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이집트 - Egypt, 밀라노에서 카이로로, 피라미드 투어
아침에 니스를 떠나 밤 12시쯤 밀라노 숙소에 도착했으니 12시간이 넘게 걸렸다. 중간에 기차 기다리느라 대합실에서 쉬고 그러면서 와도 역시 길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힘들다. 게다가 매번 자동차로 편하게 다니다가 큰 짐을 세 개나 끌고 배낭메고 다녀보니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네. 앞으로 다닐 일이 걱정~~~ 이지만 우선은 잠자는 것이 먼저!! 아이고 피곤해라~~~
배정받은 123번 방앞에서 징이로키의 피곤하신 얼굴~
밀라로 공항 근처 호텔. 평이 좋기도 하고 가격도 적당해서 머물렀는데 셔틀버스 기다릴 때 오래 기다린 것만 제외하곤 대체로 만족. 아니다... 주변이 황량한 것도 조금 마이너스...
밀라노 호텔에서 꼼짝하지 않고 이박을 하고 밀라노 공항으로 나왔다. 이제 여기서 그리스 가는 이지젯을 타고 아테네로 갔다가 다시 거기서 카이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면 오늘 일정 끝~ 오늘도 이동에 하루를 써야 하는 날^^
밀라노 공항에서 사실 조금 긴장을 했다. 6개월이나 유럽에 머물렀기 때문에 혹시 딴지를 걸지 않을까해서. 유럽연합은 쉥겐조약이라는 것이 있어서 최장 3개월을 머물러야 한다고 하는데 우린 기간이 훌쩍 넘어서까지 머물렀으니... 나중에 다른 코너에서 이 이야기를 쓰겠지만, 결론은 싱겁게도 아무 문제없이 비행기를 탔다. (출입국할 때 조금 껄끄러웠던 나라는 영국, 그리스 두 나라였고 나머지는 모두 순조롭게 pass pass~~)
이 날을 대비해서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밝힌 양자협정관련 내용도 출력해서 가지고 있고 가계부에 열심히 영수증도 붙이고 나름 최선을 다해 준비했는데... 한 편 허탈하면서도 너무나 다행이었다^^
유럽의 하늘은 늘 새롭고 아름답다. 오늘도 유럽을 떠나는 우릴 배웅하는 하늘을 보며 good~~
드뎌~ 그리스 아테네 도착. 순타야! 지난번에 아테네에 머물러서 낯설지 않은 착륙이지?
밀라노에서 아테네 오는 비행기 안에서 메일로 온 비행 정보만 보고 비행시간이 5시간정도 걸리는 줄 알고 잠깐 착오를 일으켜서 기내식을 조금 늦게 시켜 landing하느라 먹지도 못하고 배낭에 고스란히 넣어서 내렸어야 하는 것 외에는 별일 없이 무사히 안착!
그리스 들어갈 때는 같은 EU 국가여서 그런지 입국심사 뭐, 이런 것도 없이 그냥 쓰윽~~ 들어갔다. 또한번 다행?!^^
인자한 표정의 이 두 분은? 아네테 도착하자마자 일찌감치 이집트에어에 짐을 부치고 있는데, 우리 뒤로 수속 받으러 오셨다가 인사를 건네게 된 뉴욕에 사신다는 교포 부부시다. 형님뻘 되시는 두 분이 결혼기념일 기념여행을 하고 계신 거였다.
두 분도 아테네 가시는 건데 우리랑 같은 비행기. 이것도 인연이라고 같이 식사도 하고 여러가지 얘기를 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몇 군데 다니셨는데 미국이 제일 살기 편한것 같다고 말씀하시면서 뉴욕에 오면 꼭 집에 오라고 초청도 해주셨다. 감사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몇번 먹을까 말까하는 햄버거와 콜라. 유럽에 와서 엄~청 먹는다. 가격이나 양이나 만만한게 햄버거이고 체인점이 어디나 있으니 찾기도 쉽고. 아이들에게 먹이면서도 위안을 삼는다면,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우리나라처럼 오래 찌들은 햄버거를 주는게 아니고 그래도 금방 만들어서 주는 것 같이 싱싱해 보인다는 것. 프랑스 샤모니 근처에서 먹은 햄버거 같은 경우에는 수제 햄버거 같을 정도. 우리나라도 싱싱한 야채를 먹게 해줘요~~ 햄버거 회사 사장님들~~ 전 세계적으로 같은 메이커의 체인점인데도 우리나라만 홀대하는 것 같아 싫어요~~
비행기 landing할 때 내려다 본 카이로. 저 강이 나일강이리라.
굉장히 번잡스러움이 느껴지는 카이로 공항. 비행기에서 내리면서부터 정신이 없고, 안내도 잘 안되어 있다. 게다가 화물로 부친 짐이 너무~ 안나와서 기다리다가 지칠 지경.
그래도 우리 짐보다는 먼저 짐이 나왔는데도 우리 짐이 나올 때 까지 기다려주신다고 하시는 걸 두 분이 넘 힘드실것 같아서 연락처 주고 받고 서로 사진 한장 씩 찍고 헤어졌다. 여행 잘 끝내고 가시길 바랬는데 나중에 페이스북보니 아주 힘들게 여행하셨나보다. 이집트에 대한 기억을 별로 좋지 않게 가지고 귀국하셔서 안타까웠다. 게다가 귀국하신지 얼마 뒤에 태풍이 뉴욕을 휩쓸고 지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나무 몇 그루만 쓰러지고 큰 피해가 없다는 소식을 들어서 우리 가족은 휴~~ 하고 안심을 했었다.
두 분과 헤어진 후 우리는 게스트하우스에 픽업 서비스를 한 터라 편안하게 숙소까지 갔다. 다만!!! 이집션들의 운전습관에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이차선인데 실제 그 위를 차 세대가 나란히 가는 것은 예사고 조금만 틈이 있으면 서로 비집고 앞으로 나아가는 저돌성도 보았다. 유럽에 오래 있다 온 우리로서는 너무 놀랐지만 나중엔 은근히 중독이 되더라는 ㅎㅎ
우리가 머물 숙소인 'OHRAK' 게스트하우스 팻말이 붙어 있는 엘리베이터 입구. 드디어 우리도 한인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게 되었다. 유럽에서는 한번도 가지 않았던 게스트하우스 & 한인 숙소인데 이집트에서는 정보도 얻고 도움도 받으려고 가격 부담이 좀 되긴 하지만 한인 숙소를 택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너무나 good~ good~ 한 선택이었다.
오락 게스트하우스의 정감있는 사장님들 덕분에 우리 가족은 너무나 푹~~ 쉬면서 즐겁게 이집트 여행을 하게 되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오랫만에 한국 사람들을 만난 우리 두 아들들. 넘! 넘! 좋아했다! 말도 통하지, 귀염도 받지, 밥도 주시지. 게다가 우리가 간 기간이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 함께 한 방을 쓰게 해주시는 등 아주 아낌없이 마음을 써주시는 바람에 6개월만에 마음 푹 놓고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원래는 이 숙소에서 이박 정도만 하고 좀 더 싼 곳으로 옮기려 했는데 도저히 그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은 오락! 고마워요~~~ (cafe.naver.com/egohrak)
하루를 숙소에서 푹~~ 쉰 다음 숙소에 같이 묵게 된 다른 한국 분과 같이 처음으로 카이로 나들이를 나섰다.
오늘 갈 곳은 올드 카이로(old cairo) 인데 카이로의 발상지이면서 콥트 기독교의 심장이라고 하는 곳이다. 전철을 타면 웬만한 곳은 모두 갈 수 있다. 전철비는 1 이집션파운드.
전철에서 내리면 바로 역앞에 보이는 콥틱교회. 이슬람국가인 이집트에서 초대교회의 한 종파인 콥트교(마르코에 의해 그리스도교가 전파되었다고 하는데 이 유적지들 내에 예수님이 어릴 때 헤로데(헤롯왕)를 피해 피난왔었다는 오래된 성당도 있는 걸 보니 그 이전에 이미 싹을 품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를 보는게 조금은 어색^^하다. 이 지역에는 아직도 초대교회예식을 하고 있고 수만명의 기독교인들이 있다고 한다.
예전에 터키를 갔을 때 이집트보다 더 강건한 이슬람국가인 그 곳에서 신자도 없고 사제도 없는 성당을 외로이 지키던 수녀님 두 분을 보았던 기억도 오버랩되면서 괜히 '다수 속의 소수'를 생각해본다.
전철역을 나오자 마자 마주 보이는 곳에 다 허물어진 바빌론 성채도 보인다. 우리는 성채를 지나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곳에서 제일 먼저 만난 교회, 무 알라카(공중교회, 매달린 교회 - Hang in Church). 이 교회가 기둥없이 바빌론 성벽에 매달려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콥트 기독교의 교황들이 기거했던 교회라고 한다. 이 곳에서 한국에서 단체로 성지순례를 오신 분들을 만나 스치듯 인사하고 내부로 들어가봤다.
교회 내부의 모습. 이 곳에서 삼면 벽면을 돌며 역대 콥트교회 교황들에게 기도하는 한 이집션 가족을 보았다. 눈이 마주쳐서 반갑게 웃었더니 너무나 환화게 웃어주었던 가족. 무엇을 기원하러 왔을까? 그들이 기도드리는 신과 내가 믿는 신, 그리고 또 누군가 믿는 신이 무엇이 다른 걸까? 괜히 이슬람 속의 기독교를 봐서 그런지 생각이 많아진다.
정갈한 내부 마당. 세 모자가 내려가는 계단이 모두 위 아래로 12계단씩 24계단인데 아래는 이집트의 12부족을, 위는 12제자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집트는 사막지대라 유적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아주 오래된 교회인데도 잘 관리가 되고 있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다.
이 교회는 콥틱박물관 옆에 있는 st. George 교회. 같이 온 한국 분은 박물관에 가보고 싶어했지만, 3cho는 유럽에서 성당과 박물관에 지쳤는지 별로 흥미가 없어해서 헤어지고 우리 가족끼리 찾아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대대적인 보수를 하는 중이어서 교회 내부는 들어가보지 못하고 일부 개방된 미니 박물관 같은 곳만 보고 나왔다.
st. George는 어느 지방에선가 용이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히자 그 용을 무찔러 기독교를 전파했다는 성인이다. 그러니 st. George교회는 그 성인을 주보성인으로 삼는 교회일 터. 미니 박물관에는 용을 무찌르는 st. George 성인을 그린 그림이 방방마다 있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 투어를 할 때 가우디가 만든 건물 중 하나인, 까사 바뜨요에 대한 설명을 들은 기억이 오버랩된다. 까사 바뜨요가 st. George 성인이 용을 무찌른 이야기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하는... 어쨌든 멀리 떨어진 이슬람 국가에서 st. George 성인을 보게 되다니...^^
아기 예수님이 피난왔었던 동굴 위에 지어진 교회와 벤 에즈라 시나고그도 보고 길거리 서점등도 보며 짧은 올드 카이로의 여행을 마치고 오늘은 그만 숙소로 돌아가기로.
돌아가기 위해 전철을 기다리는데 반대편에 있던 개구쟁이 아이들 둘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불닭을 향해 손을 흔들어 불닭이 찍어주었다. 그 모습을 본 우리편에 있던 아이들이 마구 몰려와 서로 서로 얼굴을 내밀려 웃음바다가 되었다.
한참 사진찍기 놀이를 하고는 아이들이 무슨 말인가 하는데 알 수가 있어야지 ㅠ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대화를 시도해보는 마미.
이 아이들의 명랑한 웃음 덕분에 순타는 갑자기 이집트가 좋아졌단다. 아프리카를 가는 것에 대해 별로 내켜하지 않던 순타의 마음이 아이들 덕분에 무장해제가 된 것 같다. 우리의 이집트 여행이 순조롭게 풀릴 징조가 아닐까?^^
7개의 침대가 놓여있는 넓은 방을 우리 가족 4명이 여유롭게 차지하고 사용했다.
오늘도 애용하는 선장 모자를 쓴 징이로키군~ 자, 오늘은 어디로 가는 것이지?
카이로 시내에서 종종 보이는 짓다만 것처럼 보이는 건물들. 실제로 어떤 건물은 짓다만 것도 있고 어떤 건물은 저렇게 보여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건물도 있다.
나일강을 건너 조금 멀리 가는 모양인데... 오늘의 목적지는 과연 어디인지?
카이로 시내의 모습. 좀 황량해~~ 사막에서부터 오는 먼지도 많고~~
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피라미드! 숙소에서 하는 피라미드 투어를 온 것이다. 아직 오전인데 벌써부터 찌는 듯한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제일 먼저 들른 기자 피라미드 입구.
오늘 우리를 안내해 줄 선한 눈빛의 청년 가이드 우디와 우리와 같이 투어를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박대진씨. 우디는 한국말을 몇년간 배워서 쉬운 한국말은 웬만큼 한다. 그래서 가이드도 한국말로 주로 해서 너무 편하게 들었다.
피라미드는 우리의 상상속 혹은 사진에서 보던 것처럼 진짜 거대하고 멋졌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피라미드는 쿠푸의 피라미드. 피라미드를 이루고 있는 돌 하나의 크기가 정말 사람 키 하나보다도 더 큰게 수두룩... 어디서 저렇게 큰 돌을 가져와 또 어떻게 저렇게 정교하게 쌓았을까? 징이로키도 피라미드를 직접 보더니 그게 제일 궁금했나보다. 우디에게 물어보더니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듣고는 으흠...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 피라미드는 146 m 였는데 현재는 윗부분이 허물어져서 138m라고 한다. 어디 윗부분만 허물어졌겠는가? 피라미드가 모두 계단으로 보이지만 실은 겉면에 화강암으로 마감되어 있었는데 이슬람 모스크를 지을 때 모두 떼어가 지금과 같이 속살이 드러나 있는 것이다. 기원전 2000년경에 만들어진 이 피라미드가 현대인들에겐 인류의 큰 유적지이지만 그들에게는 단지 건축자재로만 보였다니...
쿠푸왕 피라미드에서 바라보는 곳에 있는 아들 카프레왕의 피라미드를 한 손으로 제압하는 징이로키의 대단한 몸짓^^
오늘은 금요일. 이집트에서는 휴일인데 아직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은 듯 한산하다. 쿠푸의 피라미드에 대한 설명과 피라미드를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데에 대한 우디의 설명을 듣고 다음 피라미드로 이동하고 있다.
이집션들은 붙임성들이 좋은가보다. 마미를 보더니 막 사진을 찍고 싶다고 몸짓으로 말을 해서 이렇게 예쁜 아이들과 한 컷 찍었다.
같이 간 대진씨가 찍어준 우디와 우리 가족. 우디와 같이 다닌 덕분에 호객꾼들의 집중 공격도 받지 않고 잘 다닐 수 있었다.
이번엔 순타의 피라미드 간단 제압!
마미도 질 수 없다. 와~ 나도 잡았다~^^
기자 피마리드에는 제일 좌측의 쿠푸왕 피라미드, 중간의 카프레왕 피라미드, 우측의 멘카우레왕 피라미드. 그러니까 좌측부터 1대, 2대, 3대 왕의 무덤이 있는 것이다. 세 피라미드 중 그래도 카프레왕 피라미드는 윗부분에 외장 마감재인 화강암이 남아있어 그나마 피라미드의 원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피라미드들의 크기가 너무 커서 사진에 세 개가 잘 담기지 않는데 이 곳에서는 세 개의 피라미드가 모두 한 컷에 들어온다.
세 개의 피라미드를 보고 이제 스핑크스를 보러 왔다. 많이 훼손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까이서 스핑크스를 보게 되다니... 훼손되기 전에는 스핑크스 어깨부분까지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한다. 스핑크스 얼굴은 카프라 왕의 얼굴을 본따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던데 글쎄, 그리 잘 생긴 얼굴은 아닐 듯 ㅎㅎ
우디가 사진을 찍어준다고 이렇게 저렇게 주문을 한다. 찍고 나서 봤더니 아하! 스핑크스에게 선글라스를 씌워주려고 그랬구나 ㅎㅎ 센스쟁이 우디~~
이 곳은 기자피라미드의 후문. 우리가 스핑크스로 올 때쯤부터 아주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어린 학생들이 단체로 온 모습도 보이고.
사실, 이 곳에서 이집션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다른 블로거들이 많이 말을 하는데 우리는 우디랑 같이 다녀서인지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 타는 듯한 햇볕 아래서도 그나마 쉽게 피라미드를 본 것이 모두 우디 덕분. Rashwan, Thankyou!
이 피라미드는 우리가 두번째로 이동해서 본 사카라의 조세르 왕 피라미드. 이 피라미드는 계단식 피라미드인데 현재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제일 오래된 피라미드라고 한다. 이 피라미드 역시 많이 허물어져 있는데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사카라는 파라오 뿐만 아니라 왕족이나 귀족들의 무덤들이 산재해 있는 공동묘지 지대라고 한다.
따가운 햇볕에 이미 지친 징이로키는 피라미드도 모르겠고, 모래만 만지작거리는 무관심 퍼포먼스를 진행하면서 얼른 시원한 곳으로 가자고 시위 중^^
보수공사중인 피라미드는 멀리서 보느 것으로 만족하고 우리는 어느 귀족의 무덤을 들어가봤다. 귀족의 무덤이라고 하는데 벽에 새겨진 그림들이 잘 보존이 되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무덤도 기원전 2430년에 만들어졌다니 직접 들어가보면서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
붉은 색으로 칠해진 사람들이 제물을 바치는 모습이 얼마나 생생한가? 게다가 기원전 사람들이 새긴 부조인데 너무나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이집트의 문화 수준이 얼마나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금요일은 내가 일요일에 성당을 가듯이 무슬림이 모스크에 가는 날. 독실한 무슬림인 우디는 우리랑 투어를 하는 바람에 모스크에 가지 못해서 마음이 계속 안좋았나보다. 잠시 화장실 가는 동안에 기도하러 다녀왔다. 미안해요, 우디~~
자, 여기는 우리의 세번째 피라미드인 다슈르의 붉은피라미드 앞이다. 여기에서는 피라미드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는데 들어가기 전에 미리 우디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그러면서 우디가 이집션은 못들어간다며 우리만 마구 피라미드로 밀어붙였다. 얼렁 다녀오라고... 음... 뭔가 이상해~~~
뭐, 저 정도야 금방 올라가지 하면서 제일먼저 무한동력 징이로키가 나섰지만...
윽.. 올라갈수록 장난이 아니야~~~ 입구까지 가는데 벌써 다리가 후둘후둘.
입구까지 겨우 겨우 올라가자, 한 이집션 아저씨가 있다가 박시시를 요구한다. 사카라에서 무덤지기라는 아저씨에 이어 두번째.
사실, 우리끼리 왔다면 안주었을 수도 있는데 가이드 우디가 얼마쯤 주면 좋다고 말을 해서 맘이 약해진 우리는 조금씩 주었다.
박시시가 많이 변절된 이슬람 문화라는 말도 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은 당연시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우리도 맞춰주기로 했다. 다만, 상대방이 기분 나쁠 정도로 요구하는 것에는 응대하지 않기로 하고.
그런데... 그런데... 피라미드를 들어가는 것은 아주 아주 힘든 고행의 길이다^^;: 특히 키가 큰 순타는 악! 소리를 저절로 지를 정도로. 저 각도로 얼마를 내려가야 하는지...
이 곳이 피라미드의 중심. 생각보다 아주 좁은 곳이다. 이 좁은 곳을 만들기 위해 저렇게 거대한 외형의 피라미드를 만들어야 하다니...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기 순환이 되지 않는지 숨을 쉴 수 없는 상태. 10분만 있어도 폐가 죽어버릴 것 같은 위기감에 모두들 서둘러 탈출을 감행했다.
밖으로 나와서 겨우 숨을 쉬고 있는 모자. 게다가 계단 올라오기는 내려갈 때보다 더 힘들어. 아! 이래서 우디가 우리만 보냈구나!
피라미드 내부 체험은 아주 독특한 체험이었다. 나중에 숙소에서 들으니 여기가 가장 피라미드 내부다운 내부란다. 게다가 이집트에 이상 기후로 비가 자꾸 오니 피라미드가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고. 우리는 그 전에 피라미드 내부를 봤으니 행운아라고. ㅎㅎ
아래서 내려다볼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도 높다니! 무한동력 징이로키는 벌써 내려가 있다. 저렇게 씩씩하게 가서는 앞으로 며칠간 계속 다리가 아프다고 할테지? 실제로 우리 가족 모두는 이날 이후 꽤 오랫동안 알이 밴 다리로 모두들 어쿠쿠 이러면서 다녔다^^
극한체험^^ 피라미드 내부를 보고 나오다 본 굴절 피라미드. 피라미드의 아래 각도와 위의 각도가 다르다. 기자 지역 피라미드가 스핑크스도 있고 시내에서 가까워서 많은 관광객들이 있는 반면 사카라나 다슈르 지구는 관광객도 거의 없고 한산해서 피라미드를 느끼기에는 더욱 좋았다. 차가 없으면 가기가 좀 힘들지만 우리처럼 투어를 하던지 아니면 기자 지구는 전철로 이동해서 보고 거기서부터 차를 내서 다녀도 좋을 듯.
이제 오늘 투어의 마지막 지역인 멤피스로 향한다. 멤피스는 이집트 고왕국의 번성한 수도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황폐한 시골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남아있는 유물도 거의 없다.
멤피스에서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볼 수 있는 람세스 2세의 거상.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옛날 사람들은 규모로 위대함을 나타내고 싶었나보다. 그리스나 로마시대 유물들을 봐도 그렇고. 멤피스를 가본 사람들이 별거 없다고 실망한다는데 우린 이 거상만 보고도 만족^^
기자 지구에 있는 스핑크스에 비하면 작지만 이 것도 스핑크스^^ 야외 박물관에 있다.
얘들아 람세스가 나오게 여기서 찍자~~~ 어른도 뙤약볕에 힘든데 어린 징이로키를 달래서 사진찍느라 힘들었다. 휴~~
이 곳에서 우디가 고대 이집트인들의 문자들을 해석해주는데 가히 예술이었다. 아무 의미가 없어보이는 동그라미 하나가 어떤 뜻을 지니고 있다니. 또 그 문자들을 해독한 고고학자들의 놀라운 능력이라니!
하루 종일 걸린 투어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넘어가는 길. 뜨겁고 힘도 들었지만 세 지구의 피라미드를 골고루 설명과 함께 들으며 구경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중간에 점심시간도 없이 모두들 다니느라 배도 고프고 우디에게 고마움도 전할 겸 모두들 KFC로 가서 양껏 먹고 돌아왔다. 힘들다고 울상이던 아이들도 오랫만에 먹은 치킨때문인지 다시 웃음을 지으며 숙소로 돌아와 푹 쉬었다~
피라미드를 보고 난 후, 비가 자주 와서 피라미드가 붕괴될 지도 모른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그 때가 당장 코앞에 다가온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괜히 걱정이 되었다. 이집트가 어수선한 정국이 지난지 얼마 되지 않은 걸 알기에... 자신들이 가진 인류의 보물인 유적, 유물들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급 궁금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