소음으로 시끄럽다. 이 너머 좀 멀리 두바이에서 본 것처럼 대형 고층 건물들이 보이긴 했지만 대체로 낮은 건물들이 주를 이룬 도하 시내.
호텔 구내 식당. 여기서 총 네 끼를 제공받았다. 아무데도 나가지 않고 놀다가 밥먹고, 놀다가 밥먹고. 허걱!
이번 비행기도 우리 두 아들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각종 오락을 할 수 있는 모니터가 있었다.. OTL
도하에서 상파울루까지 장장장장장 14시간. 그 긴긴 시간을 모니터와 보낸 징이로키. 나중에 브라질에서 눈이 잘 안보인다고 해서 엄청 혼이났다는.. 마미 말도 안듣고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ㅠㅠ
카타르 항공에는 한국 승무원들이 많다고 해서 남아공에서 도하 갈때도 혹시나 기대를 했는데 한국 승무원이 없었고, 도하에서 상파울루 갈 때도 역시 마찬가지. 우리가 탄 비행기만 그랬는지, 아님 한국 승무원이 많다는 얘기가 사실이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승무원들 대체로 친절해서 큰 불편은 없었다.
아! 그리고 도하에서 다시 비행기 탈 때, 우리 가족에게 빨간 줄이 그어져 있는지^^;: 잠시 수속을 안해주고 직원들 몇몇이 의논을 하더니 수속을 해주었다. 우리 생각으로는 남아공에서 서명을 한 서류에 대한 코멘트가 달려 있는거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잘 탔으니 성공~~
아!! 도하에서 보안검색대 거치기 전에 우리를 열나게 한 것이 또 있긴 했는데 글이 길어지니 그건 다른 코너에서 다시... ㅠㅠ
카타르 항공을 탄 평가 - 비행기도 괜찮고 기내 승무원들의 친절한데 반해 지상 근무 승무원들은 좀 아니었다. 특히 도하에서 두번째 본 수퍼바이저 아저씨. 비행기가 어찌 연결되는지 조차 못하고 있더라는...
상파울루에서 입국하는데 브라질 국민이라 우리보다 쉽게 입국심사하고 나갔던 미아네 가족을 다시 만났다. 특이하게 상파울루 입국 심사는 예쁜 아가씨들이 하고 있었다. 우리는 혹시나 하고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 별 제지없이 도장을 받았다. 휴~~~~
그런데, 카타르 항공에서 우리가 하루 늦게 도착한 것을 감안해 안내를 잘 안해줘서 여기서 리우데자네이루까지 가는 비행기편을 찾느라고 여기저기 헤매고 다녀야 했다. 각 항공사에 있는 직원들도 카타르 항공과 연계된 서비스를 잘 모르는 듯.
불닭이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다 미아 아빠를 만난 것은 정말이지 행운이다. 미아 아빠가 자기 일처럼 막 나서서 찾아주는 바람에 원래 타려던 비행기편보다 늦은 비행기나마 탈 수 있었다. 브라질 말을 하지 못하는 우리끼리 일을 해결하려면 굉장히 힘들었을 텐테..
고마운 마음에 같이 햄버거로 저녁을 먹고 게이트가 달라 서로 헤어지기 전에 찰칵!
드디어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 겨우 비행 1시간을 날기 위해 공항에서 몇시간을 기다렸던가. 게다가 짧은 비행이라고 아무, 정말이지 아무것도 안준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국내선 항공을 타고 왔는데도 다시 입국심사 대열에 서서 내보내주더군. 우리 여권을 본 심사관이 상파울루로 들어왔냐고 해서 그렇다고 하니 별말 없이 통과. 그럴 거면 왜 이렇게 줄을 길게 서게 하는지, 원. 다른 나라 행정에 뭐라고 할 건 아니지만 비효율적. 힘들어~~~
남아공에서 리우의 한국 민박집에 메일을 보냈었는데 답장이 와서 묵게 되었다. 다른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은 민박을 하지 않는다고 소문이 나 있었던데 혹시나 하고 보낸 메일에 마침 사모님이 보시고 답장을 보낸 것. 행운으로 시작된 남미 여행이니 쭉 행운을 가지고 다닐 수 있기를...
아주머니가 여행사도 하신 적이 있다고 하시며 우리에게 이런 저런 안내를 해주셨다. 그래서 오늘은 가볍게 시내 조금 구경하고 네트로이에 다녀오기로 하고 나선 길.
신기한 브라질의 시내버스. 운전 기사 뒤로 저렇게 개찰구같은 것이 있다. 저기서 카드를 찍거나 안내원에게 버스 요금을 주고 한 명씩 통과해서 자리에 앉는다.
순타 뒤에 보이는 독특한 건물이 리우 대성당이다. 신기하게 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꼭 들르는 리우의 명소 중 하나.
성당 쪽으로 가다 발견한 빌딩. 허걱걱. 이 주위가 다 독특하게 건물을 짓기로 했나? 빌딩의 하부가 이채롭다.
저 멀리 리우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예수상이 보인다. 우리도 머무르는 동안 언젠가 올라갈 곳.
대성당의 입구. 관광객과 기도하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겠지. 구경하는 사람과 기도하는 사람이니깐. 그나마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라서 장터같지 않아서 좋았다. 유럽의 어떤 성당들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다녀 성당이 종교적 건물인지 잊을 지경인 곳도 있는데.
사방에서 스테인드 글라스가 올라가 천정에서 빛으로 만난다.
성당을 나와 네트로이 가는 배를 타러 항구를 찾았다.
요금이 차별없이 정액권이다. 마미는 개찰구에서 표를 넣었는데 나오지 않자, 잠시 당황하고는 사진도 못찍었는데~ 하며 아쉬워한다.
배가 도착하자 썰물 빠지듯 사람들이 내리고 그 다음엔 밀물이 밀려들어가듯 타는 사람들이 우루루 바쁜 걸음으로 타고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급하게 배를 타길래 자리가 없는 줄 알고 같이 종종걸음을 쳤는데 배가 커서 자리는 널널하더라는.
민박집 아주머니가 추천한 니테로이 현대미술관.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시작해서 건물 자체가 곡선으로 되어 있는 외부 모습이 심상치 않다. 바닷가 절벽쪽에 있는 미술관의 모습이 주변 경관과 오묘하게 잘 어울린다. 이 미술관은 브라질의 유명 건축가인 오스카 니마이어(오스카르 니에메예르)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무지 곡선을 사랑한 건축가인 듯.
참, 우리가 방문했을 때만 해도 이 분이 104세로 생존해있었는데 여행중 돌아가셨다는 것을 들었다. 곡선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 장수를 하신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ㅎㅎ
바닷물 색은 투명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미술관 옆에 작은 다리로 이어진 섬하나가 있고 그 뒤로 리우의 모습이 보인다.
뻥자수카아 예수상도 보이고. 무엇보다 곡선의 실루엣을 보여주는 리우의 산세가 미술관의 곡선과 매치가 되어준다.
비행접시가 내려앉은 듯한 모습에 고개숙인 징이로키 ㅎㅎ 밤에 조명이 비치면 건물이 물에 비쳐 아주 환상일 듯.
미술관 왼편으로는 아파트가 많이 보이는데, 주로 고급 아파트라고. 어느 지역을 가나 경관이 좋은 곳에는 '고급'이라는 단어가 붙는 건물이 있고 부자들이 선호하는 구나... 라는 괜한 딴지를 걸어본다.
미술관은 총 3층인데 지하는 레스토랑이 있었고 1층은 티켓판매와 화장실, 기념품 판매점이 있었다. 전시는 2층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그리 넓지 않아 부담없이 관람할 수 있다.
전시장 모습. 창문이 사선으로 되어 있다.
사선으로 된 창문 바로 앞에 잠시 앉아서 경치를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기도 한다.
전시를 천천히 보고 나서 밖으로 나와 잠시 쉬는 중.
미술관 앞에서 어여쁜 처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델들 같은데... 옆에서 꼽사리로 촬영!
미술관 지하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입구에서 식사를 할 것인지 음료를 마실 것인지 물어보고는 자리를 안내해준다.
우리는 간단한 음료와 작은 폰데케죠를 시켜먹었지만 레스토랑 안쪽으로는 주로 식사하는 사람들인 듯. 웨이터가 분주하게 주문한 음식을 내놓고 있었다.
불닭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직원이 와서 자기가 찍어주겠다고 한다. 서비스 good~~
미술관에서 나와 다시 리우로 돌아가는 버스 안. 갈 때는 배를 타고 갔지만 돌아올 때는 니테로이 대교를 건너기 위해 버스를 타고 왔다.
이 대교는 1974년에 완공되었는데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였다고 한다. 리우와 니테로이 시를 잇는 다리인데 한번쯤 차를 타고 건너볼 만 하다.
오늘의 세 번째 목적지는 빵 데 아수카. 일명 빵산(sugarloaf Mt.) 생긴 모양이 설탕빵 모양으로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케이블카를 타러 매표소앞에 줄지어 있는 사람들.
첫번째 케이블카를 타고 첫번째 산에 오른 다음 다시 거기서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빵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원래는... 하지만 우리는 민박집 아주머니가 추천해준 등산 코스로 올라가기로 결심! 한 것. 하지만 그 때부터 우리의 고생은 시작되는데~~~
등산로가 시작되는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해서 정 반대 방향으로 이동을 했던 것. 덕분에 바다 구경은 실컷 했다. 멀리 니테로이 대교의 모습이 보인다. 길긴 길구나...^^
나중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영어를 못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모두들 모른다고 대답하더라는... ㅠㅠ
어쩔 수 없이 다시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돌아와서 반대 방향으로 가보기로. 계속 돌아다니느라 배고파 팝콘과 옥수수를 샀다.
바닷가에서 보니 이 곳으로 사람들이 계속 걸어가거나 뛰어가는 모습이 보여서 우리도 이 곳으로 가보기로 한 것인데 길이 잘 닦여져 있다.
시간은 벌써 오후가 지나 해가 저물어 가기 직전인데도 세 모자는 천하태평의 자세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우리 계획은 이 곳에서 일몰을 보는 거였어~ 얼른 얼른 서둘러~
여전히 등산로를 찾지 못해서 헤매다가 산에서 내려오는 브라질 청년 둘을 보고 서로 잘 안되는 영어로 물어보았는데 자기들이 내려오는 길이 바로 그 등산로라고 한다. 마미가 오래 걸리냐고 묻자, 20분 정도 걸린다며 올라가보라고 해서 우리는 용감하게 go, go~
하지만.... 우리는 산을 오른지 10분도 안돼서 다시 내려왔다. 해가 이미 지기 시작해서 어둠이 급격하게 내려오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으스스한 분위기로 산이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안이 안좋다는 브라질을 생각하며 내려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끝까지 올라가야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아직 리우에서 머물 날이 많다고 예수상을 보는 날 다시 빵산을 찾기로 하고 우리는 가벼웁게 산을 내려왔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모르는 일.. 빵산을 그렇게 밑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마감하게 되리라고는 그때까지 알지 못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