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스페인 Ronda, Granada
론다 캠핑장에서 전기요도 못깔고 춥게 잠을 자고 났는데, 그 다음날도 비가 부슬부슬.. 우린 론다에서 1박만 하고 그 유명한 누에보 다리만 본 후 그라나다로 가기로 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밥을 먹고 론다 시내로 나왔다. 추위엔 아주 취약함을 드러내는 마미는 몸이 오그라들어 보인다. 열남 순타에게 착 붙어서 어찌 해보려는 엄마지만 속수무책 ㅎㅎ
누에보 다리는 론다를 홍보하는 책자에 많이 나오긴 하는데, 박물관을 들어가기 전에는 무료이다. 지금도 차량과 사람들이 통행하고 있는 다리인 것이다. 론다는 고지대에 세워진 도시인데 그 도시의 양옆을 잇기 위해서 저렇게 높다랗게 다리를 쌓아 올린 듯. 실제로 위에서 내려다 보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에펠타워를 오르고 나서부터는 고소공포증을 극복했다고 자부하는 순타가 어째 좀 이상하네. 고소공포증이 다시 살아났나? 누에보 다리를 옆에서 전망할 수 있는 길이 있어서 그쪽에서 한 컷.
다리 중간쯤에 있는 조그마한 창에 사람이 언뜻 보이기도 했는데, 아마도 입장료를 내고 박물관에 들어간 사람들 인듯.
누에보 다리 주변에는 호텔들도 있는데 그 호텔에서 식사를 하면서 먹으면 지금 우리가 보는 저 전경이 보일 듯하다. 우린 호텔 앞쪽에서 찰칵으로 만족하지만.. 저 멀리 사진 우편 중간쯤에 점처럼 보이는 사람들처럼 저 위치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누구인가? 가끔은 대책없어지는 가족이 아닌가? ㅎㅎ 저 길에서 한참 더 밑으로 보이는 곳에 자동차 한대가 가는게 보이길래 냉큼 우리도 그 길로 내려가서 다리 밑에서 위를 올려다 보기로 합의(?)아닌 합의를 하고 온 식구가 길을 찾아 헤매게 된다.
에스파냐의 많은 도시들이 구시가는 좁고 길도 복잡하며 일방통행도 수시로 나타난다. 론다 역시 그랬는데, 우리도 역시 그 길을 몇번이고 헤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다른 도시에서는 네비 두 대가 잘 안내해서 별로 안 헤맸는데 누에보 다리로 내려가는 길은 두 네비가 동시에 해매고 있으면서 찾지를 못한다. 아마도 아주 좁다란 길인 듯. 그래도 찾고 또 찾아서 내려가니 아주 좁다란, 차량 한대가 겨우 갈만한 길이 이어진다. 그 길을 우리는 열심히 달려 드디어 아래에 도착했다. 밑에서 올려다본 누에보 다리는 더욱 높고 높아 보인다.
우리가 차량을 세운 공터 위로 누에보 다리쪽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서슴없이 순타를 앞세우고 올라갔을 때 나타난 전경.
순타의 사진 신공. 웃고 있지만 순타 뒤로는 작은 절벽. 이 곳에서 우리 세 모자의 서유기 연기가 펼쳐지니~~~
순타 법사, 징이 저팔계(코를 보시라), 사오정 마미 세 사람은 그날 누에보 다리를 무사히 건널 수 있었던 것일까? ㅎㅎ 오공은 사진 찍고 있음 (불닭)
징이의 밝은 미소를 보니 무사히 지내게 되었던것 같은데....
론다를 오~직 누에보 다리 하나만 보고는 길을 떠나 그라나다로 달리는 우리. 신나게 달리던 차들이 이상하게 거북이 속도로 간다라고 생각했을 때 우리 눈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바로 이 차량들... 어디 행사에 가는 듯한 차량들인데 차가 곧 집인 형상을 하고 실제로 그 차량 집에 사람들이 타고 있더라는... 게다가 여기는 추월차선을 철저히 지켜서 추월을 하기 때문에 긴 긴 꼬리를 무는 차량들 중 아무도 이 차량들을 추월해서 가지 못하더라는.. 아참! 게다가 앞 뒤로 경찰이 경호를... ㅠㅠ
진짜 진짜 한참을 달팽이 걸음으로 이동한 후에 저속 차선이 나타나자 경찰이 수신호로 추월하라고 하자 이때다 싶어서 차들이 앞서나가기 시작하자 우리도 열심히 따라갔는데~~~ 얼마후 다시 2차선으로 바뀌어 울상이 되던 불닭. 경찰이 안보이자 몇대가 눈치를 보며 치고 나가고... 우리도 ㅎㅎ
긴긴 달팽이 차량들을 제치고 한참을 달린 후에 도착한 그라나다의 캠핑장. 그라나다의 시내에서 다소 떨어져있는데 경치가 참 좋다. 이곳이 유명한 시에라 산맥의 캠핑장과 가깝다고.. 그래서 겨울에도 캠핑장이 북적인다는 사실...
캠핑장을 여럿 다녀봤지만, 이런 전자키를 실제로 주는 곳은 이곳이 처음. 보행자용 3개, 불닭은 차량 겸용으로 1개.
하지만 토요일에 그라나다에 도착한 우리는 일요일까지 모두 고요히 잠들 수 밖에 없었다. 연일 1박씩으로 이어지던 여정에 식구 모두가 피곤이 누적되었고, 무엇보다 불닭이 아침에 일어나질 못했다. 게다가 일요일 비가 억수로 온다는 예보도 있던 터라 그냥 퍼지기로... 계속 쏱아지던 비가 일요일 오후에 잠시 멈추자 우리는 캠핑장 주변 탐방에 나섰다.
캠핑장 뒤편에 있는 잔디밭. 순타는 잔디밭 있는 곳이 제일 좋단다.
캠핑장 사이트 지도도 한 컷 찍고.
캠핑장 입구의 리셉션과 들어가는 입구. 그렇게 2박을 하고 나서 우리는 캠핑장을 탈출했다. 왜냐고? 캠핑장이 너무 추웠다. 게다가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고지대라 그랬을 것 같다. 게다가 샤워실에 따끈따끈한 물이 아닌 미지근한 물이 나왔다. 감기예방용이란다 ㅠㅠ. 그래도 우리의 로망 알함브라 궁전을 포기하고 갈 수 없기에, 월요일 알함브라 궁전에 가기로 하고 서둘러 부킹닷컴에서 저렴한 숙소를 하나 예약했다. 학생들 기숙사로 쓰이는 레지던스인데 대여를 해주는가 보다. 싼 가격에 1박을 예약하고 우리는 알함브라 궁전으로 향했다.
알함브라 궁전은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입장하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성수기가 아닌 점을 이용해서 아침 일찍 궁전에 가서 티켓을 끊기로 했다. 물론 불닭이 ㅎㅎ 그 결과 오후 첫 타임표로 끊었고 2시 입장 훨씬 전인 1시쯤 주차장에 도착해서 넉넉히 점심도 먹고 입장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불닭이 다른 사람들이 사진 찍는 것을 보고 '우리도 알함브라에 왔다고 한번 찍자~' 하며 시도한 연출 사진 ㅎㅎ
하지만 우리의 입장은 순조롭지 않았으니, 문제는 아침 일찍 자판기에서 산 표 중에 주니어 표인 순타의 표에 바코드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긴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입구에서 바코드 찍는 직원이 매표소에서 다시 받아오란다. 우린 당연히 매표소에서 잘못된 표를 그냥 바꿔줄 줄 알았는데 매표소에서 줄을 관리하던 남자 직원이 줄을 서란다. 허걱! 입장 시간이 2시인데 다시 줄을 서서 표를 바꾸면 도대체 몇십분을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마미와 불닭이 번갈아가며 항의를 해도 안된다고 막무가내. 어쩔수 없이 일반 사람들과 같이 줄을 서서 다시 표를 교환(여권까지 확인하더군. 참내...)했더니 이미 시간은 2시 30분을 향해가고 있었다. 우리가 더욱 짜증이 났던 것은, 우리 처럼 주니어 표를 가지고 바꾸려고 하는 사람이 우리가 있는 동안에도 최소한 10여명이 되더라는.. 그럼에도 자기들 기계가 바코드를 잘못 찍은 것은 아랑곳없이 일반 사람들과 같이 줄을 서서 똑같이 일을 처리하는 것이 다소 이해가 안가더라는... 입장 시간은 정해놓아 주고서는...
우리가 이렇게 입장 시간에 목을 매었던 것은, 알함브라 궁전의 여러 곳 중에서도 바로 나자르 궁전의 입장은 매회 정해진 인원만 정해진 시간에 입장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알카사르 등 다른 곳은 오후 2시 이후에 아무때나 들어갈 수 있지만, 나자르 궁전은 딱 정해진 2시가 지나면 입장이 불가하다고 알고 있었으니 얼마나 속이 탓겠는가. 게다가 인포에서 얻은 지도를 보니 입구에서 나자르 궁전까지는 엄~청 먼 거리.. ㅠㅠ 평생 한번 올까 말까한 곳에 와서 자기들 잘못으로 우리가 궁전을 못들어갈 입장에 처했으니, 속이 탈 수 밖에...
결론은, 위 사진 처럼 우리는 나자르 궁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입구에서 마구 뛰어 가서 나자르 궁전에 도착했을때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입장하려는 줄인듯 해서 우리도 그 뒤에 가서 섰지만 사실 표를 확인하는 직원이 안된다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때 이미 시간이 2시 45분이 되었기 때문에. 되든 안되든 무조건 줄을 서보고 직원이 2시 표라 안된다고 하면 너네들 잘못으로 그렇게 된거니 책임지라고 한 판 할 태세로 서 있었다. 가슴을 졸이며 표를 검사하는 직원한테 갔더니, 글쎄 싱겁게도 그냥 통과. ㅠㅠ ㅎㅎ 아마도 2시부터 3시까지 한 시간의 여유를 주는 것은 아닌지.. 어쨌든 우리는 무사히 나자르 궁전에 입장을 하게 되었고 그들의 무신경한 일 처리도 이로써 더이상 거론하지 않게 되었다 ㅎㅎ
알함브라 궁전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아라야네스 궁전이라고 하는 곳인데 알함브라 궁전에 가야지 하면 늘 이 곳이 연상되던 곳. 솔직히 상상했던 것 보다는 조금 기대에 못미쳤다.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았다. 이 곳은 한적한 시간에 와서 조용히 거닐며 감상을 하는게 딱일것 같다. 그래도 우리가 이곳에서 쉽게 발을 떼지 못했던 걸 보면 물의 궁전 알함브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불릴만 한 것 같다.
알함브라 궁전을 전체적으로 보면 여러가지 패턴 들이 반복되어 그 반복된 패턴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이 궁전 전체를 채우고 있는걸 보게 된다. 나자르 궁전도 발길을 인도하는 곳곳의 방들이 여러가지 패턴들이 반복되는 데 실제로 보면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정교하고 아름답다. 장인들을 데려다 이 궁전의 짓게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높은 기술을 가진 장인들이었을지... 문외한의 눈에도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나자르 궁전의 관람이 거의 끝나갈 무렵 다시 나오는 소박한(다른 곳에 비해 ㅎㅎ) 물의 정원. 물 떨어지는 소리와 초록의 나무들이 너무 잘 어울리던 곳. 그늘 벤치에 앉아서 한가롭게 책을 읽어 보고 싶단 생각이 무척 강했던 곳. 벌써 그립다~
나자르 궁전을 나선 다음에도 멋진 물의 정원이 우리를 맞아준다.
알함브라는 아랍어로 '붉은 성'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궁전 벽면에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궁전 전체가 붉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알함브라 궁전은 또한 물을 이용해서 궁전을 아름답게 만들었는데, 이는 이 궁전을 세운 아랍족이 물이 귀한 아프리카쪽에서 왔기 때문이란다. 아마도 그들의 몸에 새겨진 물에 대한 원초적인 그리움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질체력을 가진 우리 가족은 알함브라 궁전 전체를 둘러볼 수 없었다. 역시나. 그래서 나자르 궁전과 알카사르, 그리고 헤네랄리페 여름 궁전을 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궁전은 아주 인상깊게 우리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바닥까지 아주 정교한 돌로 조각이 되어 있던 것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조그마한 돌들을 가져다 문양을 만들고 그것도 각 장소에 따라 적당한 문양을 만들어 놓아 걸어 다니는 것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바닥만 보고 걸어도 흥미로울 정도로..
이곳은 헤네랄리페의 한 부분. 물을 이용해 정원을 섬세한 아름다움이 느껴지게 가꿔놓았다. 여건만 된다면 몇번이고 다시 와서, 아니면 아침에 입장해서 저녁 늦게까지 거닐고 싶은 맘이 들도록 하는 곳
오늘따라 여행자의 차림인 마미의 옷차림이 참 무거워 보인다. 아름다운 정원에 맞는 하늘거리는 원피스라도 입어야 할 듯... 그럼 그 옛날 이 아름다운 궁전에 살던 왕비의 삶을 조금이라도 느껴볼 수 있지 않았을까? ㅎㅎ
곳곳에서 눈에, 아니 발에 밟히는 아름답고 섬세하고 독창적인 문양들로 이루어진 길을 밟으며 우린 아쉬움을 접고 궁전을 나서야 했다. 아이들은 어떨 지 모르지만 불닭과 마미는 언제 다시 이 궁전을 다시 한번 와 볼 기회가 있을까? 마미의 한 마디~ '난 꼭 알함브라에 다시 와서 야경까지 보고 말거야~'
마음에 드는 장소나 도시에 가면 꼭 하나씩 모으던 것. 바로 냉장고 자석. 여행자에겐 기념품을 모은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나중에 너무 추억거리가 없을까봐 무리를 해서라도 하나씩 모으기로 했던 것. 냉장고 자석은 부피도 무게도 그다지 크지 않아서 장기 여행자에겐 딱! 이곳에서도 아쉬움을 기념품으로 달래려고 매장에 들어섰으나 안타깝게도 가격과 마음이 맞는 것을 찾지 못하고 아쉽게 돌아나올 수 밖에 없었다. 욕심 같아선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싶지만, 장기!라는 것 때문에... ㅠㅠ
알함브라~ 아름다운 물의 궁전~ 잘 보존되어라~ 다시 올께~~